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대학과 학회 세미나에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메가 이벤트로 1988 서울 올림픽과 2002 한-일 월드컵이 항상 거론됐다. 특히 한-일 월드컵 경우에는 한국만을 성공 사례로 들고 있었는데, 필자에겐 충격적인 수준의 성공적 평가였다. 뭔가 저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던 차에 세계적인 석학과 담소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필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외부에서는 한-일 월드컵 개최를 성공적이라 평가하고 있는데, 한국 국민인 내 생각은 다르다. 일례를 들자면, 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 지표상 흑자로 나타난 것은 맞다. 그런데 외국학자들이 간과 한 것이 하나 있다. 1980년대 까지 민주화 공간이었던 ‘광장’은 1990년대 후반 들어 국민의 공감이 부족한 ‘노동운동’의 공간으로 변화하였고, 급기야는 ‘광장’에 모이는 것 자체로도 국민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월드컵 개최이후 ‘광장’이 축제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광장’에서 ‘광우병’과 관련한 저항 축제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월드컵이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었고, 이것이 경제적 손실에 영향을 미쳤으니 이 손실 또한 ‘월드컵 개최 경제효과 평가’에 포함되어야 한다!”
돌아온 석학의 대답은 필자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당신은 과연 ‘광우병’과 관련한 국민의 저항이 한국 사회와 문화 발전에, 민주화에 역행했다고 판단하는가? 당신은 과연 한국 국민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당당히 해낼 수 있었던 ‘광장’ 시민운동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가?, 한국은 월드컵이 없었다면 민주화는 물론 사회, 문화 등의 성장이 지금보다 더 빨리 이루어질 수 있었겠는가?”
연이은 물음에 필자는 아무 답변도 할 수 없었다. 당시 에피소드는 필자의 생각 구조 체계를 전면 수정하는 계기가 됐다.
스포츠 이벤트란 이런 것이다. 단순한 스포츠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람이 있다. 문화가 있고, 사회가 있고, 정치도 있다. 돈도 포함된다. 많은 사람들은 ‘적자다’, ‘흑자다’ 늘 경제적 측면만 논한다. 전문가들이란 사람들조차 그렇다. 스포츠 이벤트의 잠재된 무형적 가치는 측정 불가다. 물론 이 무형의 가치가 문제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하기에 따라 이 가치를 극대화 할 수도, 그야말로 휴지만도 못하게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탄핵 정국을 겪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한국 민주화와 국가 발전을 요구했다. 지독히도 평화적이었고, 우리 사회는 성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슬펐고, 상처도 많았다. 대가가 너무 컸다. 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은 어땠나? 즐거웠고, 행복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 생애 딱 한번만 더 월드컵을 치르면 좋겠다!’ 우리는 그러하지 않았는가. 또한 성장하지 않았는가.
2018 평창 올림픽 개최가 멀지 않았다. 혼신을 다해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탄핵에, 대선에 너무 혼란스러웠다. 평창 올림픽은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었다. 골칫거리였다. 여전히 문제도 많고, 탈도 많다. 현장 담당자들의 앓는 소리는 멀리 미국까지 들린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은 뭐하나’, ‘적자 올림픽 개최 취소하라’, ‘개최 계획 전면 수정하라’고 주장한다. 허나 시기를 놓친 것들을 놓고 서로 탓만 할 수는 없다.
평창 올림픽은 국정농단으로 상처 난 우리의 가슴을 치유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금은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주어진 기회를, 이 축제를 잘 준비해야 할 때다. 너나 할 것 없다. 민간단체, 행정조직, 지식인
다시 한 번 신명나게 놀아보자. 그리고 성장하자, 대한민국!
미국 플로리다에서, 김헌일 청주대학교 교수(스포츠 산업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