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마지막’이라는 말, 이승엽(41·삼성)은 이제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귀로 더 많이 듣는다. 그만큼 모두가 그의 마지막 시즌을 주목한다.
이승엽은 “스타가 된 기분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슈퍼스타다. 야구인은 그를 가리켜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다”라고 평한다.
언젠가는 작별을 해야 하며 그 순간이 곧 다가온다. 그는 2017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야구팬은 아쉬워하나 이승엽은 때가 왔다고 했다. 스스로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있다. 그의 은퇴 결심은 확고하다.
“41세까지 야구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지금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지금 떠나는 게 늦었다고 판단될 때도 있으나 시즌 후가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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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
올해 삼성은 많은 게 바뀌었다. 상당히 젊어졌다. 김한수 감독이 부임했고, 젊은 선수들도 많아졌다. 이승엽이 KBO리그 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해(1999년) 태어난 선수도 있다. 그럴 때면 이승엽도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삼성은 경쟁이 화두다. 누구도 예외 없이 동등하게 훈련을 한다. 어느 때보다 훈련양도 많다. 이승엽도 함께 운동하고 있다.
그는 늘 타의 모범이 된다. 스프링캠프도 예외가 아니다. 타격 훈련에서 토스 배팅 도움을 주거나 타격 훈련 시에도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한다. 선배라는 이유로 특혜를 원하지 않는다.
이승엽은 오는 25일 한화와 연습경기부터 실전에 나간다. 그 전까지 비경기조다. 원정 연습경기에는 경기조만 버스에 탑승한다. 그런데 지난 18일만은 예외로 이승엽이 동행했다.
요미우리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기 위함이다. 이승엽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요미우리에서 활약했다. 특히, 2006년 요미우리의 4번타자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해 143경기 타율 0.323 41홈런 108타점을 기록했다.
이승엽이 활동할 당시 팀 동료였던 다카하시 요시노부 감독을 비롯해 니오카 도모히로 코치, 아베 신노스케, 사카모토 하야토, 초노 히사요시 등이 요미우리에 소속돼 있다.
“요미우리 시절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다. 당시 너무 힘든 생활을 했다. 이번 기회에 요미우리 옛 동료를 다시 만났는데 정말 반가웠다. 다들 베테랑이거나 코칭스태프가 됐다. 이제는 좋은 기억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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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
야구팬은 영원한 홈런왕답게 홈런 타이틀을 거머쥐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홈런 1위의 기록은 40개. 이승엽은 27개의 홈런을 때렸다. 이승엽은 그 말을 듣자마자 손사래를 쳤다. 그렇지만 대충은 없다. 그는 승부욕이 강하다. 홈런은 곧 자신과의 싸움이다.
“말이 안 된다. 많이 쳐야 30개 정도 아닐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숫자다. 야구가 쉬울 때도 있지만 어려울 때도 있다. 투수가 한 가운데로만 공을 던지는 게 아니다. 쉽지 않겠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기도 싫다. 최대한 많은 안타, 홈런을 치고 싶다. 내 나이가 있으니 이 정도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승엽은 이미 400홈런, 2000안타를 달성했다. KBO리그 통산 최다 타점 기록도 경신했다. 그가 이루고 싶은 개인 기록은 더 이상 없다. 그래도 마지막 시즌, 그가 꼭 해내고 싶은 기록이 하나 있다. 144경기 출전이다.
“개인 수상을 목표로 뛰지 않는다. 목표는 시즌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화하는 것이다. 1번이라도 엔트리 말소되면 134경기로 줄지 않은가. 나에게는 (그 10경기가)아까운 시간이다. 최대한 부상 없이 많은 시간을 1군에서 보내고 싶다.”
이승엽의 현역 마지막 경기는 어느 경기일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삼성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이승엽의 현역 마지막 경기다. 지난해 같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일까, 아니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일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축포가 터지는 날 유니폼을 벗는 것이다.
이승엽도 많은 생각은 한다. 이렇게, 또 저렇게 상상하기도 한다. 아직 특별히 결론을 짓지 못했다. 팀 성적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삼성은 지난해 9위를 기록했다. 맨 높은 곳까지는 아닐지라도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뛰고 싶은 소망은 있다.
“일희일비하고 싶지는 않다. 가진 실력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 개인적인 바람은 새 구장(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포스트시즌 경기를 뛰고 싶다. 프로는 우승이 당연한 목표다. 우승 외 의미는 크게 없다. 그렇지만 지금 팀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해 (한국시리즈 우승이 아닐지라도)포스트시즌에 나간다면, 나도 마음 편히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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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
“미완의 팀인 삼성은 분명 무서운 팀이 될 것이다. 다만 새로 팀을 만드는데 처음부터 치고 나가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난해 밑바닥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올라갈 일밖에 없다. 또한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신구 조화를 이룬다면, 분명 깜짝 놀랄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삼성을 5강 후보로 안 꼽겠지만 난 분명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승엽은 끝으로 은퇴식 없이 떠날 수도 있다고 했다. 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개인을 위한 이벤트 때문에 자칫 중대한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개인보다 팀을 강조하고 있다.
“은퇴식이 너무 거창해 팀에 악영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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