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가 장고 끝에 내린 결단은 ‘교체’였다. 라이언 피어밴드를 웨이버 공시한 뒤 ‘옛 에이스’ 앤디 밴 헤켄을 영입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승부수다.
넥센은 22일 오후 1시45분 밴 헤켄의 영입을 발표했다. 연봉, 계약금 없이 옵션 10만달러에 계약했다.
지난 15일 세이부 라이온즈가 밴 헤켄을 웨이버 공시하면서 시작된 고민이었다. 지난달 로버트 코엘로를 스캇 맥그레거로 바꾼 넥센은 외국인선수 교체 카드 1장을 갖고 있다.
밴 헤켄은 지난해 말 넥센의 설득에도 NPB리그에 도전하겠다며 세이부와 계약했다. 이적료를 받았던 넥센은 밴 헤켄의 보류권을 갖고 있다.
피어밴드와 밴헤켄을 놓고 저울질을 했다. 지난해 13승을 올렸던 피어밴드는 올해 개막전 선발투수였다. 지난 19일 후반기에도 가장 먼저 등판했다.
↑ 앤디 밴 헤켄은 23일 넥센 히어로즈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또한, 밴 헤켄의 현재 상태도 중요했다. 밴 헤켄은 NPB리그에서 10경기 4패 평균자책점 6.31로 부진했다. 140km를 넘지 않는 등 구속 저하가 뚜렷했다. 그리고 나이도 적지 않았다. 밴 헤켄은 1979년생으로 KBO리그 현역 외국인투수 중에서도 ‘큰 형님’이다.
그러나 넥센은 고심이 컸다. 무엇보다 넥센은 ‘에이스’가 필요했다. 신재영이 전반기에만 10승을 올리며 크게 활약했지만, 외국인투수가 중심축을 잡아주지 못했다.
넥센은 21일 현재 50승 37패로 3위에 올라있다. 2위 NC와 승차도 3.5경기인 반면 5위 SK와 승차는 6.5경기다. 포스트시즌도 대비해야 했다.
그 점에서 맥그레거와 성격이 다르다. 넥센은 현재보다 미래를 대비해 맥그레거를 영입했다. 그러나 밴 헤켄 영입은 미래가 아닌 현재를 고려했다.
밴 헤켄은 지난 2012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2014년에는 20승 투수로 다승왕 및 골든글러브 수상자다. 지난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이끄는 등 지난 3년간 큰 무대에 강하다는 걸 입증했다.
넥센은 밴 헤켄이 지난해(15승 8패 평균자책점 3.62 196⅔이닝) 페이스만 보여줘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밴 헤켄은 NPB리그 마지막 등판인 지난 8일 오릭스 버팔로스전에서 140km 이상으로 구속이 회복됐다. 2군 5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95로 좋은 피칭을 했다는 점도 감안했다.
세이부의 웨이버 공시 이후 NPB리그 내 다른 팀이 밴 헤켄을 데려갈지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22일 오후 1시 세이부 외 NPB리그 11개 팀은 밴 헤켄에게 영입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
선택권은 넥센에게 넘어갔다. 결단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넥센은 1시간도 채 안 돼 ‘외국인투수 교체’를 최종 결정했다.
연봉, 계약금 없이 옵션 10만 달러는 밴 헤켄의 명성을 고려해 상당히 작은 규모. 그러나 세이부에서 잔여 연봉을
그만큼 밴 헤켄도 넥센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2년 전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쳤던 아쉬움이 누구보다 컸다고. 밴 헤켄은 “연봉, 계약금 없이도 좋은 추억이 있는 팀에서 우승의 꿈을 위해 다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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