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KBO 첫 억대 연봉 선수는 재일동포 스타였던 고(故) 장명부(삼미·1985년 1억484만원)다. 순수 국내파 선수로는 1993년 ‘국보투수’ 선동열(해태)이 첫 억대 연봉(1억원)의 테이프를 끊었다.
장명부의 기록 이후 31년, 2016시즌의 출발선에 선 KBO 스타들의 몸값은 첫 ‘1군 평균연봉 2억원’을 돌파했다. 더 귀하고 더 빛나는 별들이 된 그들은 더 열렬해진 응원만큼 더 꼼꼼한 평가, 더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MK스포츠가 2016시즌 개막특집으로 마련한 ‘3자토론’의 마지막 주제는 스타다. 한때 스타가 될 재목을 가려 뽑았고, 애지중지 길러냈고, 그리고 스타 선수였던 세 사람.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최종준 전 LG·SK단장, 이순철 SBS 프로야구 해설위원이 마주 앉았다.
↑ 불혹의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지난해 6월 KBO 첫 통산 400홈런을 돌파했다. 리그 첫 50홈런타자인 이승엽은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신기록을 작성하면서 KBO의 성장기를 맨 앞줄에서 이끌어온 ‘살아있는 전설’이다. 사진=MK스포츠 DB |
▶‘FA몸값’ 100억원 시대의 문턱이다. 그만큼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이순철 위원 = 오랜 시간에 걸친 리그의 성장과 제도의 개선으로 지금의 FA제가 마련됐다. 대형계약에 성공하는 선수들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저 내가 이용하고 소모해버려도 되는 제도가 아니다. 이 제도에서 얻은 만큼 이 제도를 지켜내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 있다.
몸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야구로 ‘FA제도’가 계속 지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버는 만큼 나누는 문화에도 눈을 뜨는 스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효봉 위원 = 선수들에게는 무엇보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이 중요하겠지만, 이제 중년이 된 KBO에서는 경기장 밖에서도 박수를 받는 그런 스타들이 많이 탄생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스타들이나 인생역전 스토리도 좋지만, 이제 성장한 KBO에서는 비싼 선수들이 큰 나눔과 모범적인 행동으로 존경받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KBO에는 도핑 적발에 음주운전, 도박스캔들 등 선수들의 일탈 사고가 극심했다.
▷최종준 전단장 =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도핑과 승부조작은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스포츠의 최대 적으로 본다. 스포츠의 존재 의미 자체를 말살해버리는 반역행위니 당연하다.
KBO는 지난해 스테로이드 계열 도핑 적발에도 30경기 출장정지에 그쳐 국제수준과 너무나 동떨어진 도핑 관리 실태를 드러냈는데 올해는 처벌 규정을 강화했고 도핑테스트도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 이관돼 어느 정도 대처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도핑과의 싸움에서 리그의 품격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정말 단호한 가치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삼진아웃보다 아예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해도 찬성이다.
▷이순철 위원 = 종목 특성상 국제대회 경험이 적기도 하고 솔직히 야구 선수들이 도핑에 대한 개념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평소 세심하게 주의를 하는 선수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강도 높은 교육이 필요하다. 주의 약품 목록을 정리해서 KBO와 구단들이 선수들에게 수시로 공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종준 전단장 = 모친이 지은 감기약을 먹었다가 도핑에 적발됐던 아이스하키 선수는 2년 자격정지를 받았다. 감기약 성분과 미량이 확인됐어도 TUE(치료목적사용면책) 적용이 힘든 케이스에는 예외 없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게 국제 스포츠계의 현실이다. 이 수준으로 개념을 끌어올려야 한다.
메이저리그도 약물과 싸움을 시작한지 이미 오래됐는데 우리 선수들이 아직까지 건강식품을 별 확인 없이 섭취하거나 단백질보충제 등을 무분별하게 먹고 있어서는 안 된다.
반도핑이나 선수들의 일탈관련 대책은 적발과 처벌 강화에 집중하는 정책 방향보다 사전적으로 철저하게 걸러내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수들이 뛰다가 적발될 때 마다 리그가 상처를 받는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선수들이 아예 뛸 수 없는 리그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문제는 선수들의 학습영역일 뿐만 아니라 KBO와 구단들의 시스템 영역이기도 하다.
