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지난 8월23일은 ‘야구의 날’이었다. 9년 전 베이징의 영광이 아직도 국민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태극마크의 의미도 여전할까. 대다수 국민들이 “그렇게 보인다”라고 대답하는 분위기는 아닐 것 같다. 이처럼 시대가 바뀌었고 야구도 바뀌었고 태극마크의 의미도 바뀌었다. 새롭게 돛을 올린 선동열호 국가대표팀이 우선적으로 꾸려야할 가치는 무엇일까.
▲본격적인 출항 앞둔 선동열호
지난 7월24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한국야구가 갈망하던 사안 중 하나인 전임감독제를 시행한다며 그 첫 수장으로 선동열 전 감독을 선임했다. 선 감독은 취임기자회견서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궁극적 목표는 2020년 도쿄올림픽”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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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야구대표팀은 프리미어12 대회서 초대우승을 차지하며 베이징의 영광을 재현한 바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대표팀의 미션, 사명감이 기본
대표팀에게 주어진 미션은 간단하다. 지난 WBC 성적부진으로 실망시킨 팬들의 마음을 달래고 국가대표로서 자긍심과 의미를 되찾는 것이다. 물론 간단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 틀림없다. 각종 환경, 현실적 제약, 달라진 방식, 넓혀지는 야구저변 등 여러 변수가 움직이는 국제야구 흐름에서 이 목표는 가장 근원적이고 또 도달하기 힘든 여정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선 감독 역시 취임일성으로 “개인적으로 기쁘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팀에게는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의 장기적 플랜과 그에 따른 가시적 성과가 목표지만 이를 위해서 근본적으로 선행돼야 할 부분은 바로 대표팀의 존재이유 그리고 역할, 또한 올바른 자세구축이다. 많은 야구인들은 이를 가장 급선무로 꼽으며 방향성을 확립해야한다고 힘주어들 말한다.
때마침 이번에 새로 꾸려진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이 부분에 의견을 같이 하고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국가대표로서 선수들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설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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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사진) 감독이 전임감독으로 선임돼 향후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다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 야구인들은 물론 야구팬들조차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대표팀 활동에 부과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프로리그 저변이 방대해졌고 체계화됐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견. 이제 자신이 응원하는 팀,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로 관심이 모아지지 과거와 같은 애국주의를 바탕으로 국가대표팀을 향한 극직한 열정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에 앞서 WBC 고척참사를 겪었지만 2017시즌 KBO리그의 전반적 관심과 인기는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대호 효과, KIA 효과, 롯데 효과 등의 긍정적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끼치며 각 지역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표팀의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제아무리 전임감독제의 도입과 전방위적 지원이 이뤄진다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전망이 많다. 그렇다고 매번 국제대회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한국야구 발전에 저해되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대다수 야구인들의 공통적 의견은 “지금 당장이야 괜찮아 보이지만 (국제대회서) 좋지 않은 흐름이 반복되면 분명 위기로 뭉쳐져 다가온다. 전임감독제는 이를 막기 위한 하나의 활로모색”라며 “분명히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고 목소리들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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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은 지난 3월 안방서 열린 WBC서 예선탈락하며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사진=MK스포츠 DB |
김인식 현 KBO총재특보이자 전 대표팀 감독의 말은 이 시점서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그는 대표팀의 사명감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명감? 그건 기본적인 것 아닌가”라며 “국내서 시합 전 듣는 애국가와 국제대회에 참가해서 듣는 애국가는 그 감정이 확연히 다르다.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서부터 왜 국가대표로서 책임감을 다 해야 하는 것인가까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든다”며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영광스럽고 해야할 일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것이다”고 경험에서 나오는 뼈 있는 조언을 했다.
다만 김 특보 역시 “지금도 어느 정도는 구축돼 있지만 선수들이 국제대회서 혹여나 다쳤을 경우 이를 보상해 줄 수 있는 그런 제도가 더 체계화된다면 안심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시스템적 개선사항에 대해서도 한 번 돌아볼 것을 촉구했다. 이어 “(비교적 젊은) 선수들은 선수들 대로, (세대가 다른) 코칭스태프는 코칭스태프대로 한 발자국씩 서로 배려해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대표팀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식적인 변화를 두려워말고 또 서로 화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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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호는 오는 11월 23세이하 아시아챔피언십 시리즈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새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사진=MK스포츠 DB |
KBO는 28일 오는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개최되는 23세이하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 예비 엔트리 선정을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7명 전원이 참석하고 이 자리에서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한 총 45명의 예비 엔트리를 선정한다. 예비엔트리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대표팀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는 첫 관문이 될 전망. 다만 대회 특수성으로 인해 젊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총망라 될 예정이다. 박세웅(롯데), 이정후(넥센)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영건들이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젊은 영건들이 느끼는 대표팀의 무게감은 다를 듯하다. 첫 태극마크일 확률이 높고 그 설렘은 상상 이상의 그 무엇을 이끌 수 있다. 아직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 도쿄올림픽까지 가야할 길이 멀고 이번 대회는 전초전 성격에 지나지 않겠지만 향후 전개방향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군 면제 같은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대표팀의 벅찬 감정을 성립할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지난 22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경문 NC 감독은 8월23일 야구의 날을 맞아 잠시나마 승부의 치열함을 잊고 즐거웠던 과거를 추억했다.
한국야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서 금메달을 따낸 날을 기념해 만든 야구의 날. 한국야구는 이때를 기점으로 폭발적 인기와 성장을 거듭했다. 주역이라 할 수 있는 김 감독은 “벌써 9년이나 지났다니...감사한 시간이었다”고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이어 이승엽, 한기주 등 당시 웃고 울렸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이 추억과 동시에 강조한 것은 바로 팬들이다. 그는 “당시 여기(잠실구장)서도 응원전이 열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국민들의 함성과 응원이 멀리 베이징까지 온다고 느껴졌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선수들 모두 해보자라는 눈빛이 가득했다”며 “팬들이 있기에 선수들이 뛸 수 있다. 팬들에 대
팬들은 곧 국민이고 국민은 곧 국가로 이어진다. 9년 전 베이징의 영광이 반 년 전 고척참사로 희석됐지만 다가올 도쿄돔, 그리고 3년 뒤 도쿄에서는 대표팀의 영광이 재현되길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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