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는 2017 KBO리그. 그 어떤 이보다 시간이 빠르고 또 정신없게 흘렀을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올 시즌 첫 지휘봉을 잡은 새 사령탑들이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45) 감독,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55) 감독,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47) 감독, kt 위즈 김진욱(58) 감독까지. 최근에는 다소 정의하기 애매하지만 감독대행으로 한 시즌을 꾸리게 된 한화 이글스 이상군(56) 감독대행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시즌에 앞서 꾸었던 원대한 청사진과 희망을 어느 정도 이뤄냈을까.
▲파격의 넥센, 장정석호는 색깔보다 팀
새롭게 넥센 지휘봉을 잡은 장정석 감독은 가장 화제의 인물이었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우려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스타선수 출신도 아니었고 운영팀장 등 현장 아닌 현장 속에 있었기 때문. 이 점은 전임 감독이었던 염경엽 SK 단장과 비슷할 수 있었지만 다른 게 있었으니 장 감독은 코치경험까지 없었다. 정말 오랜 시간 그라운드 안과는 멀리 떨어져있었다. 파격, 도전 등 수식어가 장 감독을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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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시계방향) 넥센 장정석 감독-SK 트레이 힐만 감독-kt 김진욱 감독-삼성 김한수 감독. 2017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새 감독들. 사진=MK스포츠 DB |
시작은 불안했다. 넥센은 개막 후 5연패에 빠졌다. 가뜩이나 많았던 우려를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그렇지만 이내 중심을 잡은 넥센은 현재 중위권에서 상위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장 감독만의 특별한 스타일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정후 같은 대형신인이 등장했고 조상우, 한현희 등 마운드 핵심자원도 순조롭게 복귀과정을 거쳤지만 외인농사가 만족스럽지 못한데다 불펜진 두께도 옅어져버렸다. 전체적으로 3~4위에서 5~6위권 성적으로 내려앉은 느낌. 초보감독인데다가 프런트야구가 중심이 되는 팀 특성상 넥센 색깔에 감독 색깔이 얹혀져서 가고 있다.
▲소통과 새로움, 비룡군단에 정착한 힐만 리더십
SK 사상 최초이자 KBO리그 역대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이 된 트레이 힐만 감독. 왕조시대가 막을 내린 뒤 지난 몇 년 중위권으로 하락한 SK에 새 리더십을 불어넣었다. 외국인 감독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는데 그는 더 나아가 힐만 식 야구를 뿌리내리려 애썼다.
소통은 그 중 단연 으뜸이었다. 지나친 격식을 내려놓고 권위적 문화를 없앤 힐만 감독은 경기 중 여러 장면을 통해 선수와 감독이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적 모습을 연출했다. 팀의 지향점인 스포테인먼트에도 적극 화답하며 팀과 완벽한 궁합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또 메이저리그 식 수비시프트를 적극 도입하며 빅볼과 스몰볼을 오고가는 등 다양한 색깔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장타군단을 앞세워 홈런의 팀으로 거듭난 SK. 힐만 감독은 장타를 앞세워 순항하는 팀이 만족스럽지만 홈런 외에 득점루트가 적은 것과 홈런에 가려진 각종 우려요소를 걱정하고 있다. 빅볼과 스몰볼의 밸런스가 한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 고민 속 힐만 감독만의 향후 색깔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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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삼성 김한수 감독-kt 김진욱 감독-넥센 장정석 감독-SK 트레이 힐만 감독) 올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의 임기 초반 당시 모습. 이들은 초반에 그리던 청사진을 어느 정도 이뤘을까. 사진=MK스포츠 DB |
삼성왕조는 지난 시즌 9위라는 성적과 함께 사라졌다. 시즌을 앞두고 팀 핵심선수들 이탈도 막지 못했다. 그러자 구단은 새로운 리더십을 선택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묵묵히 삼성의 중심에 있던 김한수 감독이 그 주인공.
김 감독에게는 내려앉은 삼성을 다시 중흥시켜야하는 임무와 함께 줄어든 자원으로 리빌딩까지 펼쳐야하는 중차대한 역할이 주어졌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예상대로 초반 삼성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주축선수들의 부상, 한 눈에도 옅어진 전력까지. 개막 후 얼마 뒤인 4월9일 단독 10위로 떨어지더니 이후 73일간이나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단순한 최하위 이상의 페이스를 보이며 역대 최다 패배가 우려되는 등 왕조를 이뤘던 삼성에게 견디기 힘든 전망들이 쏟아졌다. 당연히 김 감독만의 야구도 없었다. 무엇인가를 해내기에는 환경이 따라주지 못했다.
