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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환 기자> |
이제 싱글 골퍼 고지가 멀지 않게 느껴져서일까. 강남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만난 신수지(25)는 골프 얘기를 할 때면 한껏 신이 난 표정을 지었다. 리듬 체조 불모지 한국에서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했던 앳된 소녀는 은퇴 후 프로 볼러로 변신해 사람들을 놀래키더니, 어느새 골프에 빠져 스윙을 고민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리듬 체조로 국내 최고 자리에 올라보고, 볼링으로 프로가 된 그에게도 골프는 아직 ‘신세계’나 다름없는 존재다. 지인들의 스크린 내기 골프에 끼고 싶어 골프채를 잡은 지도 어느덧 3년째지만 방송 활동을 병행하다보니 실제로 골프에 집중한 것은 1년 남짓. 그 사이에 벌써 버디도 잡아보고 80대에도 들어서니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체조는 제게 애증의 대상이죠. 사랑해서 시작했지만 부모님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셨고 저도 즐길 수가 없었어요. 11년 동안 선수 생활하면서 웃은 순간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순간 딱 하나니까요. 이후에 방황하다 찾은 볼링은 음료수 내기 하나에도 목숨걸고 덤벼들만큼 즐거운 놀이고, 골프는 아직 수수께끼 같은 존재에요. 이제 풀어가는 과정이죠.”
물론 아직 프로 수준의 골퍼는 아니지만 성장세가 빠르다. 근육량이 많은 덕분에 드라이버 비거리가 길다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제일 믿는 클럽이 드라이버에요. 필드 나가서 치면 180m에서 200m는 나오니 괜찮죠?”라며 웃은 신수지는 이내 “오히려 아이언 방향성이 떨어지고 퍼팅 정확도가 생각처럼 안 늘어요. 투 온 시켜놓고도 퍼팅 3번씩 하려면 너무 화나죠”라며 찌푸린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개인 운동 종목을 다양하게 경험해보며 실력 향상에는 노력 외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신수지다. 매 순간 자신이 하는 운동에 열중하다보니 몸도 그에 따라 변할 정도다. 체조 선수 시절 체중 관리에 온 힘을 쏟느라 여성복 44사이즈도 커서 아동복을 입던 신수지는 볼링을 하면서 근육이 늘어 허벅지 둘레가 2인치나 늘었고, 골프채를 잡은 후에도 안정된 스윙을 위해 하체 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연습장을 일주일에 다섯번씩 찾아 하루에 1000개씩 스윙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 날은 골프 장갑에 피가 배어나오더라고요. 무조건 반복 연습으로 완성도를 높이자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냥 푹 빠져서 하다보면 몸은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되죠.”
신수지는 내친 김에 아마추어 다음 단계까지는 도전해보려는 생각이다. “당장은 80대만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지만 곧 더 욕심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웃음). 지금은 아니라도 티칭 프로 시험에 도전해볼 생각이에요”라며 입을 굳게 다물어 보인 이유다.
물론 당장은 ‘본업’에 매진해야 할 때다보니 미래의 일이다. 다가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체조 해설로 활동할 신수지는 후배 손연재(22·연세대)의 연기를 볼 생각을 하면 오히려 선수 때보다 더욱 떨린다고 말했다.
“저야 최연소고 메달 부담도 없었죠.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생각하면 손에 땀을 쥐는 정도를 넘어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이런 때는 아무 것도 보지 말고 스스로 몸과 마음을 기계처럼 만드는 수밖에 없죠. 그저 연재가 실수만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인터뷰 후에도 또 골프 연습을 하겠다는 그에게 왜 그리 스포츠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같이 즐기고 끝나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스포츠밖에 없지 않나요? 어릴 적 운동할 때는 힘들어 울기도 했지만 울 시간에 하나라도 더 하자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게 해준 것도 스포츠랍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신수지가 티칭 프로
■ She is…
△1991년 서울 출생 △세종대학교 체육학 △2008년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출전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체조 국가대표 △2014년 프로볼러 선발전 합격
[이용익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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