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파주) 이상철 기자]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은 3년 전 한국 땅을 밟으면서 마지막 지도자 생활을 불태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중도 낙마하며 끝내 실패한 지도자로 오점을 남겼다.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 선임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2014년 9월 공석 중인 A대표팀 사령탑에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을 때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낯선 인물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감독이 내세운 차기 감독 8가지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목 놓아 찾던 ‘외국인감독 미계약자’이라는 것만 충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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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틸리케 감독(오른쪽)과 아르무아 코치(오른쪽)의 코리안 드림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천정환 기자 |
슈틸리케 감독은 현역 시절 화려한 명성을 쌓았다. ‘전차군단’의 일원으로 198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 및 1982 스페인 월드컵 준우승에 이바지했다. 또한, 묀헨글라드바흐(독일)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뛰면서 분데스리가 우승 3회, 라 리가 우승 3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준우승 1회, UEFA컵 우승 2회 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감독’ 슈틸리케의 능력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따랐다. 지도자로 남긴 업적이 전무했다. 월드컵,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메이저대회에 나간 ‘경험’이 없다.
클럽이나 대표팀에서 뚜렷한 성과도 없었다.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2008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 본선을 앞두고는 마찰과 개인 사정으로 하차를 해야 했다. 2008년부터 카타르를 무대로 활동했으나 우승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 동안 준비된 성공보다 만드는 성공을 꿈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검증되지 않았으며 성공하지 못한 지도자였다. 콤플렉스였을지 모른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분명 부족한 게 있다. 하지만 한국을 맡으면서 좋은 기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정립된 철학 아래 부족함을 드러낸 지도자가 몇 년 사이 달라질 수는 없다.
우려대로 슈틸리케 감독은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먹구름이 끼었다. 예선 탈락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 잘못의 책임에 있어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장과 떨어져있던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한국행 제의가 지도자 인생의 ‘황금찬스’였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꾸준하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팀이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가졌다. 지도자로 경험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월드컵 기회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에 왔을 당시 나이가 60세였다. 노감독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현대축구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땅을 떠난다.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나마 경력 2줄은 추가됐다. 2015 아시안컵 준우승과 2015 동아시아컵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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