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이정후(넥센)는 현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KBO리그 ‘최고의 샛별’로 등극한 그는 양현종(KIA), 최정(SK), 이승엽과 함께 연말 시상식 단골손님이다. 단상에 올라 수많은 트로피를 받고 수많은 카메라에 둘러싸였다.
1년 전에는 신재영이 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정후보다 더욱 압도적인 평가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1위 93표 중 90표를 싹쓸이 하며 465점 만점 중 453점을 받았다. 이정후는 535점 만점 중 503점이었다.
프로 5년차 신인이나 1군 첫 시즌이었다. 첫 인상은 강렬했다. 30경기 15승(3위) 7패 평균자책점 3.90(7위)으로 국내 투수 중 으뜸이었다. 하지만 1년 후 신재영은 어느 시상식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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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의 2번째 시즌은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부진했다. 선발진에서도 밀렸다. 34경기 6승 7패 평균자책점 4.54로 1년 전보다 성적이 하락했다. 올해는 올스타전 및 포스트시즌도 경험하지 못했다.
신재영은 지난해 신인상 수상 직후 “열심히 하던 대로 한다면 2년차 징크스를 피하지 않을까. ‘올해만 통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목표는 승수보다 더 많은 이닝과 3점대 평균자책점이다”라고 밝혔다. 목표 달성 실패. 그의 평균자책점대는 4점대였으며, 이닝(168⅔→125)도 더 줄었다.
게을렀거나 자만했던 건 아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2번째 시즌을 준비했던 그였다. ‘투 피치’ 투수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새로운 구종 추가에도 힘썼다.
다른 신인상 수상자는 잘 피해갔던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던 것일까. 힘겨웠던 2번째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신재영에게 들어봤다.
-1년 전에는 한창 바빴던 시기였다. 올해는 다르다.
‘격세지감’이다. 오랜 시간 2군에서 지냈다. 야구는 잘 하고 봐야 한다(웃음).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조용히 보내고 있다. 시간도 더 많아졌다. 그래서 현재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1년 전의 그 기분을 느끼려면 다시 잘 해야 한다. (신인상 수상에 눈물을 흘리셨던)부모님께서 서운한 감정을 잘 드러내시지 않는다. 그래도 아프지 않고 시즌을 마쳤으니까.
-아쉬움이 큰 시즌이었다.
내가 준비를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너무 한 가지만 집중한 것 같다. 그리고 너무 과할 정도로 준비했다. 주변에서 많이 조언해주셨는데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투구 자세도 미세하게 바꿨는데, 공이 빠지더라. 다시 조정했으나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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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신재영의 가장 큰 목표는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것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인가.
주변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보실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못했고 안 좋았던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부족한 점도 있었다.
-지난해 워낙 잘 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가 되는 것 같다.
다들 내게 기대를 많이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기대치의 절반도 충족하지 못한 것 같다. 시즌을 치르면서 정말 많이 답답했다. 처음(5월 24일) 2군에 갔을 때 섀도 피칭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밸런스 잡기가 쉽지 않았다. 2군행만 2번(또 한 번은 7월 30일)이었다. 2군에 있을 때는 ‘1군에 올라가면 편하게 생각하자’라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1군 복귀 후 그렇게 못했다.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못 냈다. 많이 속상했을 것 같다.
그렇다. 속상했다. 그런데 노력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시즌 초반에는 안 그랬는데 나도 모르게 점점 불안감이 들었다. 이렇게 던지든 저렇게 던지든 타자에게 맞을 것 같았다. 더 정확하고 세게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제구가 안 됐다. 내 멘탈 문제였다.
-사실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5월 11일 마산 NC전까지 4승 2패 평균자책점 2.53으로 잘 던졌다. 그 뒤가 문제였다. 3경기 연속 대량 실점(14⅔이닝 16실점)을 했다.
