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첫 대회를 마친 선동열(54) 감독은 귀국 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부진했던 성적 때문. 한국야구의 한계와 단점이 적나라하게 비춰졌다. 그래도 젊은 선수들의 발전적 희망을 발견한 것은 수확. 선 감독의 향후 국가대표 플랜은 간단했다. 최고의 선수, 열정, 기본기, 그리고 인성이다.
“제게도 많은 경험이 됐다.” 선 감독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24세 이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을 이렇게 기억했다. 숱한 경기를 치르고 많은 경험을 했지만 국가대표 사령탑이 주는 무게감은 생각 이상이었다. “하나의 계기가 된 대회다. 대회취지가 좋았고 젊은 선수들에게는 큰 경험이 됐을 것”라고 밝힌 선 감독은 “새로운 얼굴들도 등장했다. 선수들 간 팀워크도 좋았다. 하고자하는 의지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대회를 통해 얻은 결실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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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사진) 대표팀 감독이 향후 화두로 기본기와 인성을 제시했다. 사진(도곡동)=김재현 기자 |
하지만 객관적으로, 또 경기력자체도 기대이하가 분명했다. 일본에는 두 번 모두 패했고 대만에도 간신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투지가 넘쳤다고 하지만 경기력이 떨어지니 소용이 없었다. “결과가 상당히 아쉽다.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일본과의) 개막전은 9회는 물론 연장전에서 리드를 잡고 버티지 못했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라고 선 감독이 진지한 답을 시작했다. “(대회가 끝나서) 후련하기보다는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 아시안게임부터 실패해서는 안 된다. 한일전도 더 이상 패해서는 안 된다”고 선 감독은 거듭 아쉬움과 반성을 이야기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대다수의 야구인들과 팬들은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당장 내년 아시안게임은 물론 향후 프리미어12, 도쿄올림픽까지 줄줄이 이어진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가 얼마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냐는 물음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 선 감독도 동의했다. 특히 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선 감독은 “투수들이 불리할 때 카운트를 잡아내는데 있어 일본에 비해 확실히 떨어진다. 10개 던지면 반 밖에 스트라이크를 못 던진다. 변화구 제구력은 더욱 그렇다. 일본은 이런 면에 있어 80~90%이상 제구력이 완벽하다”라고 분석하며 “결국에는 우리 투수들이 약한 것이다. 좋은 투수들이 리그에 나오고 있지 않다. 안타까운 상황”라고 근원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선 감독은 이어 “KBO리그에서 타고투저가 심하지 않나. 물론 타자들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투수들이 약해서라는 설명도 된다. 좋은 투수가 나오면 (타자들이) 못 친다”고 거듭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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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사진) 감독은 이번 APBC 2017 대회를 통해 투수들의 제구력 향상이 시급한 과제임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사진(도곡동)=김재현 기자 |
이어 선 감독은 “국제대회 성적이 좋았던 과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회나 2회 대회 때는 그럴만한 투수들이 있었다. 마운드 운영이 계획대로 잘 풀렸는데 지금은 한 경기를 제대로 책임져 줄 투수가 없다. 이들이 은퇴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선배들보다 커주고 성장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지금 대표팀 성적이 좋지 못한 것”라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어느새 기본을 잊은 한국야구. 선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으로서 진단한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대표팀 발탁되면 준비부터 해라
선 감독은 대표팀 일원이 된 선수들의 준비성이라는 화두도 제시했다. 이번 대회처럼 비시즌 기간 열리는 대회 특성이라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실전을 치를 몸 상태를 갖춘 뒤 합류 해야 한다는 의미.
