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누군가 자신들을 원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지난 13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진행중인 닛폰햄 파이터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두 선수, 앤소니 배스(28)와 브랜든 레어드(28)도 그랬다. 꾸준히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얻던 그들이지만, 자신들을 원하는 곳을 찾아 바다를 건넜다.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 차있는 그들을 MK스포츠가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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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소니 배스는 지난 1월 시애틀에서 나와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다. 사진(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
배스 “목표? 시즌 끝까지 선발로 나오는 것”
배스는 지난해 11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레오니스 마틴과 함께 시애틀 매리너스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지난 1월 시애틀에서 방출됐고, 새로운 팀으로 닛폰햄을 찾았다.
지난 5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129경기에 나서며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던 그가 갑자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매리너스 구단은 나에게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 팀의 뎁스 차트를 보여주며 지금 내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려줬다. 나에게 선택할 기회를 줬다. 나를 원하는 곳에서 내 재능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곳에 오게 됐다.”
여기에 텍사스 시절 동료였던 다르빗슈 유의 조언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다르빗슈는 이 팀이 얼마나 좋은 팀이고, 선수들이 얼마나 존경심이 많으며 재밌는 곳인지를 알려줬다.”
새로운 팀에서 함께 훈련한지 2주째. 그는 ‘팀과의 동화’를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가장 큰 과제는 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다. 나만의 훈련을 고집하지 않고, 변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우며 팀과 유대감을 키우고 팀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려운 점은 있을 터. “미국에 비해 체력 훈련을 더 많이 하는 거 같다. 달리기를 더 많이 하는 거 빼고는 비슷하다. 또 하나 차이가 있다면, 번트 수비, 견제 등 수비 상황에서 주고받는 사인이 30개나 된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5개 정도가 전부였다(웃음).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일본어를 배울 생각도 있다. 숫자나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하려고 노력중이다.”
↑ 배스가 지난 13일(한국시간)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
“‘전염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경기를 이기기 시작하면, 모두가 더 좋아진다. 나같은 경우 불펜인데 선발 투수가 정말 잘하면, 나는 이것보다 더 잘하고 싶어진다. 선발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무실점으로 막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 그렇게 도와가며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는 닛폰햄 캠프에서 지난 시즌 텍사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시즌에 대한 예감이 좋다고 말했다. 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일 것이고,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목표로 훈련 중인 그의 이번 시즌 개인 목표는 무엇일까?
“25~26경기에 선발로 나오는 것이다. 시즌 끝까지 그렇게 선발로 나올 수 있다면 아마도 꽤 잘 던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레어드 “일본에서 두 번째 시즌, 더 편안할 것”
레어드는 이번이 닛폰햄에서 보내는 두 번째 시즌이다. 지난 시즌 143경기에 출전, 타율 0.231 출루율 0.301 장타율 0.488 34홈런 97타점을 올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양키스(2011), 휴스턴(2012-2013)에서 53경기에 출전했다. 2014년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트리플A 시라큐스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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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어드는 지난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장타력을 인정받았다. 사진= MK스포츠 DB |
그가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거기에 맞춰가는 것밖에 없었다. “그들이 어떻게 야구를 하는지를 알아가며 문화에 적응해갔다.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이곳에서 멋진 사람들, 멋진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며 일본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그가 일본 생활에 만족하는 것은 그와 자신의 아내가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여러 도시에서 살아야 했던 지난 시절과는 다른 삶이다.
“미국에서 뛸 때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갈 때마다 어려움이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한 번 올라가면 영원히 뛰고 싶었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한 시즌을 한 곳에서 보낼 수 있다. 멋진 일이다.”
애리조나에 오프시즌 거처가 있는 그는 “2주간 집에서 보내며 훈련을 하니까 정말 좋았다”며 지난 2주간 훈련에 대해 말했다. 지난 한 주간 롯데자이언츠, NC다이노스와의 연습경기에 모두 출전한 그는 “경기를 치르기에는 확실히 이른 시기지만, 정말 흥분됐다. 초반부터 끝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새로운 시즌에 대해서는 “내 접근 방식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다.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상대 투수들도 나에 대해 많이 알았겠지만, 나도 투수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타석이 더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지난해보다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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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어드는 지난해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
에필로그
한때 일본프로야구를 비롯한 아시아 무대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은퇴 무대’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도 일본야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2014년 내셔널리그 올해의 복귀 선수에 선정된 케이시 맥기히가 그랬듯, 일본프로야구에서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와 성공한 경우도 적지 않다.
두 선수도 ‘아시아 야구는 은퇴 투어의 일부’라는 일각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배스는 “일본 야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많은 선수들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경우도 있다. 두 리그 모두 힘든 리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어드도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서든 좋은 야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메이저리그로 다시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일본과 이 팀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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