너무 머리를 굴린 것 같다. 폼이 망가지면서 밸런스가 깨졌다. 힘도 부쳤다. 매번 잘 던질 수는 없다. 시즌을 치르면 1,2번은 대량 실점하기도 한다. 툭툭 털면 되나 반복되니까 가슴에 박히더라. 등판 전부터 또 대량 실점을 할까봐 걱정이 되더라.
-타자가 신재영의 공을 적응한 것일까. 그리고 정밀하게 분석된 것일까.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그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욱 완벽해져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했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익혀야 했다. 난 너무 빨리 하려고 서둘렀다. 그게 문제였다. 새 구종 추가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 많이 들었다. 그 말이 머리에 너무 박혔다.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다듬고 속구 구위를 끌어올려야 했다. 급한 것도 아닌데 너무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결국 7월부터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힘들었다. 불펜 투수가 고생한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신재영은 NC에서 퓨처스리그 4경기만 뛰었다. 경찰 입대 이후 그의 보직은 선발투수였다). 그나마 나는 2,3번째 투수로 나가라고 배려를 받았다. 그럼에도 몸을 풀 시간이 부족했다. 선발 등판 준비와 전혀 달랐다. 가뜩이나 팀 불펜 사정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든 도움이 돼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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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보다 실망한 것은 신재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 미안함도 컸다. 사진=김영구 기자 |
-시즌 마무리는 잘 했다. 9월 이후 23이닝 1실점(0.41)으로 호투했다. 1실점도 9월 30일 마산 NC전 피홈런이었다.
시즌 중반보다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 난 인코스 제구가 잘 돼야 하는 투수다. 그 부분이 괜찮았다. 맞혀 잡아야 하는데 그 동안 안 맞으려고 너무 피했다. 그러다 볼카운트가 불리해 던진 몰린 공에 얻어맞았다.
-제구가 뛰어난 투수로 정평이 났다. 막바지 좋아지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4사구(32→41)가 늘었다.
너무 정교하게 던지려다 4사구가 많아졌다. 커맨드가 좋은 투수가 제구가 좋다. 난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 정도다. 앞으로 커맨드를 업그레이드시켜 더욱 정확하게 공을 던져야 한다.
-7월 이후 유일한 선발 등판 경기(9월 13일 고척 kt전)에서 데뷔 첫 완봉(9이닝 5피안타 8탈삼진)을 기록했다.
첫 완봉을 거뒀지만 너무 늦었다. 더욱 일찍 보탬이 돼야 했다. 마지막에만 도움이 된 것 같아 속상하다(전반기를 4위로 마친 넥센은 후반기 부진으로 7위에 그쳤다). 내가 너무 못했다. 포스트시즌도 탈락하니 허탈하고 허무하더라.
-올해 선발 등판(15경기)보다 구원 등판(19경기)이 더 많았다. 내년에는 넥센 선발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텐데.
어떤 보직을 맡게 될지 모르나 하나만 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선발투수를 맡고 싶다. 팀 내 선발투수 후보가 정말 많아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꼭 하고 싶기 때문에 지고 싶지 않다. 분명 내게도 기회가 올 텐데 잘 잡아야 한다.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현재 열심히 운동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새 구종 추가는 다음 고민거리다. 지금은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마스터해야 한다. 그 다음은 속구 구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해마다 발전해 훗날 에이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넥센 팬의 신재영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다.
고정 선발투수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그것이 지금 내 목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나가 좋은 경험도 했다. 즐거웠다. 다시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언젠가는 에이스가 되기를 꿈꾼다. 그 날이 오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올해는 팀에 너무 미안했다. 10~20점 밖에 매길 수 없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자책하는 것 같다. 그래도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첫 시즌보다 더 많은 걸 배웠고 얻었다. 매년 ‘신데렐라’
신재영
1989년 11월 18일생
185cm 91kg
대전유천초-한밭중-대전고-단국대-NC-넥센-경찰
2012년 NC 2차 8라운드 69순위
2016년 KBO리그 올스타전(베스트12)
2016년 KBO리그 신인상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