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어쩌다 이들이 꼴찌 싸움을 하게 된 걸까.
최고 몸값팀 한화의 불가사의했던 꼴찌 레이스가 끝난 뒤, 팀 순위표 밑바닥에 남겨진 이름은 놀랍게도 삼성(9위), 안타깝게도 kt(10위)였다.
삼성이 지난해와 같지 않을 것임은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팀의 이듬해가 ‘꼴찌다툼’으로 전개되리라고는 차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올시즌 개막 전 야구판에서 가장 흥했던 장담 중의 하나는 ‘올해 kt가 꼴찌는 안 한다’였다. 그러나 석 달을 달린 끝에 kt는 꼴찌로 떨어졌다.
예상을 넘어서고 믿음을 배반하면서 이들의 전반기는 왜 틀어졌을까.
↑ 2016시즌은 삼성 구단 역사상 최악의 ‘외인농사’로 기록될 위기다. 외인 원투펀치를 기대했던 웹스터(왼쪽)와 벨레스터(오른쪽)는 결국 모두 중도 퇴출됐다. 사진=옥영화 기자 |
삼성은 밴덴헐크의 이탈 공백이 느껴졌던 지난해에도 외인투수(피가로 클로이드)가 합작 24승을 했다. 그러나 올해 전반기에 수확한 외인투수의 승수는 웹스터의 4승뿐. 그나마 개막 두 달의 기록이었고 그는 종아리 부상으로 6월초 이탈 후 결국 퇴출됐다. 3경기 만에 떠나보낸 벨레스터의 대체카드 레온은 고작 한 경기를 던지고 어깨를 움켜쥐었고, 무려 나바로의 후임인 발디리스 역시 개막 한 달 만에 발목을 다쳤다. 삼성은 결국 전반기의 근 절반을 외인선수 없이 치르는 최악의 전개를 견뎌야 했다.
제9구단 NC의 성공담에서 보듯 신생팀이 빠르게 자리 잡는 데는 형님 팀들보다 한명 더 쓸 수 있는 외인선수 효과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kt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반기도 ‘외풍’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초반 에이스 역할을 해냈던 마리몬은 부상 후 끝내 짐을 쌌다. 피노는 한달 반의 부상 공백 후 6월초 돌아왔지만, 복귀 후 무승. 그나마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밴와트는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 선발 마운드의 외인카드 석장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결국 kt가 지난해 54경기 12홈런의 댄 블랙을 던졌던 승부수는 의미를 잃었다.
▶삼성 – 부상 도미노와 무너진 마운드
주전들의 부상 이탈은 모든 팀들이 겪는 고민이다. 그러나 전반기 삼성은 그 중 속앓이가 심했다. ‘절대 메울 수 없는’ 나바로-박석민의 공백을 각오한 시즌, 남은 타자들의 촘촘한 활약이 절박했으나 발디리스-박한이-김상수-구자욱-조동찬 등이 부상 릴레이로 힘겨웠다.
계산대로 풀리지 않은 곳은 마운드가 더했다. 외인 원투펀치의 ‘폭망’과 차우찬의 부상, 장원삼의 부진-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은 줄곧 헐거웠다. 불펜은 더 심각했다. 임창용(KIA)을 방출하고 꾸려낸 그림은 제대로 맞지 않았다. 안지만은 끝내 제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초반 분전했던 심창민은 날이 더워지면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팀 ERA(5.78), 팀 피홈런(113개)에서 전반기 최하위. 그러나 위기의 삼성 마운드는 끝내 이렇다 할 해결책을 짜내지 못한 채 반환점을 돌았다.
▶kt – 팀타율 최하위 + 팀실책 1위
지난해 전반기보다는 후반기 모습이 나았던 kt. 올해는 더 짜임새 있는 전력으로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 5월 중순까지는 5할 승부의 중위권 싸움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선발진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모래알처럼 흩어진 전력은 아직 영글지 않은 이 팀의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김상현 마르테의 출발이 지난해만 못했고 유한준이 부상을 겪은 타선은 팀 타율(0.274), 팀 득점(406점)에서 모두 최하위로 떨어질 만큼 힘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해낼 근성과 조직력은 이들의 것이 아니었다. 전반기 1위에 오른 실책 개수는 경기당 0.95개(81경기 77개)를 넘었다. 초보라고 위로받던 지난해의 기록(경기당 0.82개)을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 kt는 전반기 최종일이었던 14일 주장 박경수가 “팬들에게 상처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반성과 사과를 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패기의 ‘막내구단’에겐 쉽게 회복하기 힘든 내상으로 남을 참담한 전반기 마무리였다. 사진=kt위즈 제공 |
삼성은 지난해 페넌트레이스까지만 해도 ‘도도한 팀’이었다. 구석구석 일등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구단과 선수단이었다. 곱씹어보면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강타한 ‘도박스캔들’의 후폭풍이 치명적이었다. 우려 이상으로 무력했던 한국시리즈 패전에 이어 허리띠를 졸라맨 삭막했던 겨울. 그 시간을 겪고 돌아온 ‘2016 삼성’은 더 이상 예전의 느낌이 아니다. 여유가 사라졌고 자신감도 미지근해졌다. 선수들의 의욕과 근성이 떨어졌다는 쓴소리도 많다.
지난해 10월 포수 장성우의 부적절한 언동이 전 여자친구의 SNS를 통해 폭로돼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른 kt는 이후 장시환(사생활 관리소홀) 오정복(음주운전) 등 민망한 징계 케이스가 해를 넘겨 이어지면서 고통을 겪었다. 애써 분위기를 추스르며 후반기 장성우 복귀를 준비 중이었으나 지난 12일 베테랑 김상현의 공연음란죄 불구속 입건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악의 충격파를 맞았다. 하루 뒤 김상현의 임의탈퇴, 다시 하루 뒤인 14
그라운드 밖에서의 선수단 관리 실패로 혹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두 팀. 숨찬 꼴찌싸움 속에 전력 그 이상의 힘을 내야 하지만, 무력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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