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위기는 맞다. 그러나 탈출구 없는 ‘재앙’이라고 절망만 할 상황은 아니다.
4년 연속 ‘가을야구’가 유력한 현재 리그 3위팀 넥센이 ‘오너리스크’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사기와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넥센 이장석 대표(50)는 하루를 넘긴 구속전 피의자 심문 끝에 17일 새벽 영장 신청이 기각되면서 구속 수사를 면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가 재미사업가 홍성은 씨로부터 받은 20억원을 ‘투자금’으로 인정한데 이어 16일에는 검찰이 넥센 남궁종환 단장까지 공모, 횡령혐의로 기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표를 둘러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으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일단 숨은 돌렸다. 다만 구체화되고 있는 횡령 혐의와 어지러워지고 있는 경영권 다툼 위기 속에 넥센의 ‘오너리스크’는 쉽게 해소될 기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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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오너리스크’가 닥쳤지만, 넥센은 낙담보다 희망을 걸어야 하는 팀이다. 실속 있게 성장했고 4년 연속 PS 진출이 유력한 안정적인 전력을 만들어 놓았다. 사진=옥영화 기자 |
2007년말 히어로즈 창단 이후 지금까지 실질적인 유일의 구단주였던 이 대표는 구단의 운영은 물론, 선수단의 운용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단 운영 전반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기존 어느 구단에도 없던 프런트 수장의 영역을 개척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이 대표의 이탈이 가져올 넥센의 변화는 엄청난 크기일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구단의 절망, 나아가 리그의 재앙으로 단언하면서 무리한 감싸기에 나서거나 무작정 위기감을 확대하는 것은 섣부르고 위험하다.
일단 탈법과 부정이 있었다면 단호히 바로잡는 것이 리그가 위기를 탈출하는 길이다. 승부조작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구단의 불법경영 의혹에 닥쳐서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인 탄탄하게 자리 잡은 구단 넥센의 가치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두고 있는 넥센은 16일 현재 두산 NC에 이어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적지 않았던 구단의 자금난 속에서 거의 매 시즌 주력 선수들을 잃는 ‘마이너스’ 스토브리그를 계속했지만, 창단 후 5년간의 만년 하위권을 탈출한 2013시즌 이후 이 팀은 효과적인 성장 시스템과 유기적인 경쟁능력을 채워내면서 그 어느 팀보다 내실 있는 성장을 했다. 객관적인 열세 전력을 뒤집는 성과를 낼 만큼 선수단의 내부적인 화합 시너지와 자가 성장 엔진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혔다는 평가가 높다.
여기에 올해부터 국내 유일 돔구장의 주인이 되면서 부족했던 흥행성도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기록적인 폭염 공세까지 겹쳐 관중동원력과 경기력 모두에서 평가가 급등한 돔구장 홈의 실질적 가치는 시즌 전의 전망을 훨씬 웃돌고 있다.
사기와 횡령혐의로 인한 이 대표의 이사직 상실 위기와 넥센의 경영권 분쟁은 별개의 사안이다. 이 대표는 대표 자리를 내놓더라도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막판까지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성공하리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만약 이 대표의 경영권에 위기가 닥치고 ‘주인’이 표류하는 결말이 그려지더라도 고척돔을 쓰고 있는 서울 구단 넥센의 현재 가치는 새로운 기회를 마냥 비관할 만큼 미약하지 않다. 넥센이 암울한 전력의 장기 하위권 팀이었다면 상황은 훨씬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잘 성장한 창단 10년째 넥센은 팬들과 리그가 ‘희망’을 걸어볼 만한 투자 가치의 구단이 됐다. 무리한 낙관도 경계해야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의지와 노력까지 포기할 정도로 두려움과 비관에 빠지는 것은 무력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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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억원대 사기,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넥센 이장석 대표가 하루를 넘긴 피의자 심문 끝에 17일 영장 기각을 받아내면서 구속 수사를 면했다. 사진은 지난 8일 서울 중앙지검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사진=천정환 기자 |
히어로즈는 이장석 대표의 도전과 모험으로 시작됐다. 불안하고 미약했던 출발에서 오늘의 성장을 이루어내기 까지 그의 창의적인 경영 능력에 큰 공이 있지만, 그만큼 구단 내 구성원들의 노력과 KBO의 적극적인 지원, 타 구단들의 동업자적 이해가 있었다.
넥센의 ‘오너리스크’를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이 필요한 이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공으로 과를 덮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자주 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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