[매경닷컴 MK스포츠(호주, 시드니) 김원익 기자]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내 스스로의 생각으로는 난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파워피쳐라고 생각하고 있다.”
두산의 새로운 외국인 우완투수 마이클 보우덴(30)은 스스로를 ‘파워피쳐’로 규정했다. 조심스러운 표현으로 말을 고르며 신중하게 말했지만, 엿보이는 자신감만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적응력이나 성격면에서는 캠프에서 호평일색이다. 구단 관계자는 보우덴을 ‘매우 예의바른 성격’으로 설명했다. 식성도 거의 친한파다. 선수단 식당을 책임지는 현지 교민조차 ‘저렇게 비빔밥을 잘 먹는 외국인은 처음봤다’고 할 정도로 임 한국 음식 매니아가 됐다. ‘안녕하세요’나 ‘맛있게 드세요’ 등의 간단한 회화 표현도 곧 잘 할정도로 한국어도 입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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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의 새로운 외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은 스스로를 파워피쳐로 소개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보우덴은 2005년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해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보우덴은 보스턴에서 특급 유망주로 평가 받았다. 미국 유명 잡지인 베이스볼아메리카에서 지난 2007년부터 2009년 까지 3년 연속 유망주 랭킹 100위 안에 포함됐을 정도의 자원.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통산 103경기에 출장해 3승 5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다. 지난해는 볼티모어와 미네소타 소속으로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1승 5패 평균자책점 2.63의 성적을 올렸다.
일본에서도 뛰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동양야구에 대한 이해가 있었던 보우덴이다. 그런 보우덴조차 두산의 새로운 분위기를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보우덴은 “사실 처음 팀 동료들을 보고 매우 놀랐다. 일본과는 많이 다르더라”면서 “(일본 야구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신중하고 엄격한 분위기, 강한 규율속에 캠프가 진행될 줄 알았다. 그런데 웃고 즐기면서 운동할 때 는 집중하는 모습들이 놀라웠다”며 두산 합류 이후 받은 인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우덴은 “캠프에 합류해서 정말 즐거운 이유 중 하나기도 한데 선수들이 프로페셔널하게 훈련에 집중하면서 유쾌하게 즐기는 모습을 잃지 않는 모습이 너무 신선하게 다가왔다다”고 했다.
외인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스스럼 없이 다가서는 선수들의 노력도 고마운 보우덴이다. 보우덴은 “사실 우선 선수들 이름 하나하나를 솔직하게 말하면 정확히 기억은 못한다”면서 “우리끼리 부르는 별명이 있는데 그것을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해도 될지 모르겠다. 팀 동료들 전체가 먼저 다가와준다”고 동료들 얘기에 말문을 열었다.
보우덴은 “오현택, 그리고 아주 유쾌한 홍성흔, 난 그를 ‘에이스’라고 부른다(유희관), 또 이현승 옆에 있으면 항상 재밌다. 김강률도 잘 도와준다. 지금 생각나는 선수들만 언급했지만 모든 선수들이 다 반갑게 맞아준다”며 ‘닉네임’으로 선수들을 쭉 꼽았다.
현재 컨디션도 좋다. 보우덴은 “팔이나 몸은 신체적으로 완전히 준비가 돼 있다. 당장 시즌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다. 준비 완료인 상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보우덴은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구원투수로 뛰었다. 선103경기 중 2경기만 선발로 뛰었고 나머지는 모두 구원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록들 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바로 볼넷과 삼진 비율이다. 메이저리그에선 133⅔이닝을 소화하며 54개의 볼넷을 허용한 가운데 100개의 삼진을 잡았다. 9이닝 당 볼넷 허용으로 환산하면 3.6개가 되고, 삼진은 6.7개에 해당한다.
마이너리그 864⅔이닝에서의 기록을 보면 공격적인 면은 두드러진다. 선발로 주로 출전한 보우덴은 삼진 777개를 잡는 동안 259개의 볼넷을 내줬다. 볼넷 허용이 9이닝 당 2.7개로 뚝 떨어지고 삼진은 8.1개로 올라간다. 매우 인상적인 수치다.
캠프 초기 ‘매우 공격적인 투수’로 자신의 스타일을 설명한 보우덴은 조금 더 정확하게 스스로를 규정했다. ‘자신이 어떤 투수인지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신중하게 표현을 고른 보우덴은 “타인의 평가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나를 힘으로 던지는 파워피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컨트롤도 나쁘지 않고 경기 결과를 보면 스트라이크도 곧 잘 잡는 편이다. 물론 매 경기가 쉽지 않고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 매일 다르지만 경기에 나서면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으려고 하고, 컨트롤에 신경 쓰면서 힘있는 공을 던지는 기본을 매 번 생각하고 경기를 한다”고 했다.
좋은 인성이나 빠른 적응력, 한국야구에 적응하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외인의 성공을 보장하는 필수조건은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 그런 선수들이 야구도 곧 잘하는 것이 사실.
두산이 아닌 타 프로팀에서 오랫동안 외인 관련 업무를 봤던 야구 관계자는 보우덴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야구만 잘한다면 두산이 대박 외인을 뽑은 것 같다”는 평가. 보우덴은 쏟아지는 장밋빛 평가들을 좋은 결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일단 출발만큼은 순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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