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뛸 선수가 없다.” 지난 2일 류중일 삼성 감독의 푸념이다. 구자욱, 김상수 등 부상자가 늘면서 뛰는 야구가 어려워진 삼성의 현주소를 토로한 것. 공격의 다양성이 줄면서 타격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그럴 만도 했다. 삼성은 장점 하나를 잃었다. 지난해 삼성은 157개의 도루로 NC(204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NC와 47개가 적었으나 3위 kt(124개)보다 33개가 많았다. NC를 제외한 다른 8개 팀과 비교해 뛰는 야구를 잘 했다.
그런데 올해 삼성은 딱히 특출하지 않다. 2일 현재 40개로 LG와 공동 4위다.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롯데(46개)와 큰 차이가 없지만, 도루 성공률이 65.6%다. 1년 전에는 75.1%였다.
↑ 삼성의 박해민은 시즌 2,3호 도루를 기록했던 지난 5월 4일 대구 넥센전부터 100% 성공률(11번)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삼성은 지난 2일 넥센을 14-6으로 완파했다. 홈런 2개 포함 안타 20개로 넥센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지난 5월 28일과 29일 SK전에서도 각각 15점(4홈런 17안타)과 9점(1홈런 16안타)을 뽑으며 승리를 거뒀다.
타격감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매 경기 잘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회 득점 이후 추가 득점에 실패해 승리를 놓치기도 했다. 그럴 때에는 발로 상대를 흔드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그 운용의 폭이 좁아진 삼성이다.
그렇다고 현재 삼성에서 뛸 선수가 아예 없진 않다. 지난해 도루왕을 보유하고 있다. 기동력 강화 카드가 부족한 팀 사성 장 박해민은 어깨가 더욱 무겁다. 실질적으로 유일한 옵션이기에 더 잘 뛰어야 하니까.
박해민은 출루를 할 때마다 뛸 기회를 엿본다. 최근 6경기에서 도루 4개 성공. 꽤 좋은 페이스다. 시즌 도루 12개로 이 부문 1위 이대형(20개·kt)과 간극을 8개로 좁혔다. 도루왕 경쟁도 서서히 뜨거워질 조짐이다.
삼성은 지난 2일 넥센전에서 4회 5득점을 하며 사실상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 출발점이 박해민이었다. 안타를 치고 나간 그는 이승엽 타석에서 초구에 2루를 훔쳤다. 박해민은 “안타를 친 뒤 도루를 하고자 마음 먹었다. 그래서 초구에 과감하게 뛰었다. (7-2로)점수 차가 벌어져 마음은 편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박해민의 도루는 대량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승엽의 적시타로 박해민의 홈인. 그리고 곧바로 터진 최형우의 2점 홈런, 그 이후 안타 4개로 2점을 더 보탰다. 삼성의 공격은 상당히 매끄러웠다.
박해민은 올해 도루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지난 5월 3일 넥센전까지 도루를 1개만 기록했다. 가뜩이나 슬럼프에 빠져 출루가 많지 않았던 데다 출루 후 도루를 시도해도 번번이 아웃(6번)됐다.
↑ 삼성의 박해민(오른쪽)이 5월 27일 문학 SK전에서 3회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박해민은 최근 SK, 넥센과의 원정 6연전에서 도루 4개를 기록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박해민은 도루에 대한 사명감도 투철하다. 그것이 그가 해야 할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류 감독의 발언에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갖는다. 박해민은 “팀 내 힘 좋은 야수들이 많다. 난 홈런을 (많이)칠 타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루는 더욱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요즘 들어)그 일을 (제대로)하고 있는 거 같다”라며 “안타를 치고 나가 도루까지 성공하면 기분이 더욱 짜릿하다”라고 전했다.
박해민은 2일 현재 시즌 타율이 0.283이다. 한때 3할 타율 가까이 접근했다가 다소 주춤하다. 박해민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도루보다 안타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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