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짐을 못 풀어요. 날씨도 더운데…”
순위 싸움이 치열한 올 시즌 프로야구에도 변수가 등장한다. 바로 2연전 체제다. KBO리그는 8일부터 9월17일까지 2연전 체제에 돌입한다. 이제 일주일에 2개 팀과 맞대결을 펼쳤던 각 팀들은 3개 팀을 한 주 동안 만나야 한다 이전까지는 많아야 2차례였던 이동 횟수 역시 최대 3차례로 늘어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물론 관계자들도 2연전 체제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2연전은 10개 구단이 팀당 16차전을 치르기 위해서 일정을 짜다보니 나오게 된 ‘고육지책’이다. 2013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2년 동안의 9개 구단 체제에서도 여름에 2연전으로 치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때는 홀수 구단 체제라 한 팀은 휴식기를 보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10개 구단 체제로 바뀐 뒤와는 다르다.
현장에서의 푸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앞서 언급했지만 2연전 체제에서는 이동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체력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화, 수 경기를 원정에서 치르고 목, 금 경기를 홈에서 그리고 토, 일 경기가 다시 원정일 경우 끊임없이 짐을 풀었다 싸야한다. 선수들에게는 힘들고 번거로운 일정이다. 더운 날씨에서 잦은 이동은 피로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경기력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체력 저하가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고, 부상자가 나올 수 있다. 또 위닝-루징시리즈가 갈리는 3연전보다 뚜렷하게 긴장감이 떨어지는 점도 심각한 폐단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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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2연전이다. 프로야구 순위싸움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환영받지 못하는 2연전 시스템이다. 사진=MK스포츠 DB |
◆ 3년째 뻔한 대답 “체력관리가 중요하다”
2연전 체제는 후반기 치열해지는 프로야구 정규시즌의 변수 역할을 한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다. 10개 구단 감독 중 외국인인 트레이 힐만 감독을 제외한 9명의 국내감독들은 “자주 이동해야 하는 게 힘들다. 결국 체력 싸움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힐만 감독은 “겪어봐야 알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3년째 나오는 얘기지만, 2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체력관리다. 체력이 떨어지는 한여름에 장시간 이동과 짐을 싸고 푸는 동안 체력 소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에 이동하기 때문에 잠을 설치는 선수들도 많다. 날씨도 덥기 때문에 수면 부족을 가장 힘든 점으로 꼽는 선수도 있다. 한 지방팀 선수는 “늦게 이동하고, 숙소에 도착하면 새벽 3~4시일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체력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부상이다. 최근들어 구단 버스 시설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장기간 버스에 앉아 있는 경우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그래서 구단에서도 이동이 잦을 경우, 구단 버스가 아닌 고속열차나 비행기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 선수단별로 경기 전 연습시간을 줄이거나, 자율 훈련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한 관계자는 “보양식 같은 음식도 잘 챙겨야 하는 시기다”라고 덧붙였다.
체력적인 부분 외에도 심리적인 부분을 꼽는 의견도 있다. 3연전 체제에서는 연패에 빠지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3번째 경기가 있지만 2연전에서는 한 팀에 2경기만 내줘도 분위기를 전환하기가 힘들다. 3연전 시스템 보다 더욱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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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7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소사가 무더위에 기운이 없는 듯 펜스에 기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무더위에 소사와 같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선수들이 많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언제까지 선수단별로 체력의 중요성만 강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형적인 2연전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미 지난 2년 동안 2연전 시스템으로 인한 폐단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개선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
2연전 시스템은 10개 구단이 팀간 16경기를 치르는 현행 체제에서 두 차례씩 홈 3연전을 나누고 나면 애매하게 남아버리는 4경기 때문에 발생한다. 각 팀의 홈경기수가 똑같은 3연전 시리즈를 치르려면 팀간 18차전, 혹은 12차전이 필요한데 전자는 팀당 시즌 게임수가 무려 162경기가 되고, 후자는 고작 108경기가 되어버리니 둘다 고려해볼 문제는 아니다.
결국 현행 144경기(팀간 16차전) 체제에서 2연전을 없애려면 각 팀이 홈경기 수 어드밴티지를 격년제로 주고받는 ‘대의’에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한 팀은 홈 3연전을 세 차례 갖고 상대 팀은 두 차례 3연전과 잔여 1경기를 유치하는 방식의 팀 간 9-7 홈경기 배분을 해마다 번갈아 나눠 갖는 것이 변동폭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이 경우 팀간 다섯차례 3연전씩만(팀간 15경기) 미리 편성하고 나머지 한경기는 잔여경기 일정 논의에 포함시키는 탄력 편성법이 수월하다. KBO의 시즌 총 720 경기 중 675경기(22.5주분)만 먼저 편성하는 방식이다.
물론 9-7시스템도 각 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특히 인기팀과의 맞대결이 줄어드는 경우, 구단 흥행 차원에서도 손해다. 또 탄력 편성이라는 것도 구단의 유불리에 따라 잡음이 커질 수 있다.
2연전 체제를 시즌 초반에 편성하자는 얘기도 있다. 상대적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덜한 4, 5월에 2연전을 치르고, 날씨가 더워지는 6월부터 정규시즌 종료까지 3연전으로 치르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혹서기보다 관중들이 많이 찾는 시기가 4, 5월이라는 점에서, 또 구단 별 마케팅 차원에서도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의견이다. KBO 측도 “모든 구성원이 100%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게 쉽진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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