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에서 전력 보강을 노릴 수 있는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FA(자유계약선수)는단기간에 팀의 전력과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잡아왔다. 선수들에게도 FA는 또 다른 기회였다. 잘만 하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1999년 도입된 이후 FA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최근 들어 FA자격을 취득하는 최대어급 선수들의 몸값은 천문학적인 수준까지 올랐다. 올 시즌만 하더라도 KIA 타이거즈 최형우(34)가 첫 100억 시대를 열었고, 일본과 미국을 거쳐 롯데 자이언츠에 복귀한 이대호는 4년 총액 150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렇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확실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몸 관리에 신경 쓰는 선수들이 늘었고, 40대가 넘어서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도 자주 눈에 띄게 됐다. 자비를 들여 겨울에 해외로 훈련을 떠는 선수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FA제도가 생긴 이후에 나타나는 풍경들이다.
특히 FA를 앞둔 선수들은 펄펄 날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FA로이드’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의욕은 불타오를 수밖에 없고,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는 선수들도 종종 나온다. 최근에는 해외진출을 앞두고 해외리그에 확실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동기 부여의 하나로 떠올랐다. 일종의 예비FA효과에 소속팀은 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에는 해당 선수를 계속 붙들어야 하는 숙제를 접하기도 한다.
KBO 리그에서 FA 자격요건을 얻기 위해서는 리그 등록된 상태로 9시즌을 뛰어야 한다. 4년제 대학 졸업자에 한해서는 8시즌 뛰어도 자격 연한을 채운 것으로 인정해준다. 그러나 연수만 채운다고 자격 요건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타자는 페넌트레이스 2/3 이상 출전, 투수는 규정 투구 횟수의 2/3 이상을 투구하거나 1군 등록 일수가 145일을 넘긴 시즌이 9시즌이 넘어야 한다.
올 시즌을 마치고도 대어급 FA가 새롭게 등장한다. 또 FA자격을 재취득하는 간판선수들도 꽤 많다. 이제 2017시즌도 두 달여가 흘렀다. 예비 FA들을 중간 점검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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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예비 FA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 민병헌(왼쪽)과 롯데 손아섭(오른쪽). 이들은 최대어라는 평가에 뒤쳐지지 않은 시즌 초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 최대어는 민병헌·손아섭, 올 겨울도 뜨거울까
지난해 겨울은 차고 넘치는 FA들로 뜨거웠다. 올 겨울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가대표 외야수인 민병헌(30·두산 베어스)과 손아섭(29·롯데 자이언츠)이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2013시즌부터 3할 타율에, 2014시즌부터는 3할 타율과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인 민병헌은 2015년과 지난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주역으로 꼽힌다. 폭넓은 외야수비와 강한 어깨, 그리고 정교한 타격과 장타를 날릴 수 있는 능력, 빠른 발까지 민병헌은 장점이 많은 선수다. 올 시즌을 앞두고 5억5000만원에 연봉계약을 마친 민병헌은 올 시즌도 순항 중이다. 19일 경기까지 39경기에서 타율 0.331 5홈런 21타점 OPS 0.869를 기록하고 있다.
손아섭도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9일 경기까지 39경기에서 타율 0.320 3홈런 20타점 32득점 7도루 OPS 0.871을 기록 중이다. 2010년부터 3할 타자로 군림 중인 손아섭은 정교한 타격에 2013년 36도루, 지난해 42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빠른 발도 갖춘 선수다. 2015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를 노크한 바 있어 해외진출 가능성도 남아있다.
SK와이번스 정의윤(31) 역시 올 시즌 주목받는 예비 FA 중 한명이다. LG시절 만년 유망주에서 2015시즌 중반 SK로 트레이드 된 후 거포 본능 깨웠다. 특히 지난해 27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거포로서의 자질을 한껏 뽐냈다. 하지만 올해는 37경기에서 타율 0.239 4홈런 12타점으로 뜨거운 타격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주장 김상수(27)는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했지만 16경기에서 타율 0.305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채태인(35)도 생애 첫 FA자격을 앞두고 34경기 타율 0.345 3홈런 OPS 0.920 등 맹타를 날리고 있다.
투수 중에는 한화 이글스 안영명(33)이 FA자격을 취득한다. 생애 첫 FA를 앞뒀던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1년 뒤를 기약해야 했던 안영명은 올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31로 다소 인상 깊지 못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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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FA취득을 앞두고 부진에 빠진 KIA 김주찬(왼쪽)과 삼성 장원삼(오른쪽). 사진=MK스포츠 DB |
◆ 명암 엇갈리는 FA 재취득자 대상자들의 행보
FA를 재취득하는 선수들 중에도 대어급이 많다. 2013시즌이 끝난 뒤 당시 4년 총액 75억원으로 FA최고 몸값 기록을 세웠던 롯데 안방마님 강민호(32)도 재취득을 앞우고 있다. 강민호는 36경기 타율 0.289 6홈런 16타점 등으로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역시 같은 팀 최준석(34)도 37경기 타율 0.317 2홈런 21타점으로 친구 이대호(35)와 함께 롯데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한화는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정근우(35)와 이용규(32)가 모두 재취득 대상자들이다. 이용규는 팔목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정근우는 38경기 0.301 3홈런 19타점으로 제몫을 하고 있다. 동갑내기 친구인 NC다이노스 이종욱과 손시헌(이상 37)도 재취득 대상이다. 손시헌은 부상 속에서도 2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4를 기록 중이다. 개막 무렵 고양 퓨처스팀에 있었던 이종욱은 1군에 올라와 23경기에서 타율 0.263으로 고전 중이다.
혹독한 2017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재취득 예정자들도 있다. KIA타이거즈 김주찬(36)은 38경기에 타율이 1할대(0.176)로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안그래도 원래대로면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를 재취득해야 하는 게 맞지만, 부상 때문에 1년 늦춰졌다. 삼성 장원삼(34)도 올 시즌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5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8.84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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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재취득 대상자 중 한 명인 롯데 정대현은 아직 1군 등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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