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포인트] 믿었던 김재호, 두산을 벼랑으로 몰았다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안준철 기자] 믿었던 김재호가 두산 베어스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3연패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 됐다.
두산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의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1-5로 패했다. 전날 3차전 3-6패배에 이어 내리 두 판을 내준 두산은 이로써 시리즈 1승3패로 벼랑에 몰리게 됐다. KIA에 한 번만 더 패하면 시리즈는 끝난다. 다시 말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만족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날 두산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1회초 선발 유희관이 갑자기 난조에 빠지며 2실점했다. 반면 두산은 KIA 선발 임기영에 막혀서 침묵하고 말았다. 그래도 2점 차면 경기 막판 두산이 흐름을 바꿀 정도의 차이였다. 1회 2실점 한 유희관은 이후 안정을 찾으며, 충분히 추격할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졌다.

↑ 29일 잠실구장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7회초 2사 1, 2루에서 두산 김재호 유격수가 KIA 김주찬의 평범한 타구를 놓치면서 1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버나디나의 추가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이 실책이 2실점으로 연결됐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하지만 7회초 KIA 공격에서 경기 흐름은 KIA쪽으로 굳어졌다. 믿었던 두산 유격수 김재호의 실책 때문이었다. 잘 던지던 유희관은 7회초 계속 마운드에 올랐다. 유희관은 선두타자 이범호에 안타를 내줬고, 이범호는 대주자 고장혁과 교체됐다. 이후 KIA는 이번 시리즈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희생번트로 고장혁을 2루로 보냈다. 1사 2루. 거기서 두산은 투수를 포스트시즌 믿을맨 함덕주로 바꿨다. 함덕주는 김선빈을 볼넷으로 1루를 채웠다. 1사 1,2루. 이후 이명기를 좌익수 뜬공을 잡고, 2사 1,2루로 만들었다. 함덕주에 의해 불은 꺼지는 듯했다.
함덕주는 다음타자 김주찬에게 평범한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두산이 가장 믿는 내야수인 유격수 김재호 쪽으로 향하는 타구였다. 그러나 결과는 두산에 비극이었다. 타구는 김재호의 글러브 안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않았다. 김재호의 글러브에 튕겨 외야로 흘렀다. 이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점수는 0-3. 2사 1,3루로 바뀐 상황에서 뒤이어 버나디나의 적시타까지 나오며 0-4로 점수는 벌어졌다. 김재호의 실책 하나가 만든 결과였다. 결국 김재호는 곧바로 이어진 7회말 무사 1루에서 맞은 타석에서 대타 박세혁과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 29일 잠실구장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7회초 2사 1, 2루에서 두산 김재호 유격수가 KIA 김주찬의 타구를 놓치면서 1실점을 허용한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정규시즌 막판 수비 도중 좌익수 김재환과 부딪혀 왼쪽 어깨 부상을 당한 김재호는 포스트 시즌에 극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NC다이노스와의 플레오프에서도 타격은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선발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초반 주장을 맡았던 김재호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2차전부터 선발로 내보냈다. 물론 타석에서는 완전치 못하다. 3차전까지 7타수 무안타로 확실히 어깨 부상의 여파가 남아있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4차전에도 9번 유격수로 김재호를 선발 오더에 적었다. 단기전에서 수비 중요성은 더 커진다. 경험이 많은 유격수인 김재호가 전체 센터라인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이유가 컸다.
이날도 타격에서는 삼진 1개에 2타수 무안타로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김재호는 가장 안정적이라는 수비에서까지 실수로, 국가대표 유격수라는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 팀의 운명도 벼랑 끝에 몰렸다. 김재호답지 않은 실수가 만든 결과라 두산으로서는 더욱 뼈아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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