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치밀하게(?) 계산하고 계획하는 투수 유희관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유희관은 판타스틱4가 흔들리던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가 호투한 뒤 이닝 중간에 교체돼 두산 팬의 환호와 박수를 받기를 희망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5회를 잘 막았다면 넷 중 가장 나을 수도 있었으나 그는 4⅔이닝 만에 강판했다. 리드도 사라졌다. 유희관은 “‘유희관 너마저’라는 글이 쏟아졌더라”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
↑ 두산 유희관은 29일 KIA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유희관은 한국시리즈를 벼르고 별렀다. 그는 플레이오프 이후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과 사우나에서 만나 명예회복을 다졌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니퍼트(6이닝 3실점)와 장원준(7이닝 무실점)은 달라졌으나 보우덴(4이닝 4실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상대는 KIA. 평균자책점 2.31로 유희관이 상대팀별 기록 중 가장 좋았다 각성 중이라던 유희관도 자신감이 넘쳤다. 김 감독도 긴 이닝동안 잘만 던져준다면 유희관의 희망사항을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유희관은 첫 타자 이명기를 투수 땅볼로 처리했다. 까다로운 타구를 몸을 아끼지 않고 1루로 정확히 던졌다. 유희관의 투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그러나 유희관은 이번 시리즈에서 행운의 1안타(0.111)에 그친 김주찬에게 2루타를 허용하더니 호랑이군단에서 가장 화끈한(0.500) 버나디나에게 3루타를 맞았다. 김주찬과 버나디나는 정규시즌 유희관을 상대로 각각 0.600과 0.429로 매우 강했다.
너무 빠른 실점이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1회 득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형우의 내야안타로 추가 실점까지 한 유희관은 3루수 최주환의 실책까지 겹치며 힘겨운 첫 이닝을 보냈다 이범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유희관은 2회 이후 달라졌다. 묵직한 공으로 타이밍을 뺏으며 KIA 타선을 묶었다. 2회를 공 8개로 끝내더니 3회에는 최형우를 병살타로 잡았다. 4회도 삼자범퇴. 외야로 타구가 날아간 것은 3회 버나디나의 안타 밖에 없었다. 유희관은 5회 김선빈의 2루타 뒤 이명기의 기습번트로 1사 1,3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침착하게 김주찬(2루수 뜬공)과 버나디나(유격수 땅볼)를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투구수 관리도 효율적이었다. 5회까지 74개의 공을 던진 그는 계속 마운드를 지켰다. 다만 그를 돕는 손길은 많지 않았다. 동료들은 뒤를 든든히 받쳐줬으나 정작 공격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중반을 넘어서도 스코어는 0-2로 변함이 없었다. 두산은 4회를 빼고 매 이닝 안타를 때렸으나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1회 2사 2루-3회 1사 1,2루-6회 2사 1,2루서 침묵했다.
유희관의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