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초반 최대 화두였던 잔칼로 스탠튼 영입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MVP는 마이애미 말린스를 떠나 뉴욕 양키스로 이적할 예정이다.
스탠튼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영입 의사를 드러냈지만, 트레이드 거부권을 이용해 이 두 팀으로의 이적을 모두 거절했다. 그리고 그가 "이기는 팀"으로 가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아챈 뉴욕 양키스가 치고 들어와 순식간에 판도를 뒤집었다.
마치 한 편의 '막장 드라마'같았던 스탠튼 영입전, 승자와 패자는 누가 있을까?
![]() |
↑ 지난 2015년 말린스 소속으로 양키스 원정 경기를 치르던 스탠튼의 모습. 사진=ⓒAFPBBNews = News1 |
승자
가장 큰 승자는 양키스다. 양키스는 지난 시즌 양 리그 홈런 1, 2위를 모두 한 팀에 보유하게 됐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출혈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스탈린 카스트로에 루키레벨-단기 싱글A 수준의 유망주 두 명을 내주면서 지출을 최소화했다. 어디 그뿐이랴. 스탠튼의 잔여 계약 10년 2억 9500만 달러 중 2억 6500만 달러를 껴안았지만, 그럼에도 사치세 부과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탠튼의 계약은 매년 2200만 달러가 사치세 계산에 포함될 예정인데(사치세 계산은 다년 계약 FA 선수의 경우 평균 연봉으로 계산된다), 일단 2018년에는 사치세 부과 기준(1억 9700만 달러)을 초과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번 영입으로 양키스는 '악의 제국'의 부활을 알렸고, 이는 흥행 요소 부재로 고민하던 메이저리그에도 큰 선물로 다가 올 것이다. 스탠튼이 잘하든 못하든 양키스는 다음 시즌 끊임없이 화제의 중심에 설 것이다.
이 트레이드는 스탠튼 자신에게도 이득이다. 비록 고향 팀 LA다저스는 아니지만, 만년 하위권 팀이었던 말린스를 벗어나 마침내 '이기는 팀'으로 갔다.
승자 아닌 거 같은데 승자
이번 영입전의 숨은 승자는 다저스다. 비록 양키스에게 밀려 스탠튼을 데려오는데는 실패했지만, 이번 영입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꾸준히 말린스와 접촉을 하며 스탠튼 영입을 원했던 세인트루이스와 샌프란시스코를 견제했다. 지구 우승 경쟁, 내셔널리그 우승 경쟁의 잠재적인 상대 두 명이 리그 최고 타자를 영입하는 것을 막아낸 것이다. 그리고 스탠튼은 정규 시즌에서 붙을 일이 없는 아메리칸리그 팀으로 갔다. 그리고 이들은 '스탠튼이 원하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아직 계약이 10년이나 남은 스탠튼이 또 트레이드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때는 정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FA 시장에 나와 있는 나머지 타자들, 예를 들면 에릭 호스머, J.D. 마르티네스, 로렌조 케인, 카를로스 산타나, 제이 브루스 등에게도 이는 희소식이다. 정체됐던 FA 시장이 이제 좀 풀리게 됐다.
![]() |
↑ 지금 어디선가 프리드먼 다저스 사장은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 MK스포츠 DB |
패자
마이애미 말린스는 이번 트레이드로 전임 구단주가 남겨놓고 간 대형 계약을 처리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자칫 실패할뻔했던 트레이드를 어쨌든 성공시켰다. 그러나 계약 처분에 급급한 나머지 리그 홈런, 타점 1위를 석권하고 MVP까지 차지한 선수를 너무 저렴하게 내주고 말았다. 선수에게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음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선수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데릭 지터 구단주는 이제 말린스 팬들에게 '악당'이 됐다.
세인트루이스와 샌프란시스코도 상처만 안고 돌아가게 됐다. 물론 남아 있는 좋은 타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아직 겨울은 길고,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시간은 많다. 그러나 스탠튼이 이들의 트레이드를 거부했다는 것은 결국 '이길 수 있는 팀'이라는 신뢰를 주는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이 낙인을 지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 |
↑ 크리스 세일을 비롯한 보스턴 좌완 투수들은 다음 시즌 리그에서 가장 강한 우타자 중 한 명을 상대해야 한다. 사진=ⓒAFPBBNews = News1 |
패자 아닌 거 같은데 패자
일단 다음 시즌 아메리칸리그 동부 지구에서 양키스와 경쟁해야 할 모든 투수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모든 상대팀에게도 마찬가지. 그중에서도 양키스의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는 고민이 클 것이다. '디 애틀랜틱'의 칼럼니스트 켄 로젠탈은 타 구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 레드삭스가 양키스에 맞서기 위해서는 호스머와 마르티네스를 모두 잡아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보스턴의 선발 투수 중 네 명이 좌완-크리스 세일, 드루 포머랜츠,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데이빗 프라이스-이다. 스탠튼은 지난 시즌 좌완을 상대로 1.212의 OPS를 기록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괴로운데 더 괴로운 사실은 스탠튼이 옵트 아웃을 하지 않는다면, 그를 10년동안 한 시즌에 19번이나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숨어 있는 패자가 한 명 더 있다. 2018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는 브라이스 하퍼다. 로젠탈은 "양키스는 하퍼를 장기 계약으로 영입할 여유가 없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