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1군 엔트리 변동이 가장 적은 팀이다. 개막 이후 자리는 딱 6번만 바꿨다.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2자리 변화(4월 5일 양훈-6일 신재영 등록)가 불가피했다는 걸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4번이다.
팀이 가장 안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선수들이 기다림과 믿음 속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고른 활약이다. 부상 악령에 시달리는 다른 팀에겐 그것만으로도 부러울 따름이다. 넥센은 왼 손목 골절로 재활 중인 윤석민을 제외하면 주축 선수의 이탈도 없다.
그렇지만 주목할 점은 누가 1군에 올라왔느냐다. 넥센은 5월 들어 2명의 선수를 1군에 호출했다. 지난 4일 허정협에 이어 7일 박정준을 등록했다. 지난 4월 16일(장시윤→김지수) 이후 3주 만에 1군 엔트리 변동이다.
대신 홍성갑과 정회찬이 차례대로 말소됐다. 단순 부진 때문은 아니다. 홍성갑은 18경기 타율 0.200으로 꾸준하게 대타 등으로 교체 카드로 쓰였다. 9경기 평균자책점 4.32의 정회찬 역시 불펜의 한 축을 맡았다. 둘 다 프로 데뷔 이래 올해 가장 많은 경기를 뛰었다.
이유는 다른 이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넥센의 육성 시스템과 맞물린다. 넥센은 염경엽 감독 부임 후 대략 3가지로 분류해 신인을 육성했다. 조상우, 김하성, 임병욱 등 어린 선수를 1군 선수단과 동행시키며 경험을 쌓게 했고 1년 뒤 주요 선수로 성장했다. 올해는 포수 주효상이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프로 1군의 ‘맛’을 느끼고 있다.
1군 엔트리 변동은 이 동행 프로젝트와는 또 다른 방향이다. 염 감독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차원도 있으나 2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기회 및 동기 부여 차원이다. 홍성갑, 정회찬이 1군에서 못 하는 게 아니라 허정협, 박정준이 2군에서 잘 하고 있어서다.
허정협은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97 4홈런 19타점으로 두드러진 성적을 올렸다. 박정준 역시 1패 세이브 평균자책점 1.54로 불펜 기대주로 꼽혔다. 지난 4월 14일 두산전 이후 10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박정준은 프로 데뷔 후 첫 1군 콜업이다.
넥센의 1군 엔트리는 잘 안 바뀌는 것 같아도 ‘유리천장’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기회는 주어진다. 성장을 위한 ‘길’이며 프로 경험의 자양분도 쌓는다. 이를 실천해 가는 지도자이며, 그 의중을 읽고 잘 따르는 선수들이다.
단순히 옆에서 보고 느끼는 바가 아니다. 허정협은 지난 12일 롯데전에 결장하기 전까지 1군 콜업 후 5경기 연속 출전했다. 지난 4일 삼성과 경기에는 데뷔 첫 타점도 기록했다. 박정준도 지난 11일 롯데전의 마지막 1이닝을 책임지며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넥센 히어로즈의 2016년 1군 엔트리
4월 4일 장영석 말소
4월 5일 양훈 등록
4월 6일 윤석민 말소 / 신재영 등록
4월 15일 김정훈 말소 / 하영민 등록
4월 16일 장시윤 말소 / 김지수 등록
5월 4일 홍성갑 말소 / 허정협 등록
5월 7일 정회찬 말소 / 박정준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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