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진짜 그런가요?”
지난 20일 MK스포츠와 만난 양희종(33·KGC인삼공사)은 껄껄 웃었다. 기자가 마스크를 쓰더니 슛이 더 좋아졌다는 질문을 던진 뒤였다. 양희종은 “안 그래도 그런 말 많이 듣는다.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물론 양희종의 농담이었다. 그는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편하게 쏘니 잘 들어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날(19일) 안양 홈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양희종은 3점슛 3개를 포함 1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6연승을 이끌었다. 이 날 활약이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 15일 원주 DB와의 경기에서는 3점슛 4개 포함 15득점을 올렸다. 양희종의 슛감에 KGC의 8연승은 수월했다. 비록 25일 군산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원정경기에서 KGC은 연장 혈투 끝에 94-95로 아쉽게 패하며 연승 행진을 멈춰서야 했지만, 이날도 양희종은 3점슛 4개 포함 12득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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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 KGC인삼공사의 11번. 그는 양희종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인터뷰 당시에도 양희종은 서울 병원에 다녀온 길이었다. 코뼈가 잘 붙고 있는지, 이상 없는지 확인하고 왔다. 콧등은 약간 휘어있었다. 교정하는 수술을 한 번 더 받아야 한다. 아찔한 부상이었다.
◆ 허슬플레이? 생존 위한 선택 “코트 위에서 최선 다한다”
“적어도 2월까지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양희종은 당분간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한다. 순조롭게 뼈가 붙고 있지만, 조심해야 한다. 마스크가 처음도 아니다. 루키시절인 2007-2008시절에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선 경험이 있다. 양희종은 “그 때는 코뼈에 금이 간 상태였는데, 골절은 처음이다. 맞는 순간 ‘큰일났다’ 싶었다”며 “교정 수술은 시즌이 끝난 뒤 할지, 현역 은퇴 후 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서면 슛감이 좋아지기 보다 시야가 가려 답답할 수밖에 없다. 양희종도 “땀이 많이 나서 답답할 때가 있다”며 “그래도 2월까지는 써야 할 것 같다. 병원에서는 괜찮아지고 있다지만, 정규시즌 끝날 때까지 써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2월까지는 쓰기로 생각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양희종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수비수다. 그의 수비능력을 뒷받침 하는 게 바로 허슬플레이다.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 때문에 부상이 많을 수밖에 없다. 2년 전에는 상대 선수의 손톱에 눈이 찔려 각막이 손상되는 부상도 입었다. 그래도 이번 부상의 충격이 가장 컸다는 양희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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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뼈 골절에도 양희종은 마스크를 쓰고 코트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KGC의 8연승 상승세는 양희종의 공수 활약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 태극마크 단골손님 “국가대표는 영광스럽다”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는 때로,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마련이다. 때로는 상대팀 선수와의 큰 충돌이 불가피하다. 버튼과는 양희종이 부상의 피해자가 됐지만, 양희종의 매치업 상대가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지난해도 양희종과 KGC는 ‘깡패공사’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기도 했다. 기분이 썩 좋을 리 없는 별명이다. 그래도 양희종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좋게 생각하려 한다”며 “이번 고양에서 열린 중국과의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도 중국 선수에게 몸싸움을 걸었지만, 응원이 많았다. 상대적인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국가대표 얘기가 나왔으니, 양희종에게 물었다. 사실 양희종의 국가대표 합류는 무리나 다름없었다. 수술을 받고 일주일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홈 앤 어웨이로 처음 치러지는 월드컵예선이었기에 허재 국가대표팀 감독도 수비가 좋은 양희종이 필요했지만, 양희종 자신의 의지도 강했다. 양희종은 “허재 감독님하고, 김상식 코치님이 ‘괜찮냐’고 물으시길래, 1분이라도 뛰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막상 합류해보니 힘들지 않았다. 태극마크는 언제라도 영광스러운 자리인 것 같다. 언제 또 대표팀에 뽑힐지도 모르기도 하고, 꼭 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양희종은 국가대표 단골손님이었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서 활약이 컸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부터 3차례 아시안게임에 모두 출전해 광저우에서 은메달, 인천에서 금메달의 주역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상대 포워드 바라미를 꽁꽁 묶어 금메달의 일등공신 역할도 해냈다.
이번 허재호에서는 소속팀 KGC에서처럼 주장을 맡았다. 그는 “고양에서 열린 중국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핑계인 것 같지만, 일정이 뉴질랜드를 갔다가 고양에서 경기를 펼치는 게 아니고, 첫 경기가 중국이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오랜만에 홈에서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펼치니 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이기지 못해 죄송스런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그에게 내년 2월 잠실에서 열리는 홍콩과 뉴질랜드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잘하면 되지 않냐고 하자 그는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제가 그 때 국가대표로 뽑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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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를 쓰고 최근 슛감이 더 좋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마스크를 쓰고 플레이하기는 힘들다. 경기 후 마스크를 벗으면 얼굴이 땀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양희종은 팀을 위해, 그리고 더 큰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 사진=김재현 기자 |
◆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안양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적이 잦은 프로농구에서 양희종은 KGC를 대표하는 원클럽맨이다. 2007년부터 안양에 몸 담은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원래 고향도 안양과 가까운 수원이라, 양희종은 안양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공교롭게도 안양 SBS시절부터 중위권 이미지가 강했던 KGC는 양희종이 중심선수로 자리 잡으면서 우승과 상위권팀으로 거듭났다. 특히 양희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KGC가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던 2011-12시즌에서는 우승을 결정짓는 위닝샷을 집어넣었다. 수비에서도 당시 상대였던 동부의 에이스를 꽁꽁 묶었다. 군에서 전역 후 복귀한 시즌에 우승이라 감격은 컸다. 양희종은 “당시 우승을 달성하면서 껍질을 깬 느낌이 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KGC가 첫 통합우승에 성공했던 지난 2016-17시즌에서도 양희종은 서울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펄펄 날았다. 우승을 결정지었던 6차전에서는 3점슛을 8개나 넣었다. 큰 경기에 강한 것 아니냐도 묻자 양희종은 “사실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남들보다 긴장을 많이 않하는 것 같다”면서 “공격에서도 잘 풀리는 게 아무래도 정규시즌은 여러 팀을 상대해야하는 반면, 챔프전이나 플레이오프는 한 팀과 계속 상대하기 때문에 수비하던 선수만 막으면 돼서, 익숙해지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KGC의 두 차례 우승에 모두 중심에 섰던 양희종은 이제 “은퇴하기 전에 꼭 팀에 3번째 우승을 안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안양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숙소나 연습장에 아무도 없는데 불이 켜져 있으면, 내가 불을 끄고, 히터나 에어컨이 켜져 있으면, 전원을 내린다.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그냥 우리 집처럼 하게 된다. 프런트 직원들하고도 끈끈하다”며 “가능하면 빨리 3번째 우승반지를 끼는게 좋다. 올 시즌도 충분히 가능하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 마지막까지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양희종의 마스크 투혼을 떠올리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각오였다.
양희종
1984년 5월 11일생
194cm, 96kg
매산초-삼일중-삼일상고-연세대-안양 KGC(상무)
2007년 KBL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001년 종별농구선수권대회 MVP
2002년 제27회 협회장기 최우수 선수상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국가대표
2010년 농구대잔치 남자부 MVP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은메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금메달
2014년 프로농구 최우수수비상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