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불펜은 올 시즌 가을야구로 이끈 원동력이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박진형-조정훈-손승락으로 이어지는 철벽마운드는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이들 셋을 제외하고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특히 올 시즌 중반 kt위즈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장시환이 그렇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가을야구에서 장시환의 피칭은 역대 최악이다.
롯데는 1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2017 KBO리그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6-13으로 대패하며, 1승2패로 준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몰렸다. 5년 만의 가을야구에서 롯데는 낯가림 중이다. 이날도 선발 송승준이 홈런 두 방을 맞고 3이닝 5실점하며 일찍 무너진 게 뼈아팠다. 하지만 경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 롯데는 실점 후 추격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동점 내지는 역전까지는 못했지만, 1점 차로 턱밑까지 따라가는 상황이 두 차례나 있었다. 특히 5회말 빅이닝을 내주는 과정에서 김원중의 투런홈런과 배장호, 이명우의 투구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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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마산 야구장에서 벌어진 2017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와 NC의 준PO 3차전 6회 말 2사에서 롯데 장시환이 NC 모창민에게 1점 홈런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미 1차전 연장 11회초에서 가을야구 최악의 피칭이 뭔지 보여줬던 장시환이다. 당시 장시환이 올라온 상황은 분명 힘들긴 했다. 2-2로 팽팽한 흐름에서 2-3으로 다시 균형이 깨지고, 무사 1,3루였다. 여기서 장시환은 불안 불안한 제구긴 해도 김태군과 박민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후속타자 이종욱과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줘 만루를 만들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장시환은 나성범과의 대결에서 급격하게 제구가 흔들렸다. 다만 스트라이크존에서 형성되는 공이 계속 볼로 판정되자, 더욱 흔들렸다. 급기야 강민호가 풀카운트에서 6구째 공을 뒤로 빠뜨리며, 주자 2명이 들어왔다. 경기가 갈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강민호가 공을 잡았어도 밀어내기 볼넷으로 1실점 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장시환은 제구는 럭비공이었다. 후속 스크럭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는데, 공이 중구난방으로 들어갔다. 우타자인 스크럭스의 왼쪽 광대로 들어가는 공도 있었다. 결국 다음타자 모창민과의 승부에서 초구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멀리 떨어진 볼이 되자, 가운데로 우겨 넣었다가 좌월 만루홈런을 맞은 것이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롯데 불펜 평균자책점은 4.61로 10개 구단 중 3위다. 특히 후반기만 놓고 보면 3.44로 10개 구단 중 1위였다. 장시환의 올 시즌 성적은 53경기 4승4패 10홀드 평균자책점 4.38. 후반기만 놓고 봤을 때 2승2패 평균자책점 2.79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첫 가을무대에서 새가슴 피칭만 보이고 있다.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40.50이다. 특히 실점을 하고 난 뒤 될테로 되라는 식으로 던지는 피칭은 실망만 안기고 있다. 2차전 1점을 막은 박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객관적인 구위만 놓고 봤을 때 롯데 불펜의 한 축이 되어야 할 투수지만, 가을야구에서의 실망스런 피칭을 통해 롯데 불펜의 망신으로 자리 잡아가는 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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