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유희관(31·두산)은 어느덧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마스코트다. 2017년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도 두산을 대표해 유희관이 참석했다.
또 그 얼굴이다. 유희관은 군 복무 이후 2013년부터 두산의 주축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 해부터 빠짐없이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출석도장을 찍었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 2015년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 2016년 한국시리즈, 2017년 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 유희관이 두산을 대표해 자리했던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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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관은 두산의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마다 보는 얼굴이다. 그렇지만 그의 언변은 전혀 식상하지 않다. 사진(광주)=천정환 기자 |
100% 출석률이다. 동석했던 감독(김진욱)이 바뀌고 동료(홍성흔·김현수)가 떠나기도 했으나 유희관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켰다.
“두산의 미디어데이 2선발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유희관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독보적인 에이스다. 두산 관계자는 “유일무이한 존재다”라고 표현했다. 팀 동료 김강률도 “내가 (희관이형을 대신해)갈 자리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유희관의 미디어데이 사랑은 오래 전부터 유명했다. 유희관은 “주변에서는 ‘또 네가 나가냐’라고 하지만 난 미디어데이에 참석하는 게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는 보통 시리즈 1차전 하루 전날에 열린다. 컨디션 관리에 신경 써야 할 1차전 선발투수가 참석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유희관은 2015년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였음에도 미디어데이에 등장했다.
유희관은 승리의 아이콘이다. 두산은 2013년 한국시리즈(준우승)를 빼고는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매번 승자였다. 장외전쟁인 미디어데이부터 시리즈가 시작하는 만큼, 그 기운을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
두산은 2013년(유희관·홍성흔)과 2015년(유희관·김현수)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참석 선수를 끝까지 바꾸지 않았다. 올해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유희관의 파트너(양의지→오재일)가 교체됐는데, 양의지의 허리 통증 때문이기도 하다.
유희관은 “내가 참석한 이후 좋은 결과를 얻었다. 팀에게도 기분 좋은 징크스다. (팀에서도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계속 나가라고 하는데, 이렇게라도 팀에 보탬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니다. 유희관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입담꾼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웃음폭탄이 터질 정도. “판타스틱4의 시즌 3를 기대해 달라”며 “커밍순”이라고 덧붙여 좌중을 웃겼다.
말도 거침이 없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만 연출하지 않는다. 불꽃 튀는 경쟁을 보여줌으로써 더욱 야구팬을 열광케 한다.
유희관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단군매치라고 표현하더라. 신화를 보면, 곰이 호랑이를 이겼다. 쑥과 마늘을 먹었던 인내와 끈기로 호랑이를 잡겠다”라고 선전포고를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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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관(가운데)은 2013년 이후 두산의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사진(광주)=천정환 기자 |
또한, 30년 만에 광주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싶다는 양현종에게 “30년이 아니라 31년이 걸릴 것 같다”라고 공격해 전남대 용지관 컨벤션홀을 가득 메운 KIA 팬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유희관은 이에 “교과서적인 이야기만 하면 미디어데이의 의미나 재미가 없다. 물론, 나를 비판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하나의 볼거리라고 봐주시기 바란다. 이렇게 말씨름을 한다고 해서 기선제압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이야기했다.
8일 전 “미디어데이 1선발”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유희관, 이번에는 “미디어데이 예언가”라고 신분을 격상시켰다. “그 동안 말하는 대로 잘 맞아떨어졌다”라며 놀라운 ‘촉’을 자랑했다. NC와의 플레이오프도 4차전에서 끝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유희관 밖에 없었다.
유희관은 “플레이오프에서 내가 지목한 3명(박건우·김재환·오재일)이 잘 하지 않았나”라며 웃었다. 이를 들은 오재일이 “(그 말 때문에)엄청 부담을 느꼈다”라고 토로하자, 유희관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잘 친 것이다”라고 곧바로 재치 있게 받아쳤다.
유희관의 올해 한국시리즈 예상 중 한 가지. “팬 여러분, 명승부를 보실 것이다.” 그의 예상은 다시 한 번 적중될까.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은 25일 오후 6시30분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펼쳐진다.
◆유희관의 PS 미디어데이 출석 시 두산 성적
2013년
준플레이오프(vs넥센) 3승 2패
플레이오프(vs
한국시리즈(vs삼성) 3승 4패
2015년
준플레이오프(vs넥센) 3승 1패
플레이오프(vsNC) 3승 2패
한국시리즈(vs삼성) 4승 1패
2016년
한국시리즈(vsNC) 4승
2017년
플레이오프(vsNC) 3승 1패
한국시리즈(vsK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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