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미국엔 특별히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Sports Illustrated cover jinx)’라는 게 있다. 유명 스포츠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에 실린 선수나 팀은 다음 시즌 성적이 나빠지는 징크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로 이 잡지 표지에 선정된 선수 중에는 선정 직후 뛰어난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가 많아, 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선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 위와 같은 징크스는 그리 반갑지 않다. 가장 널리 알려진 징크스는 흔히 ‘2년차 징크스’라 부르는 것이다. ‘소포모어 슬럼프(sophomore slump)’ 또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고 하기도 한다. 소포모어(sophomore)는 2학년이라는 뜻이다. 신인으로서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두 번째 시즌에 겪는 부진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야구에서 이런 현상이 도드라졌다. 물론 고교나 대학에서 1학년 때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 2학년이 되어 겪는 슬럼프를 비롯하여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들과 연예인들의 2년차 슬럼프에도 쓰인다.
선수들에게는 흔히 볼 수 있는 2년차 징크스이지만, 감독들의 경우에도 2년차 징크스는 피할 수 없는 일일까. 1982년 출범 이후 프로야구는 숱한 감독들을 배출해왔다. 이중에서 명장으로 거듭난 이들도 있고, 스쳐지나가듯 자신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라진 이들도 있다. 이 중에서도 혹독한 2년차 징크스를 겪은 감독들도 있지만, 화려한 2년차를 보낸 이들도 있다.
올 시즌 2년차로 감독을 보내는 이는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이다. 7일 경기까지 롯데는 27승29패로 넥센 히어로즈와 공동 6위에 머물러 있다. 조 감독에게 2년차는 징크스가 될지, 아니면 반등의 시즌으로 남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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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리즈 우승을 10차례나 이끈 명장인 김응용 대한아구소프트볼협회장도 2년차 징크스를 피하지 못한 대표적인 감독이다. 사진=MK스포츠 DB |
◆ 명장들에게 혹독했던 2년차 징크스
물론 2년차 징크스는 명장들에게도 혹독했다. KBO리그의 대표적 명장으로 꼽히는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76)도 그랬다. 김 회장은 감독으로만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해태 9번·삼성 1번)을 경험했다. 프로야구 출범 전부터 감독으로서 국가대표를 이끌었던 김 회장은 프로 출범 2년째인 1983년 해태 지휘봉을 잡았고, 그해 해태를 이끌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프로 감독 2년차였던 1984시즌에는 43승3무54패로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물고 말았다.
국민 감독이라는 별칭이 붙은 김인식(70) KBO 총재특보도 2년차 시련을 겪은 대표적인 감독이다. 동국대 감독과 해태 수석코치를 지냈던 김 감독이 처음으로 프로팀 사령탑으로 1군 무대를 밟은 때가 1991년이다. 당시 쌍방울의 창단 감독을 맡았던 그는 그해 52승3무71패로 창단팀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팀을 6위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2년 쌍방울은 41승1무84패로 8개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결국 김 감독은 쌍방울을 떠나야 했고, 1995시즌부터 OB베어스에 부임해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재박(63) 전 감독도 2년차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 사령탑을 맡았던 첫해 67승5무54패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4위로 이끈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승리하며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켰다. 다만 아쉽게도 한국시리즈에서는 해태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2년차였던 1997년에는 51승4무71패로 팀이 6위에 그쳤다.
2년차 징크스까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김성근(75) 전 한화 감독은 1984시즌 OB사령탑으로 부임해 그해 팀을 3위(58승1무41패)로 이끌었지만, 1985시즌에는 51승2무5 7패로 6개 구단 중 4위를 차지, 성적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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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초보감독시절부터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고, 2년차인 2012시즌에도 통합 2연패에 성공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물론 감독들에게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다소 무색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감독들은 오히려 2년차 성적이 좋았다. 감독으로서 경험이 쌓이기 때문에, 초보 시절보다는 더 나은 팀 운영을 하기 때문이다. 롯데를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강병철(71) 전 감독은 2년차(감독대행 포함)였던 1984년 롯데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대행을 포함하지 않고, 감독으로 2년차인 1985년에도 59승51패로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뒀다. 다만 그해에는 삼성이 전·후기리그를 모두 우승, 한국시리즈가 열리지 않았다.
감독 첫해인 2004년 70승1무62패로 두산을 3위에 올려놨던 김경문(59) NC다이노스 감독은 2년차인 2005년 72승3무51패로 2위를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팀을 이끌었다. 다만 아쉽게 당시 선동열(54) 감독이 이끌던 삼성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선동열 감독은 2년차 징크스가 없었던 대표적인 이다. 2005년 초보감독 시절 삼성을 이끌고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선 감독은 2년차인 2006년에도 73승3무50패로 삼성을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이끈 뒤 한국시리즈에서 김인식 감독이 이끌던 한화를 누르고 2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이는 같은 삼성을 맡았던 류중일(54) 전 감독도 마찬가지다. 류 감독은 선 감독에 이어 2011년 삼성 사령탑에 부임한 뒤 그해 삼성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고, 2년차인 2012시즌에도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류 감독은 이후 2시즌 더 삼성의 통합우승을 이끈 감독으로 남아있다.
지난해 감독 2년차 시즌을 보낸 김태형(50) 두산 베어스 감독도 우승의 감격을 맛본 사령탑이다. 초보감독 시절 두산을 이끌고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모두 승리하는 저력을 연출했던 김태형 감독은 2년차인 지난해 두산을 21년 만에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명장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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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일수 전 두산 감독은 1년 만에 옷을 벗은 대표적 사령탑 중 한 명이다. 사진=MK스포츠 DB |
2년이라는 기간은 감독 생활의 분수령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보통 감독들의 계약은 2년 내지는 3년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2년차 시즌의 성적이 감독으로서 롱런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2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한 감독들도 여럿 있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배성서(73) 전 감독은 첫 해 꼴찌(7위)에 머문 뒤 2년 째 47승4무57패로 6위에 그치자 물러났다. 현재 LG를 맡고 있는 양상문(56) 감독도 2004시즌 롯데 사령탑에 부임, 1년차 시절에 팀이 최하위에 머무는 시련을 겪었지만, 2년차였던 2005시즌 58승1무67패로 5위로 올려놓고도 재계약에 실패하고 말았다. LG사령탑을 맡았던 박종훈(58) 현 한화 단장은 2년차 시즌이었던 2011년 59승2무72패로 6위에 머물자 중도퇴진했다. 계약기간을 3년 남기고, 옷을 벗은 것이었다.
2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1년 만에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이도 있다. 1987시즌 롯데를 이끌었던 성기영(80) 감독은 그해 54승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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