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홍건희(24·KIA)는 어느덧 프로 6년차다. 그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난해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8경기(82이닝)에 나가 2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04을 기록했다. 필요한 존재였지만, 도드라진 성적표는 아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KIA 투수들 가운데 최근 일주일동안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인생은 알 수 없고, 야구도 알기 어렵다. 4월 마지막 주, 홍건희 인생에 작지만 큰 변화가 찾아왔다.
당초 홍건희는 4월 28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투수로 나갈 예정이었다. 윤석민의 어깨 통증으로 선발 한 자리가 비게 되면서 홍건희가 메워야 했다. 그러나 전날 경기가 우천 취소되며 홍건희의 시즌 첫 선발 등판은 무산됐다. 헥터 노에시가 계획보다 하루 늦게 마운드에 올랐다.
↑ 홍건희는 지난 4월 28일 전후로 앞날이 달라졌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등판한 그는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팀이 4-1로 앞선 8회초 1사 1,2루의 주요 상황이었다. 대전에서 2패를 하고 광주로 돌아온 KIA는 1승이 절실했다. 홍건희는 김재호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까지 몰렸으나 정수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어 9회에는 탈삼진 2개를 솎아 삼자범퇴. 지난해 8월 14일 광주 삼성전 이후 프로 데뷔 2번째 세이브였다.
홍건희의 재발견이었다. 이후에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투입됐다. 홍건희는 3경기에 더 나가 1세이브 1홀드를 추가했다.
시즌 첫 선발 등판 기회를 놓쳤으나 더 큰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그는 4월 29일 두산전 이후 4경기에 출전해 4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홍건희는 “딱히 마무리투수로 결정된 건 없다. 그냥 준비하고 또 대기했을 뿐이다. 필승조 경험이 적어 긴장이 많이 됐다”라며 “선배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그리고 몇 차례 더 나가 내 공이 던져지니 자신감을 갖게 됐다. 조금 여유도 생긴 듯 하다”라고 밝혔다.
홍건희는 겨우내 근력을 키웠고, 그 노력의 결과로 구위 및 구속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는 시즌 평균자책점을 2.30까지 낮췄다. 3경기 이상 출전한 팀 내 불펜 자원 중 가장 낮다. 홍건희는 “지난해와 비교해 (투구 패턴, 구종 추가 등)크게 달라진 건 없다. 속구의 힘이 더 실리면서 타자와 더 좋은 대결을 펼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자리를 빛내기도 하는 법이다. KIA는 올해 집단 마무리 체제였지만, 뒷문이 단단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홍건희의 활약은 한줄기의 빛과 같았다.
홍건희는 “첫 선발 등판이 무산됐지만 특별히 아쉽지는 않았다. 내 자리가 선발투수로 정해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선발이든, 불펜이든 주어진 자리에 맞게 열심히 공을 던질 따름이다”라며 “앞으로 더 잘 해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래도 얼떨떨하다. 홍건희는 “몇 경기 뛰지 않아, 내가 마무리투수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그 경기 상황에 따라)‘마지막 투수’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또한, 팀 사정상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는데 자만하지 않고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라고 전했다.
홍건희는 이미 개인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내친김에 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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