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21일 고척 삼성-넥센전은 시즌 KBO리그 최단 시간 경기였다. 2시간23분 만에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딱 3명. 셋 다 환상적인 역투를 펼쳤다. 그 중 으뜸은 밴 헤켄(넥센)이었다.
밴 헤켄은 8이닝 동안 27명의 타자를 상대해 3피안타 1볼넷 1사구 1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5회 이지영 이후 피안타는 없었다. 안타 3개도 모두 단타. 한 이닝에 2명을 내보내지 않았다. 삼성은 2루에 주자가 가지도 못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완벽한 피칭이었다”라고 칭찬했다. 밴 헤켄의 제구는 특히 훌륭했다. 104구 중 스트라이크는 72개(69.2%). 낮게 제구된 속구와 포크에 삼성 타자들은 속절없이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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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 헤켄은 21일 고척 삼성전에서 8이닝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해, 넥센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KBO리그 복귀 후 최다 이닝이다. 앞의 4경기에는 모두 6이닝을 소화했다. 밴 헤켄은 “매 이닝 집중을 해 오래 던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밴 헤켄은 2012년 KBO리그에 진출한 뒤 완투가 한 번도 없었다. 8회까지 투구수는 104개. 적지 않았지만 완벽투였기에 9회 등판도 가능했다.
밴 헤켄은 “그렇지 않다. 마무리투수 김세현을 믿었다. 종전보다 2이닝을 더 던진 것만으로 기쁘다”라고 전했다.
밴 헤켄은 삼성과 악연도 끊었다. 삼성전 통산 2승 9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했다. 승운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6월 24일 이후 789일 만에 삼성전 승리투수가 됐다.
밴 헤켄은 “KBO리그 첫 시즌(2012년)부터 삼성은 늘 힘든 팀이었다. 지난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리를 이겼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더욱 승리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예전 이승엽을 상대로 500홈런을 맞았는데, 오늘은 600홈런(2개 남았다)을 허용하지 않아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넥센은 하나의 공식이 있다. 밴 헤켄 등판 시 넥센이 승리한다. 벌써 그렇게
밴 헤켄은 이에 대해 “그게 내가 넥센에 온 이유다.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그렇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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