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양) 윤진만 기자] "FC서울에 데얀과 아드리아노가 동시에 빠지고, 오늘 경기하는 성남FC에 황의조와 티아고가 다른 팀으로 간다고 상상해보세요."
전남드래곤즈 노상래 감독은 팀 공격의 ‘핵심’ 스테보와 오르샤가 거의 동시에 팀을 떠난 현 상황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아드리아노 없는 서울이라… 확 와 닿았다. 스테보는 올시즌 부진했다고는 하나, 수비벽을 부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외인 공격수였고, 오르샤는 팀 득점(18골)의 절반(5골 4도움)을 홀로 책임진 에이스였다.
노 감독은 “배천석 이지민과 같은 선수들이 동기부여를 갖고 열심히 해주겠지만, 어느 팀에나 ‘핵심’들은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우린 공격 진영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라 두 선수의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2일 성남전을 앞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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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성남전을 0-1 패배로 마치고 망연자실한 표정의 전남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나는 법. 둘이 빠진 채 임한 전북~성남전에서 전남은 연패했다.
전북전에서 59초 만에 헤딩골을 낚은 이지민은 성남전에서도 오르샤 자리인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하여 과감한 돌파와 전진 압박으로 날개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하지만 문제를 잘 풀고도 정답을 적어내진 못했다. 배천석은 노 감독이 지적한 ‘피지컬’에 대한 약점을 드러내며 겉돈 감이 있었다.
자연스레 양준아 김영욱에 부담이 가중했다. 두 중앙 미드필더는 중원 사수를 위한 압박, 수비 못지않게 공격 진영에서도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벤치에 경기를 시작한 한찬희 허용준은 찬스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이지, 골로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 유형과는 거리가 있었다.
노 감독 입장에선 전반 43분 티아고에 실점한 이후로 경기에 변화를 줄래야 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기장 안에 뛰던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슛은 허공을 갈랐고, 프리킥은 수비벽에 막혔으며, 전진 패스는 번번이 상대 수비수들에게 차단했다. 전주에서 드러난 답답한 경기 내용이 광양에서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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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상래 감독은 자일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노 감독은 “한 번의 실점 상황에서 실점했다. 그런데 우린 공격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무의미하게, 안일하게 찬스를 버리는 경우가 잦았다”며 경기 후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9일 제주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피어오른 한 가지 희망은 새로 영입한 자일이다. 드리블, 패스, 슛과 같은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 오르샤의 공백을 어느정도 지워주리라 기대를 모으는 외인 공격수다. 스스로도 몸상태가 60%밖에 되지 않
노 감독은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새로운 선수들이 녹아들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남은 자일이란 옷을 입고 한여름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를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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