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지도자를 바라보는 구단의 시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코치 경험이 전 무한 무명선수 출신의 프런트 직원이 감독으로 임명되는가 하면 국내야구 지식이 전혀 없는 외국인이 최고 대우를 받고 감독 자리에 앉았다. 반대로 하마평에 무수히 올랐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은 애초부터 감독 후보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 나름 프로에서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낸 사람은 김기태 감독(KIA 타이거즈)과 김한수 감독(삼성 라이온즈) 정도다. 나머지 8명은 아예 프로 경험이 없거나(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내세우기 초라한 성적이 전부다.
↑ 한국 프로야구의 감독 틀이 넓어지고 있다. SK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트레이 힐만 감독이 28일 입국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가장 큰 단점은 ‘아집’이다. 자기만의 야구 스타일을 고집하고, 주변 사람의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런트를 더욱 난감하게 만드는 건 뭐가 잘못된 지도 모른 채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경우다. 한 프런트 관계자는 “얘기가 전혀 안 통하는 감독이 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중에 그런 감독이 많다. 선수 시절 야구는 잘 했을지 모르지만 이론적으론 코치들이나 하물며 프런트 직원보다도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혀를 찼다.
반대로 무명 선수 출신의 감독은 귀를 한껏 열어놓고 있다. 자신의 부족한 면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한다. 감독과 코치 그리고 프런트의 역할을 철저히 분리해 의견을 수렴한다. 제왕적 감독을 거부한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건 한국 프로야구의 큰 손실이다.은퇴 뒤 현장에 있지 못하고 주변에서 맴도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 첫 번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대부분의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을 감독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그리고 기회를 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몇 년 뒤 평가는 바뀐다. ‘공부를 안 한다’,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 등등의 이유로 감독 후
한 무명 선수 출신의 야구인이 한 말이 기억난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 사람들 공부를 안 하잖아요. 덕분에 저 같은 사람도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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