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3점차 리드 못 지키고 일본에 7-8로 분패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서 주눅들지 않는 패기 돋보여
일본 감독이 탄식한 김하성 "결승에서 일본과 다시 만날 것"
'아! 김윤동'…도쿄돔에서 사라진 한국시리즈 완벽투
1988년 개장한 일본 도쿄돔은 과거 한국 타자들에게 꿈의 구장이었습니다.
한 수 위로 올려다봤던 일본 야구의 심장이자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초대형 돔구장이었습니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1991년 제1회 한일 슈퍼게임 당시 도쿄돔에 처음 본 당시를 회고하며 "긴장됐다"고 소회를 밝혔을 정도입니다.
그로부터 26년이 흘러 한국 야구의 젊은 유망주들이 16일 도쿄돔에서 일본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대표팀 엔트리 25명 중에서 도쿄돔에서 야구를 해본 선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첫 도쿄돔에다 홈팀 일본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일본전만큼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중압감까지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사무라이 재팬'과 명승부 끝에 7-8, 1점 차로 패했습니다.
일본이 우리에게는 없는 와일드카드 3명 전원을 활용한 것을 고려하면 우리에게는 지고도 웃을 수 있는 시합이었습니다.
애초 대표팀이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일본 투수진을 상대로 3점 이상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 타선은 일본 투수들을 어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한번 기회를 잡자 무섭게 타올랐습니다.
대표팀은 3회 말 2사 1루에서 곤도 겐스케의 내야안타 때 1루수, 2루수, 3루수의 아쉬운 수비가 한꺼번에 나오며 첫 실점 했으나 4회 초 선두타자 김하성의 동점 솔로포을 신호탄으로 하주석의 외야 희생플라이, 이정후의 2타점 2루타로 단숨에 4득점 하며 전세를 뒤집었습니다.
4-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9회 말 4-4 동점을 허용했지만, 대표팀은 득점권에서 다시 한 번 강한 집중력을 선보였습니다.
연장 10회 초 1사 1, 2루에서 류지혁의 1타점 2루타, 하주석의 우월 2타점 2루타로 10회에만 3점을 뽑아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번의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경기를 내줬지만, 대표팀이 이날 보여준 집중력과 패기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했습니다. 국제대회 경험은 물론 도쿄돔 경험자 또한 한 명도 없었지만, 적지에서 일본 대표팀과 씩씩하게 맞섰습니다.
이번 대표팀은 선 감독이 가까이는 내년 아시안게임, 멀게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구상하며 뽑은 멤버들입니다. 선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번 대표팀 선수들이야말로 바로 한국 야구의 미래다. 이 선수들을 데리고 한 번이라도 더 도쿄돔 경험을 시키는 게 내 꿈이었다"며 "여기 25명과 도쿄 올림픽까지 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선 감독의 꿈이 착실히 커 나가고 있습니다. 일단 첫 단추는 비교적 잘 끼웠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프리미어 12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신기에 가깝던 '선동열표' 불펜 운용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개막전에서 빛을 잃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9회 말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린 김윤동(KIA 타이거즈)이 제구 난조로 고전하면서 선 감독의 계산도 빗나갔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에 등판해 2⅓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역투하고 KIA에 우승트로피를 안긴 김윤동은 대표팀 소방수로서도 손색이 없었으나,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일본전에서 니시카와 료마(히로시마 도요카프)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제구에 문제가 노출됐습니다.
선동열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김윤동을 다독였지만, 한 번 흔들린 제구는 끝내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 값진 수확도 있었습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 개막전에 4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22·넥센 히어로즈) 선수로 5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으로 활약했습니다.
김하성은 4번 타자로도, 유격수로도 '만점'이었습니다. 0-1로 끌려가던 4회 초 김하성은 호투하던 일본 선발 야부타 가즈키의 초구를 받아쳐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습니다.
3회까지 한국 타선을 노히트로 틀어막은 야부타는 김하성에게 한 방 얻어맞고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김하성의 홈런이 시발점이 돼 한국은 4회에만 4점을 얻어 역전했습니다. 김하성이 더욱 빛난 건 수비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쳐서입니다.
도쿄돔은 베이스 근처에만 흙이 깔려 불규칙 바운드가 적은 대신 타구 속도가 빨라 처음 그라운드에 서는 선수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게 대부분이지만, 김하성은 도쿄돔이 처음인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안방인 고척돔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수비했습니다.
특
'멘탈' 또한 돋보였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졌다고 해서 분위기가 다운된 건 없다. 일본 오기 전부터 분위기는 좋았다"면서 "경기는 졌지만, 가능성을 봤다. 앞으로 경기가 남았다. 일본과 결승에서 다시 붙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17일 대만전 '필승'을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