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화성) 이상철 기자] 넥센 히어로즈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지난 1월 31일, 이정후(20)는 재활군 합류로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경기도 화성에 있었다.
1년 전 김혜성과 함께 신인선수로 참여한 이정후는 스프링캠프 명단에 제외됐다. 갈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 이미 결정된 것이었지만, 막상 현실이 눈앞에 다가오니 썩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러나 곧 툴툴 털어냈다. 다 잊었다. 그리고 그의 재활 시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튿날에도 일찍 일어나 치료 및 운동을 했다. 지난 1일부터는 캐치볼도 시작했다. 다음 주에는 스윙 훈련도 예정돼 있다. 재활 과정은 늦지도 빠르지도 않다.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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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는 1일부터 캐치볼을 시작했다. 천천히, 그리고 착실하게 몸을 만들며 2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화성)=이상철 기자 |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20일 오른 약지를 다쳤다. 각종 시상식을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운동을 시작한 지 이틀째였다. 웨이트 트레이닝 중 덤벨 기구를 내려놓다가 부상을 입었다. 부주의였다.
이정후는 “누구도 아닌 나 때문에 다친 거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랬다. 살짝 삔 것 같아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검진을 받자고 하더라. 1차 검진 결과가 골절이었다. 2차 정밀 검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그때는 충격이 컸다”라며 우울했던 그 날을 떠올렸다.
이정후의 손가락 부상은 2번째다. 휘문고 시절 왼손 약지의 관절 부위가 골절됐다. 당시 전치 6주 진단이었다. 이번 부상도 6주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다. 부기가 심했다. 제대로 눌러지지 않을 정도였다. 수술은 없으나 주사로 피를 뺐다. 잠깐이었으나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었다.
이정후는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는다. 퓨처스 화성 히어로즈의 대만 캠프 명단에도 빠졌다. 국내에서 치료와 재활을 할 예정이다. 2번째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겨 아쉬움도 있지만 큰 부상이 아니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이정후는 “처음에는 충격이 있었으나 돌이켜 생각하면, 다행인 것 같다. 시즌 도중이 아닌 데다 어깨, 팔꿈치 등 부위도 아니다. 스프링캠프를 1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무리하는 것보다 착실하게 몸을 만들자고 마음먹었다”라고 전했다. 프로 지명을 앞두고 다쳤던 2년 전보다도 심리적으로 안정됐다는 이정후의 이야기다.
스프링캠프에 가지 못해도 이정후는 3월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걸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손가락 부상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현재 화성에서 합숙 중인 그는 보강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깁스도 지난 1월 29일 풀었다. 골절 부위도 거의 다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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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스를 푼 이정후의 오른 약지. 부기도 많이 사라졌다. 사진(화성)=이상철 기자 |
이정후는 “캠프 떠난 형들이 ‘놀지 말고 열심히 하라 있어’라고 하더라. 퓨처스 선수단까지 대만에 가면 (왁자지껄했던)이 곳도 조용해 질 것이다. (소수의)재활군과 함께 남아있는데 운동에만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같다. 몸 만드는 데만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마무리훈련 등을 제외하고 화성에서 훈련은 1년 만이다. 이정후는 지난해 스프링캠프부터 줄곧 1군 선수단에 있었다. 다시 찾은 화성은 달라진 게 없다. 그래서 더욱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이정후는 “지난해 1월 스프링캠프 출국 전 화성에서 운동을 했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난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더욱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된다. 지금 심정도 1년 전과 비슷하다. 잘 하고 싶다. 나에 대한 믿음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넥센은 3월 6일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그리고 일주일 뒤부터 8번의 시범경기를 갖는다. 이정후의 복귀 예상 시점이다. 넥센은 이정후가 시범경기부터 정상적인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후는 “곧바로 실전을 치르는데 어떨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잘 할 수 있도록 몸을 잘 만들어야 한다”라며 “그래도 ‘역시 쟤는 걱정 안 해도 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우선 목표는 개막 엔트리 합류다”라고 전했다.
이정후가 빠진 사이 넥센의 외야수 경쟁은 치열해진다. 이정후의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이정후는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프로의 세계는 경쟁이 당연하다. 부상 이전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계속 잘 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나 역시 그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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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는 2번째 시즌에 업그레이드된 이정후를 보여주고 싶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정후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개인상에 욕심을 두지 않으나 각종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타구에 힘이 실려야 한다. 이정후가 첫 시즌을 보낸 뒤 얻은 깨달음이다. 스스로도 지난해보다 더 많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기를 희망한다.
넥센 타선도 업그레이드 됐다. 박병호도 가세했다. 이정후에게는 아직까지 TV로 봤던 슈퍼스타다. 이정후는 “박병호 선배가 지난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선수단을)찾아와 인사를 나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