“대표팀에 발탁이 되면 스스로 몸 상태를 끌어올려서 합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더라. 대표팀 소집은 기간이 짧은데 그때 몸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없다. 감독으로서는 그런 게 아쉽다”며 “144경기 시즌을 치른 선수들이 비시즌 때 쉬고 싶어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 차이가 분명하다. 장필준은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 불펜 피칭을 하고 왔더라. 열정은 본인이 만드는 것이다”며 이번 대회 마무리투수로서 호성적을 기록한 장필준(삼성)을 예로 들었다. 향후 대표팀 발탁 시 유념하며 살펴볼 의지를 드러낸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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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대표팀은 실력 뿐 아니라 인성 등 요소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준비성과 함께 선 감독이 강조한 대표팀 발탁 기준은 바로 인성이다. 이는 선 감독이 대회 당시부터 거듭 강조한 부분. 태극마크에 대한 사명감, 그리고 팀에 융합될 수 있는 성품 등을 말한다. 선 감독은 “국가대표가 되면 그라운드에서나 사복을 입었을 때나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며 “국가대표는 사명감이 필요하다. 생활자체가 분명 달라야 한다. 조금의 행동에서도 거기에 맞는 자세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기준도 제시했다. 선 감독은 “대표팀 발탁 시 사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선수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은 절대적으로 뽑지 않겠다”고 말했다. 야구선수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한 경우 대표팀 자격 또한 없을 것이라는 것. 이어 “팀에 잘 융화될 수 있는 선수를 뽑겠다. 이번 대회를 통해 더욱 느꼈다. 하려고하는 의지가 충만하다면 같은 실력에서 그 선수를 발탁 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선 감독은 “야구는 단체스포츠이기에 팀워크가 중요하다. 팀 분위기를 잘 이끌 선수가 필요하다. 그러한 의지가 보여야 한다”고 핵심을 말했다. 선 감독은 앞으로 이를 알 수 있도록 구단들을 통해 이야기를 많이 듣겠다고 했다. “몸 상태와 함께 그 선수의 인품과 대인관계 등을 수시로 체크할 계획”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에게 다가가서 먼저 묻겠다
선 감독은 선수들에게 향후 대표팀 운영기조를 밝히며 여러 숙지사항을 이야기했는데 동시에 자신 또한 국가대표 사령탑으로서 변화된 리더십을 선보일 것을 약속했다. 좀 더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감독이 되겠다는 것. 선 감독은 “감독으로서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갈 생각이다. 먼저 물어보고 마음 속 이야기도 들어보는 등 최대한 다가가고 또 듣겠다”고 말했다. 지난 시간 자신을 돌아보고 더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고민했다는 선 감독. “대표팀은 코치생활부터 오래했다. 선수들이 국가대표 소집 기간이 불편하지 않고 편하게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감독도 함께 변하겠다며 선수들의 발전을 촉구했다.
다만 태극마크에 대한 사명감을 반드시 제대로 심어주겠다고. 선 감독은 “대표팀에 소집된다면 그 선수에게 태극마크 사명감을 심어주고 싶다. 태극마크는 자부심이다. 모든 행동이 달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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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사진) 감독은 자신도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야기를 듣고 편하게해주겠다고 밝혔다. 사진(도곡동)=김재현 기자 |
어두운 부분이 있으면 희망도 있게 마련. 대회 성적과는 별개로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국민들로 하여금 다시 국가대표 야구의 존재의미를 묻게 했다. 선 감독도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참 열심히해줬다. 젊은 선수들이라서 그런지 하려는 의지가 참 보기 좋았다. 또래들이어서 인지 팀워크도 좋더라. 화기애애했다. 걱정했던 것 보다 긴장도 하지 않더라”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인성의 중요성, 팀워크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선 감독의 시선은 벌써부터 아시안게임, 그리고 프리미어12와 도쿄올림픽으로 향해있다. 당장 아시안게임은 먼 이야기도 아니다. 내년 5월말 45인 엔트리를 발표하고 6월말 혹은 7월초에는 최종엔트리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은 확실히 했다. 엔트리 발탁 시점 기준으로 최고의 선수들을 뽑겠다는 것.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도 포함된다. 선 감독은 “그 시점에서 최고의 선수를 발탁하겠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군면제라는 민감한 부분이 있는 점 알고 있지만 하여튼 중요한 것은 최고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투수들은 제구력 측면에서 본인들 스스로 연습해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보고 많이들 느꼈을 것이다. 마무리훈련 때나 스프링캠프 같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본인의 단점들을 보완해야 한다. 특히 앞서 강조했듯 런닝과 캐치볼 등 기초훈련을 많이 할 필요성이 있다. 집을 지을 때 기초가 튼튼해야 되지 않나. 투수도 하체가 튼튼해야 볼을 무리 없이 던질 수 있다”고 주문했다.
선 감독은 이 모든 것들이 유소년 야구에서부터 변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프로와 함께 유소년야구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임을 시사했다. 선 감독은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한국야구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유소년 야구 전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국가대표 사령탑으로서 해야 할 책무라고 여긴 선 감독이었다.
▲선동열 감독
1963년 1월10일생
184cm 97kg
무등중-광주제일고-고려대
해태 타이거즈(1985~1995)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1996~1999)
1986, 1989, 1990시즌 정규시즌 MVP
1986, 1988, 1989, 1990, 1991, 1993시즌 골든글러브
제1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최우수선수상(1981)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최다승 최우수선수상(19
주니치 드래건스 2군 코치(2003)
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2004)
삼성 라이온즈 감독(2005~2010)
KIA 타이거즈 감독(2012~2014)
1회, 4회 WBC 대표팀 투수코치, 2007 아시아선수권, 프리미어12 투수코치
한국야구대표팀 전임감독(2017~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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