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최근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9번타자는 김하성이다. 얼마 전만 해도 중심타선(3번 200타수)에 배치돼 힘을 썼던 그가 타순 맨 마지막까지 내려갔다. 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8번타자(109타수)로 자주 기용됐지만 9번타자는 느낌이 또 다르다.
김하성은 지난 20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고정 9번타자다. 하루 뒤 1번타자를 맡았으나 좌투수 차우찬을 대비해 타순이 바뀐 것. 그는 24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26일 LG 트윈스전까지 9번타자로 출전했다.
전략적인 배치는 아니다. 김하성의 타격 부진 때문이다. 김하성의 후반기 타율은 0.196(107타수 21안타)로 2할이 안 된다. 8월 들어 더 악화됐다. 0.139(72타수 10안타)로 타격감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일 3할이었던 시즌 타율은 0.273까지 내려갔다. 김하성이 2할7푼대를 기록한 건 지난 5월 27일(0.278) 이후 3개월 만이다.
최근 9번타자로 기용된 4경기에서 14타수 1안타(0.071)에 그쳤다. 26일 LG전에는 1타점을 올렸지만 3타수 무안타. 모두 내야 땅볼. 부진의 터널에 꽤 오래 갇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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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히어로즈의 김하성은 최근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다. 타순도 9번으로 이동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슬럼프가 길어지는데, 심재학 타격코치는 타격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심 코치는 “멘탈의 문제다. (김)하성이에게 타석에 설 때마다 (개인 기록이 나오는)전광판을 바라보지 말라고 한다”라고 전했다.
쉼표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런데 김하성은 26일 현재 115경기를 뛰었다. 전 경기 출전이다. 지난해 그는 140경기로 팀 내 최다 출전 공동 1위(다른 1명은 박병호)였다.
염경엽 감독은 ‘젊은’ 김하성에게 휴식보다 출전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계속 뛰면서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 또한, 주전 유격수로서 매 시즌 140경기를 뛴다는 마음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경험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나쁜 것도 겪어봐야 한단다. 염 감독은 “변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강압적으로 할 수 없다. 스스로 경험해야 한다. 못해야 뭐가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이어 “(김)하성이도 지금 ‘과정’이다. 잘 치든 못 치든 루틴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현재 젊은 시기에 이것저것 다 경험하는 게 좋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타이틀 욕심에 너무 얽매이지 않기를 바랐다. 지난해 누구보다 김하성의 골든글러브 수상을 바랐던 그다. 염 감독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하고 20-20을 못 해도 된다. 괜찮다. 하성이에겐 시간이 많다”라고 했다.
계획을 세우고 한 계단씩 밟아가야 하나, 인생이 늘 순탄하게 계획대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쓰라린’ 경험이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다. 훗날을 위한 좋은 약이다.
급할 건 없다. 넥센은 그런 팀이다. 더욱이 순위 경쟁에 민감하지 않은 현주소이기도 하다. 29경기만
넥센은 기다린다. 김하성이 슬럼프를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기를. 9번 타순에 김하성이 없다면, 그 날이 온 것이다. 타격감 회복 후 김하성은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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