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4-1’이 뒤집혔다. 2003-04 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스페인)가 8강 1차전에서 AC밀란에 1-4로 패한 뒤, 홈에서 4-0 대역전하며 4강 티켓을 가져갔다. ‘리아소르의 기적’은 훗날 뒤집기 승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12년 뒤, FC서울은 ‘상암의 기적’을 꿈꾼다. 현재 처한 상황은 데포르티보-밀란전과 빼닮았다. 서울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전북현대에 1-4로 대패했다.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데포르티보가 그랬던 것처럼 4-0으로 승리하면 기적적으로 결승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3-0 승리도 무방하다.
서울 황선홍 감독은 15일 울산전을 마치고 “3골 차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극복 못할 것도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 이 한판에 서울 황선홍 감독과 전북 최강희 감독의 자존심도 걸렸다. 사진=김영구 기자 |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선제골은 필수불가결 조건이다. 전반 이른 시간 골은 천금 기회요, 역전승의 발판이다. 전북이 닥공(닥치고 공격)을 버리고 닥수(닥치고 수비)를 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 일명 ‘아데박’ 트리오를 앞세운 역공으로 수비진을 뒤흔든다면 의외의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지난 주말 전북의 리그 연속 무패 기록을 끊은 제주의 역공 전략이 힌트다.
여기까진 서울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전북은 어떨까. 역시나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린다. 서울이 ‘리아소르의 기적’을 내민다면, 전북은 ‘AFC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역사상 1차전 3골 차 승리가 뒤집힌 적은 없다’는 ‘팩트’로 맞선다. 2010년 수원삼성(vs 성남일화), 알가라파(vs 알힐랄) 올해 트락토르 사지(vs 알 나스르) 모두 뒤집기에 실패한 기록은 전북을 미소 짓게 한다.
경험 없는 초짜라면 큰 경기를 앞두고 흔들릴지 모른다. 전북을 10년째 이끄는 최강희 감독은 다르다. 그에게는 경기를 뒤집은 경험과 뒤집힐뻔한 경험이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시아를 제패한 2006년 울산현대와 준결승 1차에서 2-3으로 패한 뒤, 2차전 원정에서 4-1 승리로 역전했다. 알 카라마와의 결승에선 반대로 홈에서 2-0으로 이기고, 2차전 원정에서 후반 41분 제칼로의 극적인 골로 경기를 1-2로 마쳐 종합 전적 3-2로 우승컵을 들었다.
↑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경기 장면. 이날은 전북이 4-1로 승리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최 감독은 “당시 준결승 2차전을 앞두고 울산이 FIFA 클럽 월드컵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울산은 우리가 뒤집을 줄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거다”라고 지난 2일 상주전을 앞두고 회상했다. 최 감독은 2004년 아시아 축구 역사상 최고의 뒤집기 경기(1-3, 5-0)로 회자하는 성남일화(현 성남FC)와 알 이티하드와 결승전도 떠올리며 “축구가 그런 것”이라고 했다. 두 사례를 통해 ‘방심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다시금 가슴속에 새겼다.
이러한 경험에 올 시즌 서울전 4전 전승 중인 자신감, 정신무장이 더해져 상대에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지난 주말 제주에 의해 리그 연속 무패 행진이 끊긴 건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다고 전북은 여긴다. 최 감독은 “중요한 건 분위기다. 제주전 패배가 선수들에게 아프
2016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FC서울(1) vs 전북현대(4)
10월 19일 오후 7시30분, 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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