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김성근 한화 감독이 스스로 ‘혹사’를 했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린 KIA와 대전 3연전에서 그는 빠짐없이 취재진을 만났다. 시리즈 내 3일 연속 경기 전 감독 인터뷰 실시는 당연한 거지만 한화에겐 이례적인 일이다. 그날따라 할 일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였을까. 경기 시간이 임박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하지도 않았다.
김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시대에 역행한다는 김성근 야구에 대해 ‘옳음’을 주장했다. 한화라는 팀의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선수단 관리, 특투 및 특타 등 훈련, 경기 운영 방식, 잦은 투수 교체 등에 대해 그는 하나씩 반박했다. 그의 태도는 강경했다.
“스프링캠프 훈련양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다들 힘든지 그만두더라. 올해만큼 훈련을 적게 한 해가 없었다.“ ”선수들 스스로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 휴식은 관리가 아니다. 계속 움직여야 한다.“ ”하루하루 매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일이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화는 이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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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근 감독은 최근 불거진 김성근 야구의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반박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같은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가 크다. 김 감독의 말대로 ‘단순히’ 안과 밖의 관점 차이일까. 그를 향해 비판하는 이들과 생각도 달랐다.
김 감독은 ‘프로’를 강조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김 감독은 그 결과를 ‘오늘’의 승리로 여긴다. 김 감독의 지도 아래, 28일 현재 한화는 오늘 73번을 이겼다. 그리고 오늘 92번을 졌다. 그의 주장대로 김성근 야구가 아니었다면, 한화는 165경기에서 100번 넘게 패했을까. 막대한 자금을 들여 대대적으로 투자를 한 팀이.
승리는 달콤하다. 팬도 열광케 한다. 들끓던 여론도 잠시 식을지 모른다. 김 감독이 온 건 패배주의에 젖은 팀의 체질을 바꾸기 위함도 있을 테니까.
지난 28일 연장 11회 승부 끝에 한화는 첫 연승을 했다. 5번째 승리였다. 한화에겐 더 없이 기쁜 날이었다. 연장만 가면 고개 숙였던 한화였다. 감독이나 선수는 점점 ‘팀’이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김 감독은 여전히 뒤처져있는 팀을 하루빨리 따라가느냐에 신경이 곤두서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현장에는 김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가 펼쳐졌다. 올해만 두 번째다. 김 감독은 이번에도 못 봤을까. 못 봤다고 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안 보이니까. 그러나 모두가 봤다. TV 중계를 통해. 그들이 실천한 건 승리와 별개이기 때문이다.
또한, 팀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로는 결과를 말하지만 그 결과가 꼭 현재를 뜻하는 건 아니다. 미래의 가치도 있다. 그런데 팬은 암울한 미래란다. 리빌딩, 오늘날 한화와는 분명 거리가 있는 단어다.
팬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걱정하는데, 감독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걱정한다. 이쯤이면, 불통이다. 김 감독은 한화의 미래를 생각할까. 그는 내년이면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후임에게 ‘어떤 한화’를 물려줄 수 있을까.
김 감독은 지난주 부산에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2주 전, 대전에서 “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변화와 사과는 팬이 기대한 ‘그것’이 아닌 것 같다. 그저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언론플레이였을까.
김성근 야구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색깔이 지난 28일 경기에 잘 묻어났다. 또 퀵후크. 시작하자마자 불펜이 가동되더니 4회 투수가 바뀌었다. 송은범, 박정진, 송창식, 윤규진, 정우람, 권혁 등 6명의 투수가 줄줄이 마운드에 올랐다. 4회면 그나마 늦은 편일지도.
결과적으로 한화는 승리했다. 김성근 야구 때문에. 앞으로 또 몇 승을 더 거둘 것이다. 그 방식을 고수하면서. 로저스, 안영명, 배영수 등이 차례대로 돌아온다 해도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 오늘의 승리를 향해 모든 걸 쏟을 뿐이다. 긴 안목은 없다. 김 감독 스스로 밝혔듯, 당장의 앞만 보고 달려간다.
귀를 닫고 있는 건 팬일까. 안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그 사정을 몰라주는. 안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하지만, 밖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프로라면, 그게 더 중요하다. 변한다고 했지만 무엇이 바뀌었나. 미안하다는데 달라진 게 무엇인가.
한화는 김 감독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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