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천신만고(千辛萬苦). 1년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항해를 마친 태극호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그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이었다. 예전에도 고비가 없지 않았으나 이번만큼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예선 탈락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국은 6일 오전(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전을 끝으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10경기를 마쳤다.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4위까지 미끄러질 수 있었던 한국은 2위를 끝까지 지키는데 성공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그렇지만 정말 위험했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희망보다 절망을 느낄 때가 더 많았다. 숙적이 된 이란은 저 멀리 앞서 간 반면, 한국은 뒷걸음질만 했다. 물고 물리는 접전의 한 축이었다. 한국은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었다.
지금껏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했다. 한국이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본선 진출을 딴 것은 1994 미국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6개국이 카타르 도하에 모려 풀리그를 치렀다. 본선 티켓도 2장 밖에 없었다.
1998 프랑스월드컵부터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으로 확대됐다. 아시아도 3.5장을 거쳐 4.5장까지 늘었다. 이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토록 위험천만하게 살얼음판을 걸은 경우가 없었다. 최종전까지 치르지 않고 본선 직행 티켓을 획득한 경우(1998·2006·2010)가 더 많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최종전 직전까지 조 1위였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15일 우즈베키스탄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A조 2위로 올라섰다. 그 뒤 2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그러나 매번 위태로웠다. 오랫동안 가슴을 졸여야 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홈(4승 1무)과 다르게 원정 징크스에 시달렸다. 그렇다고 내용까지 좋았던 것도 아니다. 시리아, 중국, 카타르를 상대로 홈과 원정에서 상당히 고전했다. 경기력에서 압도한 적이 없었다. 이겨도 1골차 신승이었다.
수모도 겪었다. 중국, 카타르에게 덜미를 잡혔다. 월드컵 예선에서 이들에게 패한 적은 처음이었다. 시리아와 무승부도 낯선 경험이었다.
단순히 불운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웠다. 조직력, 전술 수행, 골 결정력은 모두 다 미흡했다. 매번 변화를 줬던 수비도 불안감을 끝내 지우지 못했다. 게다가 선수들의 사명감, 정신력 등에 대한 논란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씁쓸한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깨달았던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발전된 게 없었다.
다사다난. 만족스럽지 못하니 순항과도 거리가 멀었다. 1992년 전임 감독제 도입 이래, 사상 처음으로 최종예선 도중 감독이 교체됐다.
최장수 감독이었던 슈틸리케 전 감독은 불명예 퇴진했다. 이마저도 대한축구협회는 두 차례나 미련을 두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신태용 감독이 소방관으로
목적은 달성했다. 그렇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아니다. 9개월 뒤 열릴 러시아월드컵 본선이다. 이대로는 어렵다.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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