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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보수적인 스포츠입니다. 갖가지 스마트 기기와 IT 기술, 과학적 도구의 발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추상적인 철학과 신념, 낭만이 축구계를 움직이고 있죠.
근대 축구가 발생해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전술과, 철학, 그리고 이를 주창한 인물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축구를 발전시켜 왔지만, 그 중에는 과학과 논리가 아니라 맹목적인 믿음에 근거한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축구 분석학의 대가이자 많은 축구팀과 축구 관련 기관에서 컨설팅을 하고 있는 두 학자의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는 철저한 통계와 수치에 근거해 축구를 바라봅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데이터와 연구 결과들 속에서, 나름 축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팬들조차 지금껏 생각해 보지 못했던, 또는 오해하고 있었던 축구의 새로운 이면들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축구계에서 숫자 혁명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상입니다. 눈앞에 닥친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팀과 감독, 선수들은 점차 도태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축구를 보는 새로운 눈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친절한 입문서이자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머니볼》이라는 책이 있죠. 2003년 초판이 나온 이후 전 세계를 아우르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로도 각색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책은 약팀으로 분류되던 메이저리그 구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당시 단장이 ‘데이터 야구’를 도입하여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 간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이 책은 이전까지 맹목적인 통념과 믿음에 지배당하고 있던 야구를 철저한 데이터와 과학적인 분석으로 혁신시키는 데 일조했습니다.
빌리 빈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사용했던 방식은 이제 모든 메이저리그 팀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를 넘어 전 세계 야구와 모든 스포츠 종목에 ‘숫자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요. 이 혁명은 분석 기술의 개발과 IT 혁신에 맞물려 그 물리적 토대가 더욱 든든해졌습니다. 야구, 미식축구 등의 팀 스포츠뿐 아니라 육상, 수영, 사이클 등 개인 종목에서도 숫자와 통계, 데이터는 어느덧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축구는 어떨까요? 팬들에게는 안타깝게도, 아직은 가장 보수적인 스포츠에 속합니다. 전문가와 관련 종사자들은 축구가 숫자로 해석하기에 너무나 복잡하고 연속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숭고한 철학이나 신념과 같은 것들을 토대로 하여 수많은 고정관념들을 만들어 왔고요. 그렇게 그들은 아무나 그 자리를 손쉽게 넘볼 수 없는 축구계의 권위자로서 든든한 지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과 데이비드 샐리는 말합니다. 축구의 통계 수치 속에도 분명하면서 아주 의미심장한 ‘패턴’들이 존재한다고.
저자들은 각각 코넬 대학교의 사회과학자와 다트머스 대학교의 행동경제학자라는, 축구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직함을 가진 학자들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많은 축구팀과 축구 기관들에 데이터 분석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축구분석학의 개척자들입니다. 《머니볼》에서 경제학자 마이클 루이스와 통계학자 빌 제임스가 그랬듯이, 저자들 또한 이 책에서 어떤 편견도 없이 냉철한 눈으로 축구를 보는 방법과 그 적용 예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Q: 골을 넣은 직후 가장 조심해야 한다?
A: No! 통계상 골을 넣은 직후의 실점률이 가장 낮다.
Q: 코너킥은 득점을 올릴 절호의 기회다?
A: No! 아무리 잘 훈련된 팀이라 할지라도 코너킥 득점률은 극히 낮다.
Q: 최고의 전력을 갖추려면 월드클래스 슈퍼스타가 필요하다?
A: No! 강한 선수보다 약한 선수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약한 선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Q: 롱볼 축구는 점유율 축구보다 퇴보된 전술이다?
A: No! 높은 점유율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으며, 스토크 식의 롱볼 축구가 훨씬 효율적인 경우도 많다.
축구는 수많은 잘못된 고정관념들로 가득합니다. 객관적인 수치를 이용해 축구를 보는 것이 비록 조금은 덜 낭만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축구를 둘러싼 오류들로부터 해방될 수는 있습니다.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는 그런 진실을 추구하는 축구팬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숫자와 관련된 내용들도, 실제적인 사례들과 다양한 도표 자료들을 통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2013년 초판 발행 이후 이듬해 개정을 거치면서 영국 현지를 넘어 전 세계 축구계에 숫자 혁명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고요.
슈퍼스타들의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급여, 빅클럽들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그리고 분석 기술의 발전과 함께 양적으로만 늘어나는 혼란스러운 축구 수치들은 우리로 하여금 축구를 제대로 보고 이해하는 데 여전히 큰 장애물이 됩니다. 그러나 축구의 숫자 혁명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클럽들이 명목상에 불과한 수준에서 탈피하여 상당한 지위를 보장받은 데이터 분
내가 응원하는 팀이 숫자 혁명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체계적인 자료를 토대로 더욱 강해지기를 원하는지, 그런 면에서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