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해가 바뀌어 박석민(NC)이 대구에 왔다. 많은 게 달라졌다. 더그아웃도 3루가 아닌 1루를 쓰며, 더 이상 흰색 유니폼도 입지 않는다. 또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대구 숙소 생활을 한다.
그렇게 지난 11일 대구에 도착한 박석민은 이튿날 라이온즈파크를 방문했다. 행사가 아닌 훈련 혹은 경기를 하러 찾은 건 처음이다. 그는 “구장 시설이 좋다. 그런데 기분이 묘하다. 내가 대구에서 숙소 생활을 할 일이 뭐있겠나. 그래도 방은 좋더라”라며 껄껄 웃었다.
박석민은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을 떠나 NC와 계약했다. 2004년 프로 입문 이래 군 복무 외 줄곧 한 팀에서 뛰었던 그의 첫 이적이다. 아직은 낯익은 게 많다. 그리고 대구 팬은 늘 감사한 존재다. 이날 5번 타순에 배치된 박석민은 2회 첫 타석에 들어설 때 잠시 벗어났다. 그리고 1루와 3루 방향으로 허리를 숙여 두 번 인사를 했다. 그게 그가 생각한 ‘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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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민(오른쪽)은 12일 NC 다이노스 이적 후 대구에서 첫 공식 경기를 가졌다. 친정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사진은 박석민이 경기 전 류중일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하지만 이제부터 실전이다. 승리를 위해 뛴다.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동료와 그라운드에선 ‘적’으로 만나야 한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까. 삼성의 한 선수는 “박석민을 상대하는 게 어색하진 않다. 그건 서로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석민과 인사를 나눈 류중일 감독도 “NC에서 더 했으면 좋겠다”라고 덕담을 하면서 “그래도 우리랑 할 때까지 잘 하면, 니 내 한테 알제”라고 엄포(?)를 놓기도.
박석민은 삼성에게 경계대상이다. 박석민은 정규시즌 8경기에 출전해 타율 4할7리 2홈런 11타점 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점 1위, 타율 2위, 출루율(4할8푼4리) 4위, 장타율(6할6푼7리) 5위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런 박석민은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박석민은 “삼성 선수들과 자주 통화하고 만난다. 내 약점을 워낙 잘 알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그도 승리 앞에 양보는 없다. “야구는 자신감인데, 안타가 나오니 자신감이 더 생긴다. 항상 편한 마음이다. 팀만 이긴다면 개인 욕심은 없다”라며 박석민은 ‘팀 퍼스트’를 외쳤다.
박석민의 활약은 빛났다. 박석민의 약점보다 강점이 더 눈에 띄었다. 박석민의 타격은 호쾌했다. 2회 3루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발디리스의 호수비였다. 윤성환의 공을 정확히 쳤다. 그 감은 4회에도 이어졌다. 윤성환의 140km 속구를 통타, 대형 홈런을 쏘아 올렸다. 장외로 넘어가는 135m 대형 홈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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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민(오른쪽)은 12일 NC 다이노스 이적 후 대구에서 첫 공식 경기를 가졌다. 친정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스코어가 크게 벌어지기도 했으나(삼성 11-2로 크게 앞서있던 상황), 박석민의 홈런을 진심으로 반겼다. 그 홈런은 자신을 사랑해준 팬에게
나들이 첫 날이었다. 팀을 승리로 이끌고 싶던 박석민의 바람(NC 5-16 패)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잘 하는 박석민을 보고 싶던 삼성팬의 바람(4타석 3타수 1안타 1홈런 1볼넷)은 이뤄졌다. 이날만큼 ‘박석민 퍼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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