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박병호(32)가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다시 입고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에 왔다.
고척돔 방문이 처음은 아니다. 2015 WBSC 프리미어12를 앞두고 가진 쿠바와 평가전을 치른 적이 있다. 또한,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한 뒤에도 고척돔에서 훈련하던 넥센 선수단을 만나러 가기도 했다.
지금은 ‘신분’이 다르다. 넥센 선수로 고척돔에 섰다. 넥센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동료들과 땀을 흘렸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동선도 헷갈린다. 그렇지만 그에게 포근한 새 터전이다. 고척돔의 클럽하우스에는 그의 공간도 마련됐다.
고척돔에 박병호가 등장했다는 것은 시즌이 임박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스프링캠프를 마친 그는 2주 후 KBO리그를 뛴다. 앞서 시범경기를 통해 야구팬에 인사를 할 예정이다. 좋은 모습으로 만나기 위해 준비 중인 박병호, 지난 8일 고척돔에서 첫 훈련을 마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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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호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까.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넥센은 2017년 11월 27일 박병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간 그가 2년 만에 복귀했다. 더 큰 박수를 받으며 돌아오지 못했다. 미국에서 보낸 2년은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넥센은 그를 따뜻하게 품었다. 그도 지난 1월 입단 기자회견에서 “집에 돌아온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스프링캠프를 소화한 박병호는 진짜 집(Home)에 돌아왔다. 새 집이다. 몇 차례 온 적이 있지만 느끼는 바가 다르다. 박병호는 “확실히 목동구장과 분위기가 다르다. 고척돔은 근사하다. 시설도 매우 좋다. 기분 좋게 짐을 풀었다. 훈련만 하더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7년 전 (트레이드로)넥센에 왔을 때 같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신인선수와 마찬가지로 돔구장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첫 훈련에서도 코칭스태프는 그와 관련해 농담을 툭툭 던졌다.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장정석 감독도 “금방 적응할 것이다”라며 걱정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으나 박병호는 노력했다. 큰 미스플레이도 없었다.
박병호는 “아무래도 난 목동구장에 대한 기억이 더 많다. 더군다나 (올해는)고척돔에서 열리는 시범경기가 2번 밖에 없더라. 빨리 적응해야 한다”라며 “다들 다 적응을 마쳤으니 나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고척돔 적응을 위해 특타 등 추가 훈련까지 계획하고 있다.
복귀 첫 시즌, 기대가 클 터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때문에 박병호는 어느 때도 더 열심히 운동했다. 준비는 잘 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도 거의 다 소화했다. 의욕이 넘친다.
박병호는 “걱정도 있었으나 다시 동료들을 만나 훈련을 해 좋았다. 적응하는데 전혀 문제없었다. 개막이 예년보다 앞당겨지면서 맞춰 준비했다. 훈련양도 늘렸다. 특히 타격에 신경을 썼다. 2015년의 내 타격 영상 자료를 요청해 꼼꼼히 체크했다”라고 전했다.
박병호는 고척돔에서 사흘 더 훈련 및 실전을 치른 뒤 정식으로 국내 야구팬에 인사한다. 오는 13일 한화 이글스와 시범경기가 첫 무대다.
박병호는 “팬 앞에서 야구를 하게 돼 설렘이 가득하다. 걱정이 없지 않다. 미국 진출을 하기 전(2015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딪혀 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범경기는 준비기간이다. 박병호도 페이스를 빨리 올리는 편이 아니었다. 그의 통산 시범경기 타율은 0.255로 정규리그 타율 0.281보다 낮다. 감을 익히는 차원이었다.
다만 올해는 개막이 빨라진 데다 시범경기도 적어 최대한 많이 뛸 예정이다. 장 감독도 날씨 등 변수가 없다면 되도록 주축 선수를 기용하고자 한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후 곧바로 정규리그 개막이다. (시범경기에 많이 나가면서)빨리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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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호는 복귀 첫 시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2년 사이 넥센은 많이 바뀌었다. 선수단도 더 젊어졌다. 스프링캠프에서 박병호는 위에서 4번째였다. 어느새 그 위치다. 넥센은 젊지만 강하다.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그렇게 성장했다.
박병호도 이를 느낀다. 그는 “강팀은 빈자리를 잘 메운다. 돌아오니 형들이 떠났더라. 그럼에도 젊은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다. 대단하다. 기회가 주어진다고 잡는 게 쉬운 거는 아니다. 다들 재능도 있다. 중고참 선수들도 제 역할을 다 해 팀이 약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성장한 것은 넥센 만이 아니다. 박병호도 한 계단 올라섰다. 성장과 발전이 꼭 기록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외유내강이다.
박병호는 “미국에서 2년을 지내면서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했다.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도 불평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또 많이 배웠다. 뭐랄까, 단단해져서 돌아온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넥센은 박병호와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벌써부터 넥센은 우승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박병호 효과에 대해 장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장 감독은 “병호는 확실히 다르다. 선수들 사이에서 강한 믿음이 생기면서 기운이 난다”라며 “병호가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라고 흡족해했다.
‘고참’이 된 박병호는 “아무래도 형들도 많이 없어 (내가 위에서)후배들과 같이 해나가야 한다. 누가 나가든지 이겨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모든 선수가 준비를 잘 해야 한다. 그런 점을 (서)건창이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라고 했다.
넥센의 첫 우승 도전만큼이나 박병호의 복귀 첫 시즌 성적에 대한 관심이 크다. 박병호는 2015년 타율 0.343 장타율 0.714 53홈런 146타점 129득점을 기록했다. 박병호 이후 50홈런을 친 선수는 없다. 또한, 그가 갈아치운 최다 타점 기록도 깨지지 않고 있다.
정작 박병호는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다. 지금껏 1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 평소와 다르지 않다. 그도 강조한 것은 ‘초심’이다.
박병호는 “책임감이 커졌지만 부담까지 아니다. 과거 4번타자를 맡았을 때를 떠올리고 있다. 그때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는 중이다”라며 “딱히 특정 기록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중심타자로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을 만들고 싶을 따름이다. 그 부분에서 100타점은 중심타자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지표이지 않은가. 타점이야말로 (중심타자에게)가장 값어치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홈런 욕심은 있되 과하지 않다. 그는 “(50홈런을)해보고 싶을 뿐이다. 하겠다는 거는 아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래도 홈런이 많이 터지면 팬이 좋아하니, 나도 많이 치고 싶다. 그러면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박병호의 홈런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이도 있다. ‘타자 친화적인’ 목동구장의 수혜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병호는 53홈런을 기록한 2015년 원정경기에서 25홈런을 날렸다. 목동구장에서만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가 아니다.
박병호는 “충분히 ‘목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난 언제나 어느 구장을 가더라도 야구장이 아니라 상대 투수를 신경 썼다. 시즌이 끝난 뒤에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병호는 꼭 지키고 싶은 약속이 있다. 단순히 기록이 아니다. 그는 “설렘은