그랬던 삼성은 5월 중순 이후 힘을 받기 시작하더니 6월 들어 완연한 상승세 흐름을 탔다. 6월21일부로 73일 만에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부상자들의 복귀, 마운드 안정화, 적절한 불펜 역할이동, 중심타선 폭발, 외인타자 다린 러프의 대반전이 핵심이었다.
이 중 김 감독의 색깔이 드러난 부분들도 적지 않았다. 선발역할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던 최충연, 장원삼을 장필준과 함께 필승조로 전환시켜 경기 후반 뒷문을 단단히 했다. 이는 경기 후반 안정감으로 이어졌다. 선발진 역시 기존 전력에 백정현, 김대우 등을 중용했고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결정적으로 러프를 향한 신뢰가 빛났다. 삼성이 기대를 갖고 영입한 외인타자 러프는 개막 후 4월 한 달 1할대 빈타에 허덕이며 고민을 안겼다. 어떤 선택이 내려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순간. 김 감독은 러프가 반등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내비치며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을 줬다. 그런데 이 부분이 대단한 반전을 일으켰다. 러프는 5월 복귀 후 연일 장타를 때려내며 삼성 중심타선의 핵으로 떠올랐다. 걱정거리에서 복덩이로 거듭난 것.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냉정하게 아직 김 감독만의 색깔이 나온 부분이 많다고 하기에도 부족하다. 그래도 4,5월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일 무대는 만들어진 셈. 김 감독은 22일 탈꼴찌 소감으로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이너스를 하나씩 줄여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순위도 상승할 것이다. 결국 경기력이 더 좋아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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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시계방향 넥센 장정석 감독-SK 트레이 힐만 감독-kt 김진욱 감독-삼성 김한수 감독.사진=MK스포츠 DB |
막내구단 kt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변화를 꾀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의 김진욱 감독을 팀 두 번째 수장으로 택했다. 다만 감독만 바뀌었을 뿐 전력은 그대로인 것이 문제. 공언했던 거물급 FA 영입 및 외인영입은 없었다. 결국 사령탑만 바뀌었을 뿐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성과를 내야하는 것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김 감독은 낙심하지 않는 듯했다. kt에는 젊고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들이 많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들 역시 의문을 느낌표를 바꿔주었다. 캠프 연습경기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시즌 초반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모습들을 보여줬다. kt는 한때나마 리그 선두까지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는데 이 당시 김 감독도 올해만큼은 탈꼴찌를 하고 싶고 또 가능성도 높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게 순항하던 kt는 6월24일 현재 다시 지난 2년간 익숙한 그 자리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다. 순식간에 이뤄진 일은 아니다. 정점을 찍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기본적인 전력이 약한데다가 기대를 모았던 영건들이 초반 이후 급격히 가라앉고 말았다. 그나마 고영표, 김재윤 등이 수확이지만 나머지 자원들은 기대를 넘지 못했다. 베테랑들도 팀 반등을 만들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애당초 기대를 밑돌았던 외인농사는 회심의 카드 타자 모넬이 실패하며 더욱 힘들어졌다. 현재는 대체 외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영입했는데 아직 기대한 모습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의욕이 넘쳤다. 시즌 초반 지는 경기에도 하이파이브를 했을 정도로 팀 패러다임을 바꾸려 노력했다. 물론 중간 중간 위기가 올 것임도 예상했을 터. 하지만 단순한 위기가 아니었다. 김 감독이 기대하고 지향하던 야구를 펼치기 힘들 정도로 급격히 무너진 kt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한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평가받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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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임 감독은 아니지만 한화의 경우 김성근 전 감독의 사임으로 이상군(사진) 감독대행이 올 시즌 팀을 지휘하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한화는 새 사령탑을 선임하지 않고 올 시즌을 맞이했다. 각종 논란 속에서도 김성근 전 감독을 유임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구단과의 파열음이 들렸고 끝내 지난 5월24일 다소 갑작스러운 돌발상황 속 김 전 감독의 사임이 이뤄졌다.
한화는 이상군 감독대행을 선임함과 동시에 새 사령탑을 물색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이 감독대행에게 남은 시즌을 맡긴다며 힘을 실어줬다.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데다가 무엇보다 팀이 활력을 찾았고 그간 문제로 지적 받던 부분들을 빠르게 시정했기 때문. 이 감독대행 역시 신임을 받은 뒤 “진돗개야구”를 펼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물론 시즌 후 이 감독대행의 거취는 알 수 없다. 성적과는 무관하게 몇몇 유력한 인사들이 한화 새 사령탑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도 있다. 여전히 불안한 신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화는 빠르게 안정되고 있고 성적도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끈질기게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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