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대통령의 시구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정규시즌, 올스타전,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7번 밖에 없었다. 25일 깜짝 성사된 문재인 대통령의 시구도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4년 만이었다.
어떤 시구보다 특별하다. 때문에 시타, 그리고 시포를 하는 선수에게는 가문의 영광일 수도 있다. 보통 시타와 시포는 경기에 뛰는 선수가 한다. 시포는 선발 출전 포수가, 시타는 1번타자가 맡는다.
그런데 이날 시타자는 두산의 1번타자(민병헌)가 아닌 2번타자(류지혁)였다. 민병헌이 후배에게 양보한 셈이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민병헌은 이에 대해 뜻 깊은 추억도 좋지만 승리를 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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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KIA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시구를 마친 뒤 민병헌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광주)=천정환 기자 |
민병헌은 “예전(2013년)에도 한 번 대통령 시구를 본 적이 있었으나 멀리서 지켜봤다(두산의 홈경기라 민병헌은 우익수 위치였다). 2번째로 보지만 지금도 신기하다”라며 “시타를 하면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민병헌에게는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가 더욱 중요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해야 할 일은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원정팀의 1번타자로 뛰는 날, 시타를 하지 않는다.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은 나만의 루틴이다. 그 시간에 투수와 수 싸움을 준비한다”라고 설명했다.
민병헌은 “프로에 입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시타를 할 때도 있었다. 내 뒤에 선배가 있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이번에는 후배 (류)지혁이가 2번타자라 부탁했다. 지혁이에게도 오늘 시타는 큰 영광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시구의 시타라는 기회를 스스로 뻥 찼지만 민병헌은 충분히 특별한 경험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시구 이후 선수단 격려를 하셨다. 일일이 악수를 했는데, 그것만으로도 크나큰 영광이다”라며 “서민 대통령으로 행보를 다니시는데, 인자함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민병헌은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한 차례 밖에 출루하지 못했으나 5회초 대량 득점의 물꼬를 열었다. 민병헌의 내야안타 이후 박건우의 적시타, 김재환과 오재일의 백투백 홈런이 터졌다. 이에 두산은 KIA를 5-3으로 이기며 한국시리즈 1승을 먼저 챙겼다.
민병헌은 “내가 참 운이 좋다. (박)건우처럼 타격감이 좋지도 않은데, 하나를 할 때마다 득점을 많이 한다. 그리고 팀이 승리한다. 그래서 참 동료들에게 고맙다. (안타를)많이 못 칠 수 있지만, 중요한 순간에 뭐라도 해서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며 ‘팀퍼스트’를 강조했다.
역대 34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은 25번 우승했다. 두산에게는 1차전 승리가 기분 좋은 징조다.
그러나 방심하지 않는 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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