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8강은 ‘현실’이다.
4년 전 런던에서 목에 건 동메달로 기대치가 높아졌을 뿐,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올림픽 8강은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성적이다. ‘골짜기 세대’, ‘역대 최약체’가 참가해서가 아니다. 한국 축구의 냉정한 현주소다. 홍명보호가 이번 대회에 참가했어도 동메달을 딸까? 누구도 장담 못 한다.
선수단은 할 만큼 했다. 못했다고 하기엔 디펜딩챔피언 멕시코를 잡고, 축구 강국 독일과 비긴 결과가 매칭이 안 된다. 아주 잘했다고 하기엔 온두라스전 결과가 부끄럽다. 기대감, 목표는 둘째 치고 전력만 놓고 볼 때 8강이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 칭찬받기엔 모호하지만, 그렇다고 비난을 받기에도 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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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온두라스에 0-1로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사진(브라질 벨루오리존치)=AFPBBNews=News1 |
기록을 토대로 하나하나 다시 짚어보자.
한국의 경기력은 ‘솔직’했다. 상대적인 약팀에 강했고, 강팀을 상대로는 약했다. 아래 패스 히트맵을 보면 피지전과 온두라스전에선 공을 오래 소유했고, 이를 토대로 경기를 장악했단 사실을 알 수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팀 트웰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온두라스전에는 64%의 볼 점유율, 38분의 볼 점유시간을 기록했다. 멕시코전과는 극명한 대조를 띠었다. 멕시코전에선 점유시간이 18분에 그쳤고, 패스 성공 횟수도 온두라스전의 1/3 수준인 114개였다. 성공률은 69%에 불과했다. 4개의 슛을 쐈고, 그중 한 개만이 유효슛이었다.
앞서 독일전에선 온두라스전 못지않게 많은 패스(338회 시도)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 패스들이 수비 진영과 양 측면에 쏠렸다. 중원은 텅텅 비었다. 44%라는 나쁘지 않은 점유율에도 중원을 상대에 내줘 경기를 어렵게 풀었다. 독일전에서 한국은 6개의 유효슛으로 3골을 만들었다. 멕시코전에선 권창훈이 ‘원샷원킬’을 했다. 2경기에서 승점 4점을 거둬 조별리그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한 건 ‘결정력’ 덕분이지 ‘경기력’이 빼어나서는 아니라고 기록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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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올림픽팀 4경기 패스 히트맵 흐름. 데이터 분석업체 "팀 트웰브"는 분석 시스템에 코딩된 2000여가지의 패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스 히트맵을 추출했다고 밝혔다. 이미지=팀 트웰브 제공 |
이 2경기를 토대로 보자면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거나, 뛰어넘었다는 평가는 과하다. 어차피 결과론적인 얘기겠지만, 승점 4점 혹은 6점을 딸 가능성만큼이나 2점 혹은 0점에 머물 가능성 또한 상존했다.
칭찬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었다. 때때로 한국 축구는 상대적 약체와의 맞대결에서조차 경기를 주도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이번엔 달랐다. 피지를 상대로 손쉽게 8-0 대승을 따내고, 온두라스를 일방적으로 두들겼다. 고질적인 문제인 ‘결정력’이 멕시코전까지 개선된 것처럼 보이다가 온두라스전에서 종적을 감춘 것이 8강 탈락으로 귀결했을 뿐이다.
손흥민을 포함한 신태용팀 선수들은 분명 부족했다. 개개인 실력도 부족했고, 준비 기간도 부족했다. 국제대회 경험 또한 부족해 아마추어와 같은 실수도 종종 범했다. 허나 이 ‘부족’이라는 것은 어디에 목표를 잡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조별리그 통과를 기대했다면 이 팀은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었을 것이다.
세계 축구계가 FIFA랭킹 48위 국가에 4강을 허락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결정력도 더 높아야 하고, 경기력도 나아져야 한다. 물론 실수도 줄여야 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브라질에서 열린 두 메이저 대회에서 절실히 느꼈다. 누구 하나 때문에 졌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8강에서 도전을 멈춘 건 ‘한국 축구’다.
[박스] 와일드카드 손흥민은 부진했을까?
온두라스전을 통해 탈락이 확정한 후 와일드카드 손흥민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든 것은 일정 부분 이해가 간다. 그의 발끝에서 한 골이 나왔으면 한국이 준결승에 진출할지도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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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 달리다. 사진(브라질 사우바도르)=AFPBBNews=News1 |
하지만 어디까지나 결론적인 얘기다. 손흥민은 (피지전 제외) 3경기에서 9개의 슈팅(유효 6), 78%의 패스 성공률(83/65), 드리블 시도 13회(성공 4) 등 월등하진 않았지만, 제 몫을 해냈다. 상대 공격 차단도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17회(독일전 10회)나 기록했다.
특히 패스 히트맵에 드러난바, 대부분의 공격은 손흥민이 주로 위치한 좌측면에서 이뤄졌다. 선수들은 알게 모르게 ‘흥민이 형’에
온두라스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번 놓쳤지만, 독일전에선 천금 같은 동점골로 토너먼트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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