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김하성(넥센)은 지난해 ‘샛별’이었다. 이제 하늘 위로 떠올라 서서히 빛나가는 중. 앳된 얼굴처럼 선수 김하성도 덜 영글었다. 대형 유격수로서 잠재력을 갖췄다. 더 크게 성장할 재목이었다. 때문에 미래가 더 밝을 유망주였다.
그런데 폭풍 성장이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다. 수많은 별이 사라진 올해 김하성이란 별은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아직도 어린 축이다. 막내급이다. 그러나 넥센의 간판선수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팀 내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1년 사이에.
김하성은 시즌 초반 주춤했으나 어느새 제자리로 왔다. 팀 내에서도 도드라진다. 타율 0.305로 규정 타석을 채운 팀 내 야수 중 3번째. 65안타(2위) 12홈런(1위) 36타점(2위) 38득점(2위)으로 타선의 중심이 되고 있다. 장타율(0.559)과 OPS(0.938)는 압도적 1위다. 신인왕을 두고 구자욱(삼성), 조무근(kt)과 다퉜던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이다.
단순히 개인 성적만 좋은 게 아니다. 넥센은 최근 김하성의 활약으로 승수를 쌓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하성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방을 때렸다. 그 존재감이 크다. 이른바 ‘하드 캐리’를 한 날도 꽤 많았다. 김하성은 “그렇지 않다. 선배들이 다 잘 해줘 그저 따라가는 거다”라고 부정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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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성은 최근 넥센의 3번타자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넥센이 5할 승률을 지키면서 3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었던 건 그의 활약이 컸다. 사진=MK스포츠 DB |
김하성은 지난 5월 12일 사직 롯데전에 3번타자로 뛰기도 했으나 5월까지 1번이었다. 하위 타순(6~9번)에 배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3번타자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말에 김하성은 “한 번 잘 했을 뿐이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그의 활약은 한 번 뿐이 아니다.
‘3번타자 김하성’은 미래를 위한 경험에 더 가깝다. 염경엽 감독은 “성장하는 단계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3,4년 후에는 (김)하성이가 팀의 3번타자 혹은 5번타자를 맡아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나 타격감이 좋을 때, 미리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함이다. 당장 그에 걸맞은 활약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안 되면 다시 7,8번으로 이동해 편하게 타격하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김하성은 염 감독의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염 감독은 “하성이가 현재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자리도 잡아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험도 잘 얻고 타격도 잘 하는 김하성을 계속 3번타자로 기용하는 배경이다.
팀이 어려운 상황서 3번타자 김하성의 존재감이 더욱 빛났다. 넥센은 지난 10일 kt에 뼈아픈 역전패를 했다. 3위 자리가 위태롭기도 했지만 그보다 5할 승률(28승 1무 28패) 붕괴 위기였다. ‘5할 승률 플러스’는 넥센이 세운 목표다. 현재로선 버티는 게 능사인 가운데 5할 승률 아래로 떨어질 경우 쭉쭉 내려갈 수 있었다. 게다가 넥센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리 4경기를 졌다.
김하성은 지난 11일 경기서 1회 찬스(1사 2루)서 선취점을 올리는 적시타를 치더니 5회 2루타를 때려 다시 한 번 고종욱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김하성이 뽑은 이 3번째 득점 덕분에 넥센은 웃었다. 이날 최종 스코어는 3-2였다.
김하성은 지난 12일(11-1 승)에도 팀 승리를 이끌었다. 2-1의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8회 고종욱이 행운의 3루타를 치자, 좌전안타로 타점을 올렸다. 3루수 마르테가 처리하기 까다로울 정도로 강한 타구였다. 번번이 달아나지 못해 가슴 졸이던 넥센이 웃던 순간. 그리고 이는 넥센의 대량 득점 도화선이 됐다. 그 마지막을 장식한 건 김하성. 최원재의 커브를 통타, 외야 펜스를 넘겼다. 빨래줄 같이 날아가는 홈런이었다.
김하성의 시즌 12호 홈런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페이스. 김하성의 12호 홈런이 터진 날은 2015년 6월 13일. 상대도 공교롭게 kt였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건 장소다. 김하성은 12개 중 8개를 고척돔에서 날렸다. 넥센이 25개를 기록했으니 김하성의 비중이 1/3에 이른다. KBO리그 내 고척돔 최다 홈런 기록자.
김하성은 “3번타자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했으나 지금껏 퍼포먼스는 충분히 어울린다. 테이블세터와 연결도 매끄럽다. 3번타자 시 성적은 타율 0.310 2홈런 10타점으로 가장 많이 뛰었던 8번타자(타율 0.282 4홈런 12타점)보다 좋은 페이스다. 잘 하는데 굳이 다시 변화를 줄 이유는 없다.
김하성은 “올해 목표로 세운 게 단타보다 장타를 많이 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동안 타율보다 강한 타구를 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했다. 12일 경기 8회 두 타석의 스윙은 모두 매우 매서웠다. 그의 목표대로 순조롭다. 65개의 안타 중 장타가 27개(홈런 12개-3루타 3개-2루타 12개)다.
타율을 아주 신경 쓰지 않은 건 아니다. 한때 안타가 적다고 고민이 많던 그였다. 그러나 타율도 다시 3할로 맞췄다. 3번타자로 뛴 10경기 중 멀티히트가 4번이다. 김하성은 “(최근 주춤했다가 토요일 경기에는)절실함이 통한 건 같다”라며 활짝 웃었다.
매 타석에 집중하나 타율도 자신의 한계선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가 바라보는 건 3할이 아니라 3할2푼, 3할4푼이다. 김하성은 “타율이 2할8푼일 때는 3할을 목표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그렇게 된 순간 나도 모르게 풀어지는 면이 있다. 그럴 때마다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하성의 성장은 넥센에서만이 아니다. 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수비도 안정됐다. 지난 12일 그는 두 차례나 결정적인 호수비를 펼쳤다. 그의 인지
김하성은 올스타전에 못 뛸 경우, 1박2일 여행이라도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이 같은 활약을 펼치는 그를 안 보고 싶은 야구팬은 없을 것이다. 그 여행 계획도 ‘훗날’로 미뤄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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