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프로야구가 발전해나가며 선수 못지않게 각 구단 감독들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감독들은 이에 화답하며 시즌 초반, 혹은 승부처 때 자신과 팀의 철학이 담긴 리더십을 직접 밝히거나 혹은 경기 내용을 통해 보여주곤 한다. 시즌이 끝나고 새해를 앞둔 현 시점, 돌이켜보면 여전히 의미 있기도 하지만 반대로 희미해진 내용도 찾아 볼 수 있다.
▲결실 맺은 김기태 감독과 KIA의 동행
8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한 KIA. 2017년은 말 그대로 KIA의 해였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김기태 감독의 동행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김 감독의 동행리더십은 선수단 내 베테랑과 영건들을 한데 뭉쳐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중심에는 김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굳이 동행이니, 배려니 이런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행동으로, 경기내용으로, 선수단 운용으로 그것을 증명했다. 베테랑들은 조급해하지 않고 무한 책임감을 갖게 되며 어린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고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올 시즌 KIA 덕아웃은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진 최상의 분위기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성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제 김 감독의 동행리더십은 이를 상징하는 하나의 수식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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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 감독의 동행리더십은 KIA의 8년 만에 통합우승으로 가장 확실히 지켜진 포부가 됐다. 사진=김재현 기자 |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다소 이른 다음 목표에 대해 거침없이 3연패를 외쳤다. 화통한 스타일의 김 감독 성격 때문일 수 있으나 더 나아가 챔피언의 당연한 목표 일 터. 그리고 두산이 가진 저력에 대한 믿음이 대답을 이끌었다.
두산은 시즌 초반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김 감독의 바람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지난 2년간 강했던 그 모습으로 돌아왔고 끝내 한국시리즈 진출에도 성공하며 막강한 힘을 자랑했다. 비록 KIA에 막혀 한국시리즈 3연패는 실패했지만 그 무시무시한 힘과 경험, 이기는 야구는 김 감독의 목표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알리기 충분했다.
▲선수가 하는 야구, 믿음의 힐만 리더십
SK로서는 사상 최초, KBO리그에서도 오랜만인 외국인 사령탑 트레이 힐만 감독. 부임 자체만으로도 리그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취임부터 스프링캠프 그리고 정규시즌 내내 자신의 색깔과 SK의 장점 그리고 이를 접목한 힐만식 야구를 보여주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첫 성적은 리그 5위. 가을야구는 짧았지만 힐만 감독은 데이터에 입각한 야구, 철저한 수비시프트는 물론 선수가 하는 야구라는 기본테마를 강조하며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데 무엇보다 많은 집중을 했다. 힐만 감독은 과거 일본 닛폰햄 감독 시절 우리가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냈다는 의미의 ‘신지라레나이’라는 일어를 유창하게 선보여 화제를 모았는데 국내에서도 이를 야구로 직접 증명하며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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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만 감독의 SK는 올 시즌 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 충분한 모습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며 신바람을 일으켰던 LG의 야구는 올 시즌 적지 않은 기복을 경험했다. 순항과 아쉬움을 반복했고 끝내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겼다. 양상문 감독은 평소 미래에 우승이 가능한 팀 체질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는데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LG는 현재의 모습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수많은 기대주들의 팀으로 변해 있는 게 분명했다. 타 팀들에 비해 풍성한 미래 유망주들을 보유, 당장이 아닌 미래를 주목하고 있는 팀이 됐다. 양 감독이 단장이 되고 류중일 감독이 새로 부임하는 등 변화도 맞이했지만 젊고 역동적임을 추구하는 이 기조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극명히 달랐던 내일 없는 야구와 건강야구
한화의 2017시즌은 전과 후로 나뉜다. 전은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당시고 후는 이상군 감독대행으로 보낸 시즌 후반이다. 같은 팀이 맞는 지 의문이 들 정도로 완벽히 다르다. 김 감독은 소위 이기는 야구를 추구한다며 전에 없던 강한 압박과 강도 높은 훈련, 그리고 내일이 없는 야구를 펼쳤다. 한때 중독성있다, 마리한화, 투지 등의 긍정적 수식어가 있지만 점차 혹사, 특타 등의 부정적 수식어로 변해갔고 끝내 시즌 중반인 지난 5월 한화 감독으로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이상군 감독대행이 남은 시즌 한화를 이끌었는데 성적을 떠나 기존 김 감독과는 정반대의 야구를 펼치려 애를 썼다. 소위 건강한 야구를 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이 대거 발견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성적까지 잡기에는 너무 늦었다. 결국 한화는 내년 시즌 새로운 한용덕 감독체제가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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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올 시즌은 전과 후로 극명히 다른 느낌을 줬다. 사진=MK스포츠 DB |
2017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kt에 부임한 김진욱 감독은 평소 스타일처럼 위트 있으면서 온화한 리더십으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도우려했다. 그래도 탈꼴찌라는 목표는 잊지 않았는데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는 물론, 정규시즌 초반까지 kt가 무서운 기세를 달리며 이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위기를 맞이했고 속수무책 무너져 결국 탈꼴찌에 실패했다. 창단 이후 계속 이어지는 꼴찌.
모두가 실망할 무렵, 그러나 kt는 시즌 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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