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63)은 바뀌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얼마나 바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유임 후 첫 공개 석상에 나타난 그의 이미지는 여전히 고집불통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유럽파 현지 점검을 마치고 귀국한 13일. 그가 나타날 입국장은 취재진으로 붐볐다. 어느 때보다 그의 입에 관심이 쏠렸다.
그의 입에서 듣고 싶었던 것은 유럽파와 허심탄회하게 나눴던 대화 내용이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질 위기에 몰렸던 슈틸리케 감독이다. 유임된 이후 그의 첫 입장 표명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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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경질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그에 대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사진(인천공항)=김영구 기자 |
더욱이 월드컵 본선 진출과 탈락의 기로에 놓인 한국축구는 최종적으로 그에게 운명을 맡겼다. 기회가 다시 주어진 가운데 임무는 더욱 막중해졌다. “감독으로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밝혔으나, 그는 결국 주어진 임무를 실패할 경우, 짐을 싸고 떠나면 그만인 이방인이다. 좀 더 진중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한국축구는 위기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얼마든지 미끄러질 수 있다. 카타르전(원정)-이란전(홈)-우즈베키스탄전(원정)으로 이어지는 잔여 일정도 험난하다.
매 경기가 결승이다. 승리를 놓칠 때마다 러시아는 멀어져간다. 살얼음판이다. 슈틸리케 감독보다 더 가슴 졸이며 그 위를 걷는 축구팬이다.
불안감을 지우고 희망을 심어줄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이번 유럽 출장의 목적 중 하나가 주요 선수들과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였다. 영업 비밀에 따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가 공개적으로 내놓은 방안은 딱히 새롭지가 않았다.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카타르전을 준비하는 기간이 평소보다 더 길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시리아전을 마친 이후 기자회견 때와 다르지 않았다.
간섭하고 관여할 기술위원회의 조언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전술 변화, 새 얼굴 점검 등의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아주 큰 변화를 예고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기강을 잡으면서 내부를 결속시키는 방향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했다. ‘마이 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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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신임을 받은 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첫 공식 인터뷰. 그에게 듣고 싶던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사진(인천공항)=김영구 기자 |
슈틸리케 감독이 비판을 받았던 것 중 하나는 팀을 만드는 과정이 약하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색깔이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했고, 기술위원회는 코칭스태프 추가 선임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다른 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희망하는 수석코치의 역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국내 선수와 소통을 하면서 기강을 잡아줄 지도자를 원했다. 자신이 질타를 받고 있는 전술 부재에 대해 조력할 인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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