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의 여성혐오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보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스탄 반 건디 미국프로농구(NBA)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감독도 그중 한 명이다.
디트로이트 지역 유력 매체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는 10일(한국시간) 피닉스 선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반 건디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전날 대통령 선거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틀 전 LA클리퍼스에게 32점차 대패를 당해 이날 경기가 중요해졌지만, 반 건디는 "이날 경기에 대해서는 논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라며 6분간 트럼프에 대한 우려를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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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탄 반 건디 디트로이트 감독은 눈앞에 있는 경기보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더 걱정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
반 건디는 "도덕적인 세계로 가는 길은 멀지만, 정의를 향해 구부리게 된다"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며 "나는 이말을 오랫동안 믿고 살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정말 비열했다. 이에 대처하는데 있어 힘든 시간을 보낼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범한 후보가 아니었다. 정치 노선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에 대해서는 벽을 쌓고 '나는 유색 인종이 싫고, 여성은 남성에게 봉사하는 성적 대상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밖에는 아는 게 없다. 어떻게 투표소에 들어가서 그에게 표를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절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에는 백인 노동자층의 표심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는 점, 그리고 상대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이메일 파문 등으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반 건디는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것도, 힐러리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수백만의 미국인들은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주의가 있는 리더는 실격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당황스럽다. 이 나라에서 일어난 수많은 일들이 나를 부끄럽게 했지만, 오늘은 이 나라가 나를 부끄럽게 한다"며 그를 지지한
대선 결과에 대한 절망감을 드러낸 것은 반 건디만이 아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선 하루 뒤인 이날 미국 각지에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당분간 미국은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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