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19일 전 대전은 ‘화약고’였다. 살얼음을 걷는 승부를 이틀 연속 펼쳤던 한화와 삼성은 예민했다. 초반 팽팽한 균형은 잇단 사구로 폭발됐다.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고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퇴장한 선수만 5명. 이틀 뒤 상벌위원회에서는 두 팀과 선수 4명, 코치 2명이 징계 대상이었다.
경기는 흥미로운 케네디 스코어로 끝났지만, 한화와 삼성은 앙금을 풀지 못했다. 시리즈 마지막 경기였다. 대화를 나눌 시간도 없었다. 삼성은 곧장 대구로 떠났다. 한화도 다른 폭탄이 터져 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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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만에 대전에서 다시 만난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 이번에는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팽팽한 힘겨루기는 이번에도 계속됐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철전지 원수가 될 수는 없다. 동업자다. 그리고 시즌 일정의 절반도 소화하지 않았다. 6번만 겨룬 두 팀은 10번의 맞대결이 남아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기 마련이다. 재회까지는 오랜 기다림이 걸리지 않았다. 19일 후 대전은 ‘만남의 장소’가 됐다.
더 이상 날선 분위기가 아니었다. 두 팀은 “이미 지난 일이다”라며 확대되기를 원치 않았다. 이상군 감독대행과 김한수 감독도 경기 전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 관해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잘 준비할 것이다”라고 했다.
선수단도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화해의 장을 마련했다. 두 팀을 대표해 삼성 주장 김상수와 한화 임시주장 송광민이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김상수는 한화 더그아웃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했다.
한화와 삼성의 경기에 4사구는 꽤 많았다. 지난 6번의 맞대결에서 기록된 4사구가 56개(평균 9.3개). 사구만 11개였다. 지난 5월 19일과 21일 경기에서는 4개씩이나 나왔다.
이날도 사구가 2개 있었다. 4회초 2사 2루서 오간도의 빠른 공이 김헌곤의 왼팔을 맞혔다. 바로 직전 김정혁의 2루타에 이승엽이 홈까지 쇄도하다 하주석의 정확한 송구에 아웃됐다. 삼성이 추격의 불씨를 당기던 상황이었다. 삼성이 4-5로 뒤진 9회초에도 1사 1,2루서 이승엽이 정우람의 공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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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모르니까.’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신경전은 치열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하지만 19일 전과 같은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한 두 팀 선수단은 그라운드로 뛰어나가지 않았다. 포수 허도환이 김헌곤에게 다가가 사과했고, 김헌곤도 툭툭 털고 일어나 1루로 향했다. 이승엽 역시 별 일 없이 만루를 채웠다.
경기 전 두 팀의 훈훈한 분위기는 경기 시작 후 뜨겁게 달아올랐다. 승부욕은 그와 별개였다. 삼성과 한화는 최근 만날 때마다 치열했다. 시즌 7번째 승부도 다르지 않았다. 0의 균형은 오래가지 않았다. 2회초 이승엽의 2점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오간도의 시즌 3번째 피홈런. 3개 중 2개를 이승엽이 기록했다. 19일 전 대전구장에는 5개의 아치가 외야 하늘을 바탕으로 그렸다.
이날도 장타가 펑펑 터졌다. 곧바로 펼쳐진 한화의 반격은 2루타 퍼레이드였다. 한화는 0-2로 뒤진 2회말 2루타 4개로 3득점, 승부를 가볍게 뒤집었다. 그리고 정근우의 적시타로 4-2로 달아났다.
한화도 대전 하늘에 홈런을 쏘아 올렸다. 6회말 이성열이 백정현의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이성열의 시즌 7호 홈런. 시즌 7개 중 3개를 삼성전에서 기록했다.
6월의 둘째 주 토요일, 대전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삼성과 한화의 시즌 7차전도 팽팽한 기운이 감돌았다. 한화가 앞서가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었다.
삼성은 4회초 2사 만루-5회초 2사 2루-6회초 2사 1,2루 등 한화를 계속 압박했다. 그리고 기어코 8회초 안타 3개와 볼넷 1개, 폭투 1개를 묶어 2점을 만회하며 1점차로 따라 붙었다. 한화는 역전 위기를 넘긴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한화와 삼성은 올해 6번의 대결에서 한 쪽으로 크게 기운 적이 없었다. 1점차 2번, 3점차 2번, 4점차 2번이었다. 이날도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였다. 한화는 8회말 로사리오의 기습적인 도루 2개로 1사 3루 찬스를 맞이했지만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부메랑이 날아왔다. 삼성은 9회초 김상수와 러프의 연속 안타, 이승엽의 사구로 마지막 반격 기회를 잡았다. 1사 만루였다. 안타 1개면 역전이었다.
타석에는 이날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인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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