▷이효봉 위원 = 프로야구 선수들이 체득해야 할 기본기는 야구기술 뿐만이 아니다. 깨끗한 ‘자기관리’ 능력이 이제 프로 선수들에게는 반드시 익혀야 할 기본기가 됐다. 오래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몸도 명예도 관리해내야 한다.
리그의 규모가 확대된 데다 인터넷과 SNS 등이 발달하면서 선수들은 그라운드 밖에서 예전보다 훨씬 냉엄한 잣대로 감시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 것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기회들의 대가다.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 최종준 전단장(왼쪽)과 이순철 위원은 선수들에 대한 KBO와 구단의 반도핑 교육, 관리가 더욱 철저하고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동감했다. 사진=김승진 기자 |
▷최종준 전단장 = 고교선수들의 프로 직행이 너무 과다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도 있다. 정신적으로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 가서 기량 적으로도 품성 적으로도 제대로 성장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효봉 위원 = 예전에는 일단 (대학) 진학이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이야 고등학교에서 잘하는 선수라면 프로 직행이 더 당연하다. 그런데 프로팀에서는 잘못된 습관을 갖고 들어오는 신인선수들이 많다고 느낀다. 프로팀 입단이 최우선 목표이다 보니 고교 야구팀에서 신체나이와 수준에 걸맞은 육성보다 경쟁, 당장 실전용 기량을 겨루는 현실의 부작용이다. 프로팀에서 보면 ‘기본기가 나쁜’ 선수들이 많다. 이후 부상이 많고 (기량이) 잘 크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선수들에게 프로와 진학이 장단점을 숙고할 만한 선택이 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순철 위원 = 프로야구에 FA제도가 생긴 이상, 사실 선수 입장에서 보면 프로 직행이 맞다. 그런데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프로 직행이 대학 진학보다 확실하게 나은 선택이 되려면 입단 후 3~4년 이내에 1군에 자리 잡고 팀의 주전급 스타가 돼야 한다. 그러나 고졸 3~4년차 이내에 그런 위치를 확보하는 선수들은 정말 극소수다. 대부분의 고졸 신인들에게는 체계적인 성장의 기회와 맞바꿀만한 안정적인 프로 생활이 주어지지 않는다. 육성군과 재활군에서 몇 년 동안 고생만 하다가 일찍 옷을 벗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프로 신인지명 싸움에 무차별적으로 선수들을 내모는 대신, 실제 프로에 가서 자리싸움을 버틸 만한 경쟁력이 있는지 대학에서 차근하게 성장하는 게 유리한지 신중한 카운슬링을 해줄 수 있는 지도자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열아홉살 선수들의 진로는 그들의 선수인생에서 가장 무거운 결정이면서도 돌아갈 곳이 없는 선택이니까.
▷이효봉 위원 = 사실 2차 3라운드 이하 지명 신인들이라면 시즌 중 1군 등록 가능성조차 희박한 게 현실의 경쟁이다. 프로 유니폼을 입는 게 목적이 아니라 진짜 프로 선수로 성공하는 게 목적임을 기억한다면 선수들의 선택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2차 5라운드 이하에서는 고교선수를 뽑지 말자는 그런 기준도 논의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 고교선수들의 프로 직행이 과다해 보인다는 최종준 전단장(오른쪽)의 문제 제기에 이효봉 위원 역시 고졸선수들의 진로에 좀 더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사진=김승진 기자 |
▷이효봉 위원 = 확실히 외국인선수 도입 이후 ‘벌크업’에 대한 선수들의 개념이 확 달라졌다. 옛날에는 몸무게가 100kg면 특별한 별명을 얻었다. ‘0.1톤’이라고 꼬박꼬박 언급됐다. 지금은 그냥 프로필이다. 몸이 커지고 파워가 세지면서 호쾌한 야구를 보여주는 타자들도 많아졌고 관리가 잘 된 선수들은 충분히 마흔 살까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최종준 전단장 = 구단들이 지속적으로 트레이닝 파트를 보강하면서 발전이 많이 됐다. 결국 ‘몸싸움’인가 싶을 만큼 야구도 더 재미있어졌다. 오래 뛰는 선수들이 늘어난 만큼 길게 감동을 남기는 스타들을 더 많이 보고 싶다. (끝
스타는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 누군가의 희망, 누군가의 꿈이 된다. 스타의 성공에 함께 웃어주는 누군가가 있고, 실패에 함께 아파하는 누군가도 있다. 그 응원과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응답을 KBO 10개구단 616명 선수들의 2016시즌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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