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안준철 기자] “수염이요? 종종 기를까요?”
미소가 잘 어울리는 한화 이글스 한용덕(53) 감독은 최근 수염을 길렀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면도를 하지 않았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고 나서 한 감독은 몇 번 면도를 하지 않았다. 한 감독은 “제가 깔끔한 이미지라 한 번 바꿔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며칠 면도를 하지 않았다. 사실 수염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 4~5일만 면도를 안 해도 덥수룩해진다”며 “좀 터프하게 보이고도 싶었다”고 말했다.
↑ 3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연습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다. 이날 한화 이글스는 삼성 실내 연습장을 빌려서 훈련을 가졌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천정환 기자 |
한화는 변화가 한창이다. 지난 시즌을 8위로 마감하며 10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한용덕 감독을 선임했고 한화의 레전드로 불리는 장종훈 수석코치와 송진우 투수코치를 영입했다. 이들은 1999년 한화가 정상에 올랐을 당시 팀에 있었던 우승 멤버다.
10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팀 분위기는 처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선수들 몸에 베인 패배의식을 걷어내는 게 중요했다. 최근 몇 년 간 한화는 성적을 내기 위해 명장들이 거쳐 간 대표적인 팀이다. 2013시즌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사령탑으로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이끈 김응용(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명장의 커리어에 생채기만 났다. 팀 분위기도 뭔가 억눌린 느낌이 강해졌다. 그래서 한용덕 감독은 부임 후 가장 먼저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과 많이 얘기하고, 더 다가가려 했다. 또 선수단을 장악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율에 맡겼다. 한 감독은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좋다. 지금은 내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밝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상자가 없고, 신예 발굴이 캠프의 소득이다. 한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는 부상 최소화가 가장 큰 계획이었는데, 잘 되고 있다. 부상자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팀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박정진이 부상 때문에 이탈했는데, 캠프에서 다친 건 아니고, 작년부터 좋지 않았던 부위다”라고 말했다. 신예 발굴에 대해서는 “누가 돋보인다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그렇고, 전지훈련을 통해 팀이 향후 강팀으로 변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기존 선수들이 위기감을 느낄 정도다. 특히 투수 쪽에 자원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 27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야구장에서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앞서 LG 류중일 감독, 한화 한용덕 감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염을 기른 한용덕 감독이 눈에 띈다. 사진(日 오키나와)=천정환 기자 |
연습경기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두 외국인 투수 제이슨 휠러, 키버스 샘슨의 실력도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휠러의 안정적인 제구와 더불어 구속도 예상보다 잘 나와서 신뢰감이 생기고 있다. 강속구가 장기인 샘슨도 초반 적응만 잘 하면 1선발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외국인 투수 둘이 연착륙한다면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는 데 계산이 설 수 있다. 한 감독은 “5선발 로테이션을 기본적인 틀로 잡는 한편, 상황에 따라 대체자원도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두산 수석 겸 투수코치 시절 운용했던 방식이다. 한 감독은 “예를 들면 배영수는 선발 등판 후 휴식일이 다른 선발투수보다 길어야 하는데 이때 선발투수 역할을 해줄 선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1~2명 정도의 선발을 더 준비해야 하는데, 윤규진, 안영명, 김재영, 김민우 등이 선발로 준비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한화를 강 팀으로 꼽는 예상이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지만 한용덕 감독은 내심 돌풍을 꿈꾸는 듯 했다. “분위기만 좋으면 안 된다. 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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