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승엽(삼성)의 6타석 연속 침묵을 깬 안타는 속 시원했다. 진해수(LG)의 슬라이더를 때린 공은 멀리 날아가 우측 외야석에 떨어졌다. 일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최근 찬스마다 무력했던 그였으나 결정적인 순간 의미 있는 한방을 터뜨렸다. 이 3점 홈런이 없었다면, 삼성은 7일 LG를 ‘정규이닝 내’ 이길 수 없었다. 또 끔찍한 연장 승부를 벌였을지도. 가뜩이나 심창민(투구수 25개)까지 앞당겨 끌어 쓴 터였다.
삼성의 4연패 위기를 구한 이승엽의 홈런. 지난 1일 넥센전 이후 5경기 만이었다. 그리고 시즌 10번째 아치로 지난 1997년 이후 KBO리그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었다. 역대 4번째의 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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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이승엽은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8회 3점 홈런을 때려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역대 4번째)을 달성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그 점에서 2013년 기록(13홈런)은 못내 아쉬울 터. 이승엽이 당시 7개의 홈런을 더 쳤다면, 올해 12년 연속 20홈런까지 노려봤을 것이다. 2위 기록이 5년 연속이니 좀처럼 깨기 어려운 대기록이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승엽이 만들 미래의 홈런 이야기는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으면서 감동적인 기록이 훨씬 다양하다. 남다른 그의 홈런이 1개씩 늘어갈수록 감격적인 순간도 성큼성큼 다가온다.
이승엽은 통산 42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앞으로 24개만 더 때릴 경우, 전인미답의 450홈런 고지를 밟는다. 통산 홈런 톱5 중 이승엽 외 현역은 이호준(NC)뿐. 그조차 317개로 이승엽과 100개 이상 차이가 난다.
이승엽은 올해 홈런 1개당 5.4경기 페이스다. 산술적으로 올해 16.5개가 가능하다. 내년 안으로 450홈런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 프로(한·일) 통산 600홈런은 연내 가능할 수도. 앞으로 15개만 남겨뒀다.
그리고 홈런은 단순히 홈런만이 아니다. 안타이자 타점, 득점, 루타와도 직결된다. 홈런을 치면 안타와 득점은 1이 올라가고 루타는 4가 늘어난다. 타점도 루상의 주자에 따라 1~4가 상승한다.
이승엽은 2000안타와 함께 최다 타점, 최다 득점, 최다 루타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영원한 홈런왕’이자 ‘살아있는 전설’인 이승엽은 홈런 기록에 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스스로 특별한 의미도 더한다. 다른 기록은 부수적으로 따른다고. 당장의 의미(역대 2번째 등)는 덜할 지라도 그렇게 해서 ‘1번째’에 다다를 때가 되면, 다를 것이라고. 이승엽은 “(언젠가)양준혁 선배의 기록을 뛰어 넘어 1번째가 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이승엽은 7일 현재 1922안타 1337타점 1234득점 3654루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그는 올해 역대 2번째로 1200득점, 1300타점, 3600루타를 달성했다. 신기록 달성도 카운트타운이다. 통산 최고 기록(양준혁 1389타점 1299득점 3879루타)이 가시권이다. 홈런을 칠수록 그 기록에 좀 더 가까워진다.
이승엽이 만들 미래의 홈런 이야기는 기대해 볼만 하다. 이승엽은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향해 땀을 흘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더욱 열심히. 또한, 늘 절실하다.
이승엽은 시즌 개막 전 “(KBO리그에)복귀한 이후 최고의 페이스”라고 했다. 하지만 베테랑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5월 들어 주춤했다. 절친한 한 야구인에게 ‘있으나 마나’ 한 존재라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이승엽은 그 말에 웃으면서 반박하지 못했다. “야구가 생각만큼 안 돼 매우 힘들다. 현재 성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뛰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던 그였다.
그러나 곧 이겨내며 다시 타격감을 회복했다. 이승엽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64 5홈런 15타점 12득점으로 삼성 타선을 이끌었다. 모든 찬스마다 해결하진 못했으나, 이마저도 LG전에서 어느 정도 털어냈다.
홈런 페이스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홈런은 단순히 기록 관리용이 아니었다. 영양가 만점이었다. 그의 홈런이 터진 4경기에서 삼성은 3승 1패를 기록했다(시즌 9경기 7승 2패). 그 가운데 이승엽은 LG전 결정타(홈런)를 친 뒤에도 최근 찬스를 놓쳤던 점을 상기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더 많이 잘 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채찍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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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이승엽은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8회 3점 홈런을 때려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역대 4번째)을 달성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주춤하기도 했으나 다시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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