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선발 류제국은 조금 힘겨운 피칭을 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3분의1을 넘지 못할 만큼 제구에 고전한데다가 수비의 깔끔한 도움도 받지 못하면서 2회 4실점하고 말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양상문감독이 3회 이동현을 바로 교체 투입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승부수였다.
이날 실제로 막판에 몰려있었던 것은 넥센이지만, 양감독 역시 ‘5차전은 없다’는 각오로 비장하게 임했다. 5차전 선발이 예정된 상대 에이스 밴헤켄을 그만큼 충분히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류제국의 과감한 강판과 이동현의 조기 투입 결정이라는 공격적인 마운드 릴레이는 바로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 ‘베테랑’ 이동현의 부활과 역투는 LG 마운드에 ‘가을 자신감’을 더해주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이동현은 이날 그를 선택한 벤치의 확신에 최선의 응답을 했다. 5회 1사까지 2⅓이닝동안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넥센 타선을 압도하면서 경기의 흐름을 되돌렸다. 이동현이 넥센을 4득점으로 묶어두면서 LG는 후반 대역전 드라마를 설계할 수 있었다.
특히 불의의 오른 종아리 통증으로 자진 강판할 수밖에 없던 5회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팀의 계투 작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아픈 다리로도 끝내 한 타자를 상대했고 땅볼로 잡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LG 더그아웃의 젊은 후배 선수들에게 ‘투혼’을 전파한 장면이었다.
이동현은 좋은 환경 속에서 행복한 성장만을 했던 선수가 아니다. 수차례의 수술 끝에 번번이 재기하면서 다부지게 저력을 기른 투수다. 역경과 싸워 이겨낼 줄 아는 강인한 ‘베테랑’ 이동현이 아쉬움이 남았던 올해 정규시즌 성적을 말끔히 지우고 이 가을에 맞춰 최고의 컨디션으로 부활한 것은 LG 마운드에 더없을 호재다. 큰 경기에서 ‘베테랑’의 담력은 무엇보다 든든하기 때문이다.
이제 LG는 2위 NC에게 ‘가을 도전장’을 내밀게 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거쳤지만, 마운드 소모를 놀라울
비록 정규시즌에서는 꽤 체급차이가 나는 전력을 보였던 두 팀이지만, NC와 LG의 꽤 재미있는 가을승부가 기다려진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