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하는 두산의 열쇠는 ‘유격수’다. 국가대표 유격수이기도 한 주장 김재호(32)는 왼 어깨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선두 KIA와 선두 다툼에 힘을 보탤 수 없다.
현재 두산의 주전 유격수는 류지혁(23)이다. 그가 있기에 김태형(50) 두산 감독도 한시름을 놓는다. 백업 내야수로 한 단계 성장했다. 유격수는 물론 3루수까지 맡을 수 있다. 김 감독은 류지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혹시 모를 부상을 걱정했다. 류지혁까지 다치면 앞이 캄캄하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6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류지혁. 어느 해보다 이번 가을은 다르다. 어쩌면 그는 주연이 될지 모른다. 두산의 가을야구가 류지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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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호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류지혁. 사진=천정환 기자 |
김재호는 지난 8월 29일 잠실 롯데전에서 박헌도(30)의 파울 타구를 잡다가 왼 어깨를 크게 다쳤다. 허리 부상 회복 후 복귀한 지 보름 만이었다. 김재호의 빈자리는 류지혁이 메우고 있다. 최대한 티가 나지 않도록.
김재호의 부상 이후 류지혁은 12경기를 뛰었다. 7일 kt전부터 주춤하기도 했지만 톡톡 튀는 활약을 펼쳤다. 10일 잠실 LG전에서도 3회 안타를 때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재환의 3타점 2루타로 홈을 밟았다. 그의 득점은 결승 득점이었다.
류지혁은 8월 29일 롯데전 수훈선수였다. 2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경기 후 그는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김재호의 부상으로 편한 마음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어떤 기분으로 뛰고 있을까.
류지혁은 “내가 어떻게는 버텨야 한다. 대신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잘 해야 한다. 요즘 그 생각 밖에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류지혁의 최근 12경기 타율은 0.277이다. 6일 대전 한화전까지만 해도 0.353이었다. 무안타 경기가 1번 밖에 없었다. 실책도 10일 경기에서 9회 범했다. 딱 하나다. 수비 안정감까지 갖췄다.
류지혁은 “그냥 열심히 하는 건데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 타격은 실력도 실력이나 운도 따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난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출전 기회가 늘어난 류지혁은 한 단계 성장했다. 10일 현재 경기(90→113), 안타(34→72), 2루타(5→12), 3루타(0→4), 타점(9→25), 득점(34→57), 도루(3→7), 볼넷(10→18) 등 기록이 늘어났다. 데뷔 후 첫 3루타를 경험했으며, 홈런 1개만 더 치면 개인 신기록도 세운다. 타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타격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김 감독의 발언대로 강단이 있다. 류지혁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타격을 강조했는데 현재 많이 바뀌었다. 예전 내 타격 자세가 생각이 잘 안 날 정도다. 계속해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류지혁은 적극적인 스타일이다. 유인구에 절대 속지 말자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으나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인구 때문에 삼진이 많았다. 그런데 유인구에 안 속으려다가 빠른 공을 못 치더라. 빠른 공을 치며서 떨어지는 공도 같이 때려야 하는데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너무 바보 같았다. (김)재환이형(29)의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됐다. (적극적으로)앞에서 치려고 한다. 확실히 생각이 달라졌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타석에 서는 게 두렵기도 했다. 내가 안타를 못 치면 나 때문에 팀이 진 것 같아 자책감이 들었다. 지금은 다르다. 그저 매 경기 안타 1개만 치자고 다짐한다. 그렇게 마음 편히 집중하니 좀 더 좋아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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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지혁의 2017년 가을은 어느 해보다 더욱 뜨거울 지 모른다. 사진=김재현 기자 |
김재호의 부상과 함께 류지혁의 입지는 커졌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프로야구선수가 된 뒤 맞이했던 5번의 가을과는 사뭇 다르다. 김재호가 재활 과정을 거치며 포스트시즌 내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현재 제1옵션은 건강한 류지혁이다.
류지혁은 “(동료 사이에서 ‘수비의 신’으로 불리는 김)재호형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옆에서 많이 알려주기도 했다”라며 “내가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재호형보다 잘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까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재호형은 국가대표 유격수다. 완벽하게 메울 수는 없으나 티 안 나도록 하는 게 내 목표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류지혁을 볼 때마다 제발 아프지 않기를 바랐다. 김재호에 이어 류지혁까지 빠질 경우, 내야 수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류지혁의 위상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그렇지만 류지혁의 플레이는 더욱 과감하다. 절대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터득한 가장 좋은 부상 방지다.
류지혁은 “몸을 사리게 되면 더 다치더라. 초등학교 6학년 때 타격 후 1루를 향해 뛰다가 주춤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오른 무릎 십자인대를 크게 다쳐 3개월간 야구를 하지 못했다. 그때 (몸으로 겪은)경험이 크다. 좀 더 과감하게 뛰어야 안 다친다. 내가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은 1년 전에도 느꼈다. 류지혁은 지난해 9월 허벅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가 불확실했다. 류지혁은 프로 데뷔 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도 밖에서 지켜봤다. ‘나도 저 자리에 함께 있었으면’이라며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류지혁은 “1달간 푹 쉬었다. 그러나 ‘이러다 한국시리즈를 못 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라고 했다. 건강을 회복한 류지혁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리고 1~4차전까지 모두 교체 출전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류지혁은 “프로 입문 뒤 첫 우승이라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며 웃었다.
그 짜릿함을 올해도 느끼고 싶다는 류지혁이다. 김재호의 재활 과정에 따라 류지혁의 역할도 달라진다. 지난해보다 비중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렇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는다. 그리고 즐기려 한다. 최대한 편하게 마음을 먹으면서.
류지혁의 6번째 가을은 다르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 적은 없다. 김재호가 돌아올 때까지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만 신경 쓸 따름이다. 또한, 포스트시즌보다 정규리그가 우선이다. 두산은 KIA를 3.5경기차로 쫓고 있다. 14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류지혁은 “포스트시즌도 하나의 경기다. 그러나 가을야구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아직 정규리그도 끝나지
류지혁
1994년 1월 13일생
181cm 75kg
청원초-선린중-충암고-두산-상무
2012년 두산 2차 4라운드 36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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