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윤성환(35)과 안지만(33)이 돌아왔다. 정규시즌 개막 3일째, 삼성은 ‘유보’와 ‘기용’ 중 후자를 결정했다. 시기가 늦춰졌을 뿐이다. 두 차례 번복됐지만, 그들의 복귀 움직임은 이미 감지됐다.
삼성은 3일 ‘정면 돌파’를 택했다. 임현준(28)과 성의준(27)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안지만과 정인욱(26)을 등록했다. 27명의 엔트리에 안지만의 이름이 포함된 건 지난해 10월 5일 광주 KIA전 이후 181일 만이다.
윤성환도 3일 뒤에는 1군 엔트리에 포함된다. 그리고 6일 kt 위즈전 등판 예정. 안지만은 마무리투수 보직을 맡는데, 상황에 따라 6일 경기에 둘이 나란히 등판하는 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
윤성환과 안지만의 복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현장’은 그들을 원했다. 류중일 감독(53)은 조심스러운 반응 속에 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 동안 ‘토종 에이스’와 ‘새 수호신’ 카드를 갖고 있어도 쓸 수 없었다. 둘은 ‘비공개적으로’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 수사는 답보 상태에 빠졌고, 해외 원정 도박 혐의가 명확하게 드러난 게 없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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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환(왼쪽)과 안지만(오른쪽)은 3일 오후 라이온즈파크에서 1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했다. 이들은 다음 주중 수원에서 복귀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삼성은 3일 윤성환과 안지만에게 1군 훈련 합류를 통보했다. 의미가 컸다. 1군 훈련→엔트리 등록→경기 출전으로 이어지는 첫 단계였다.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강공 드라이브’였다. 오전 10시 발표 이후 4시간여 뒤 그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삼성은 앞서 윤성환과 안지만의 합류로 가닥을 잡았다. 3월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시기’만 조율하면 됐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로 택했다. 결과적으로 안지만은 개막 3연전 엔트리에 포함됐고, 윤성환의 선발 등판도 다음 3연전으로 잡혔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선수단과 함께 4일 수원으로 이동해 복귀 무대를 준비한다.
결단이다. 삼성은 칼을 뽑았다. 그 동안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했으나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번복했다. 상황이 ‘미묘하게’ 달라지긴 했다. 도박 스캔들의 또 다른 주인공인 임창용(40) 거취가 먼저 결정됐다. 임창용은 혐의를 일부 시인했고, 벌금형(1000만원)을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는 그에게 72경기 출전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현재’ 임창용과 다르다. 그들은 ‘죄인’이 아니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혐의만 받고 있으며 이마저도 입증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경찰청장의 비공식 사견을 전제로 수사 보류 가능성도 알렸다.
더욱이 경기를 치를수록 윤성환과 안지만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삼성은 두산과 두 차례 붙어 1승씩을 나눠가졌다. 그러나 야수와 달리 투수가 불안했다. 마운드의 높이는 낮았다. 전력 면에서 그 둘이 ‘진짜’ 필요했다. 떠난 박석민(31)과 나바로(29)의 빈자리를 당장 메울 대안은 없지만, 못 뛰는 윤성환과 안지만의 빈자리를 당장 메울 대안은 있다. 그들이 뛰면 됐다.
하지만 개운한 전개는 아니다. 뭔가에 쫓기듯, 그들이 돌아오는 길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모든 게 명확하지 않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둘은 도박 혐의를 완전히 지운 게 아니다. 삼성은 차후 경찰의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경우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했다. 또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여지만 남겨둔 것이다.
윤성환과 안지만도 깔끔하지 않았다. 그들은 3일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공개 사과와 함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야구에만 전념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말했다. 그게 그들의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이었다. 딱히 할 말이 없다고 하겠지만, 해야 할 말은 있었다. '떳떳하기 때문에 돌아온다'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팬들이 있었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다음 주부터 마운드 위에 선다. 2군 연습경기와는 다르다. 이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야구팬의 ‘눈’이 있다. 류 감독의 말마따나 그들이 등장할 때 야구장은 야유와 환호가 뒤섞일 것이다. 이겨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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